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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전재산 날려도···태풍 피해자에 손길 건넨 강원 주민들

중앙일보 2019.10.20 16:27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마을 주민들이 지난 5월 공동 경작지에서 밭갈이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탁창석 성천리 이장]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마을 주민들이 지난 5월 공동 경작지에서 밭갈이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탁창석 성천리 이장]

“그 애타는 심정, 저희가 알지요.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1만원이든, 2만원이든 성의를 모아 (기부)한 거죠. 이웃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착한뉴스]
올 4월 대형 산불 때 56가구 전소한
강원도 고성군 성천리 마을 주민들
희망브리지에 태풍 성금 100만원 기부
탁창석 이장 “애타는 심정 잘 알아”

지난 4월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마을 주민들이 최근 태풍 피해를 겪은 주민을 위해 써달라며 20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만원을 기탁했다. 탁창석(61) 성천리 이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생색내려고 한 게 아니다. 우리도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했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조금이나마 빚을 갚으려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탁창석 성천리 이장.

탁창석 성천리 이장.

최근 한 달 새 ‘링링’ ‘타파’ ‘미탁’ 등 가을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사망 10명, 실종 4명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민과 대피 인원도 1800여 명에 이른다. 피해 소식을 듣자 성천리 마을주민 50여 명이 기부에 동참한 것이다. 
 
성천리 마을은 지난 강원도 산불 때 가장 피해가 심했던 지역 중 한 곳이다. 전체 100가구 중 56가구가 전소(全燒)했고, 123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지금도 주민 상당수가 컨테이너나 목조주택 등 임시 거주지에 살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자 탁 이장은 30여 분간 안내 방송을 하고, 일일이 이웃집을 확인하면서 모든 주민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덕분에 성천리에서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탁 이장은 “워낙 위급한 상황이라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 걸치고 나온 게 전부”라며 “전 재산인 집과 하우스, 창고가 모두 불에 탔다”고 전했다.
 
“(피해를 본 56가구 중) 이제 겨우 집 한 채 공사를 했어요. 복구 작업이 그렇게 더딥니다. 여전히 큰비가 오면 산사태가 날까 불안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살다 보니 큰 도움을 받게 되네요. 주민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라, 태풍 피해가 크다는 뉴스를 보면서 십시일반으로 기부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성천마을에는 공동 경작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통해 돕는 전통도 있다. 공동으로 메밀과 깻잎 등 농작물을 수확해 마을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내놓고,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김장을 해준다. 탁 이장은 “이번 기부도 마을 공동체 사업에서 먼저 제안한 얘기”라며 “하룻밤에 빈털터리가 됐지만, 마음은 여전히 넉넉하다는 뜻 아니겠냐”고 웃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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