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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손 주물렀는데···法 "수치심 일으키는 부위 아냐" 무죄

중앙일보 2019.10.20 14:31
[연합뉴스]

[연합뉴스]

술을 마시던 중 여성인 부하직원의 손을 주무르고, 상대의 거부 의사에도 손을 놓지 않은 30대 회사원이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36)는 지난해 5월 6일 오전 2시부터 1시간 동안 경기도 한 도시의 노래 바에서 부하직원인 B씨(24)와 술을 마시던 중 B씨 옆으로 다가가 B씨의 의사와 다르게 강제로 손을 주무르며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과정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손을 잡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격려의 의미로 잡은 것에 불과하고 B씨가 거부함에도 유형력을 행사해 주무르고 추행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손은 성적 수치심 일으키는 신체 부위 아냐” 

이에 대해 B씨는 평소에 A씨와 함께 근무하면서 느낀 불편함이나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당일 밤에 A씨를 만났고 대화를 하다 보니 오해가 풀려서 2차로 노래 바를 가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노래 바 안에서 A씨가 자신의 손을 계속 주물러서 거부하는 듯한 행위를 했음에도 손을 놓지 않아 짐을 챙겨 그 자리에서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손 자체는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며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은 것에 그쳤을 뿐 피해자의 다른 신체 부위를 쓰다듬거나 성적 언동을 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던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이 비록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런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손 만지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아”  

재판부는 또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만지는 것 이외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고 폭행이나 협박도 없었다는 것"이라며 "비록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끼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강제추행 행위는) 이런 행위 자체가 성욕의 흥분, 자극 또는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건전한 상식 있는 일반인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볼 만한 징표를 가지는 것이어서 폭행행위와 추행행위가 동시에 피해자의 부주의 등을 틈타 기습적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원법원 종합청사. [수원지법=연합뉴스]

수원법원 종합청사. [수원지법=연합뉴스]

 

“강제추행 고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재판부는 “피고인이 평소 자신의 행위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던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오해를 푼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손을 잡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크고, 실제로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던 사실은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피고인이 접촉한 신체 부위,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대화를 하면서 손을 접촉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손을 잡는 행위에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그러한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전익진·최은경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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