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반포 노른자위 골프장 땅, 서울시와 10번 소송 사연

중앙일보 2019.10.20 05:19
서울 서초구 잠원동 파스텔 골프클럽 전경. 서울시와 10번의 소송을 치르고 있다. [사진 파스텔골프클럽]

서울 서초구 잠원동 파스텔 골프클럽 전경. 서울시와 10번의 소송을 치르고 있다. [사진 파스텔골프클럽]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 반포아파트지구 안에 도심에서 보기 드문 야외골프연습장이 있다. 골프장 옆에 지난해 신축한 신반포자이 전용 84㎡(23층)가 올 8월 26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신축 아파트 3.3㎡당 가격이 8000만원에 이르는 땅값 비싼 동네에서 골프장은 비거리 140야드, 총 77타석 200여대 동시주차가 가능한 주차공간을 갖췄다. 골프장 측이 운영하는 상가건물까지 포함하면 대지면적은 1만562.3㎡에 달한다. 이 땅의 올해 공시지가는 ㎡ 당 1029만원으로, 공시지가 현실화율(64.8%)을 고려하면 현재 땅값은 대략 셈법만으로도 1677억원에 달한다.
 

일몰제 앞두고 해지된 학교부지
서울시와 땅 주인, 10번의 소송 중
공익과 사익 둘러싼 대충돌의 현장


모든 땅에 ‘꼬리표’가 있다. 골프연습장에도 꽤 긴 꼬리표가 붙어 있다. 이를 떼기 위해 치열한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피고는 서울시, 원고는 파스텔 골프클럽이다. 양측은 2016년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을 오가는 소송을 펼치고 있다. 전례가 드문 릴레이 행정 소송이다. 땅의 용도를 둘러싼 공익과 사익의 대충돌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야외골프연습장은 어떻게 들어섰나    

 
땅은 도시계획시설, 즉 초등학교 부지로 1986년께 지정됐다. 그런데 91년 강남 일대를 아우르는 영동 토지구획사업을 마치고 남은 이 땅을 당시 한국토지개발공사(현 LH)가 매각했다. 96년 155억1602만원이던 입찰가가 외환위기를 거치며 2000년 127억7000만원으로 떨어졌고, 파스텔 골프클럽의 이모 대표가 2001년 이보다 할인된 가격인 97억원에 땅을 샀다. 

 
이 대표는 서초구청으로부터 가설건축물 건축허가를 받아 땅 위에 음식점 등 임대를 위한 근린생활시설과 골프연습장 2동을 지었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경우 2년이 지나 계획됐던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땅 주인은 가건물을 지어 사용할 수 있다. 가건물인 골프연습장이 3년마다 허가 연장을 받으며 현재까지 영업하고 있다.  

 
반포 아파트 단지 한복판, 경원중학교 앞 약 3200여평의 초등학교 부지가 골프연습장이 된 배경이다. 당시 학교가 건립되길 기다렸던 주민들은 골프연습장이 들어서게 되자 반대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예산 부족 및 학력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학교 건립을 꺼렸고, 골프장 측이 건축 허가를 반려한 서초구청과 행정소송 끝에 승소해 허가를 받았다.    

 

공익 vs 사익…릴레이 소송에도 아직 결판나지 않았다  

서울시와 파스텔골프클럽의 소송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시와 파스텔골프클럽의 소송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후 10년 넘게 잠잠했던 땅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일몰제’ 때문이다. 2000년 도입된 일몰제는 지자체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한 사유지 등의 부지를 20년간 시행하지 않으면 해지해야 하는 제도다. 일몰제에 따라 2020년 7월부터 지주는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지된 땅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2014년 주민 제안 시 도시계획시설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골프연습장에 공문을 보냈다. 이에 골프장 측은 도시계획시설(학교)을 폐지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해서 서초구청장에 입안을 제안했다. 서초구가 서울시에 이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서울시가 보완 의견을 냈다. “미집행 학교시설 해제에 따른 25%의 기부채납(공공기여)과 용도 변경 등을 조건으로 입안에 동의한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시 아파트지구 조례에 따르면 옥외골프연습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골프장은 서울시의 거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법원은 골프장(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도시계획시설 지정으로) 재산권을 제약받아 온 원고의 불이익을 해소한다는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공공기여 25%를 요구하고, 해제 중인 아파트 지구를 근거로 옥외골프연습장을 불허해야 한다는 서울시(피고)의 요구는 정당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서울시가 2017년 11월 골프장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지한다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를 했다. 25%의 기부채납 등의 조건은 뺐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서울시가 골프장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주변과 같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00% 이하)으로 땅을 활용하게 된 만큼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끔 특별계획구역으로 정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용적률이 기준 120% 이하, 인센티브에 따라 최대 200%를 받게 했다. 골프연습장과 임대용 가건물이 들어선 현재 상황에서의 용적률은 67.99%다.  
 
또 지난해 4월 반포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마련해 열람 공고했다. 이 결정안이 확정되면 골프장이 포함된 반포아파트지구에서는 야외골프연습장이 공장ㆍ창고시설과 더불어 허가를 못 받는 내용이 포함됐다. 즉 골프장은 도시계획시설 해제로 인해 더는 가건물로 허가 연장을 받을 수 없는데 이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되면 일반건축물로도 인허가를 받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서울 반포 한복판의 골프연습장의 모습. 학교 운동장 앞 부지다.[사진 네이버 지도]

서울 반포 한복판의 골프연습장의 모습. 학교 운동장 앞 부지다.[사진 네이버 지도]

 
골프장이 이런 결정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의 결과가 서울시의 승. 행정법원은 “당초 학교용지였을 때보다 개발밀도가 현저히 높아지는 만큼 용적률 조정은 필요하고 (중략) 원고가 저렴하게 부지를 매수한 뒤 가설건축허가를 받아 옥외골프연습장과 상가를 건축해  현재까지 영업해오고 있어 소유권 행사에 손해가 있었다고 어렵다”고 밝혔다. 개인의 재산권 침해보다 공공의 행정 재량권을 더 인정했다.
 
원고가 항소했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2심 재판부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180도로 바뀐,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판결이었다. “개발계획 수립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도시계획시설 결정으로 인해 재산권을 제약받아 온 부지소유자의 불이익을 해소한다는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양측에 물어봤다.  
 
소송만 열번 째다. 왜 이렇게까지 다투나.
 
“용적률 100%도 안 되는 학교 용지를 싸게 사서 원래 용도와 다르게 가건물을 지어 이익 취하다 공공기여 없이 2종 일반, 용적률 200%를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나.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말 없는 다수의 공익을 고려한 도시계획 수립 권한이 침해받을까 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시설로 묶여 20년 가까이 재산권을 침해받았다. 외환위기 이후 두 번 유찰된 땅을 당시 시세대로 샀다. 국토부 도시·군관리계획수립지침에 따르면 10년 이내 집행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을 해제할 경우 기부채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도, 서울시가 일개 개인을 대상으로 과도한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어 힘들다.” (골프연습장)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상고했고, 이제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남았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