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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소경제 외쳤는데···수소차 매달린 그는 왜 좌절했나

중앙일보 2019.10.20 05:00
지난 1월,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을 때 한 수소 전문가는 낙담했다. 수소 지게차, 수소 스쿠터, 수소 청소차 등을 만드는 ㈜가온셀의 장성용(59) 대표가 주인공이다. 장 대표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차 개발에 매달렸다.
 

메탄올 택배로 받아 쉽게 주입, 오래 달릴 수 있어 

그는 중앙일보와 지난 2일 인터뷰에서 "수소 물질을 얻을 수 있는 루트는 물, 수소가스, 메탄올 세 가지"라며 "물을 원료로 삼는 건 아직 기술적으로 어려워 제외한다 해도, 로드맵에 수소가스만 언급되고 메탄올이 아예 배제된 건 국가적으로 손해"라고 말했다. 
 
메탄올과 물을 전기화학 반응 시키면 수소가 생성되는데 이 수소를 산소와 결합하면 전기가 생산된다. 이 전기를 이용해 동력장치를 구동시킬 수 있다. 장 대표는 "(정부가) 메탄올 연료의 장잠을 알면 로드맵에 포함했을 것"이라며 "업계의 의견을 두루 묻지 않은 게 아쉽다"고 했다.
메탄올 연료의 수소 스쿠터 등을 만드는 장성용 가온셀 대표. [사진 가온셀]

메탄올 연료의 수소 스쿠터 등을 만드는 장성용 가온셀 대표. [사진 가온셀]

 
장 대표에 따르면 메탄올과 수소가스는 특장점이 뚜렷이 대비된다. 수소가스는 고출력이 가능해 고속으로 장거리를 달리는 승용차·상용차 연료로 적합하다. 그러나 하나에 20억~30억원 드는 저장시설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수소차가 많아져도 수소 충전소를 많이 짓지 못하면 충전을 위해 먼 거리를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는 것도 수소가스 저장이 쉽지 않아서다. 기체이므로 폭발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승용차엔 수소가스, 스쿠터 등엔 메탄올 적합 

메탄올을 연료로 하면 고속으로 질주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신 드럼통을 싣고 다니며 언제든 주입할 수 있다. 그는 "스쿠터나 지게차, 카트 등 고속으로 다니지 않는 차량은 메탄올 연료가 더 적합하다"고 했다. 위험물 관리법상 메탄올 순도가 60%만 넘지 않으면 위험물 처리 자격증 없는 일반인도 다룰 수 있다. 그는 "생수를 집으로 시키듯, 택배가 배달해주는 메탄올을 받아 스쿠터 등을 편리하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순도 60% 미만은 현행법으로도 집에서 택배로 받을 수 있다. 메탄올은 총으로 쏴도 터지지 않을 정도로 폭발 염려가 없다.
 
전국 지자체 중에 환경 보호를 이유로 경유 오토바이를 전기 스쿠터로 교체하려는 곳이 많다. 서울시만 해도 2025년까지 10만대를 전기 스쿠터로 교체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서울 시내 오토바이는 대부분 생업용이라 하루 200㎞ 이상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기 스쿠터는 밤새 완전히 충전해도 50㎞ 이상을 가지 못해 생업용으로는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온셀이 만든 수소 스쿠터.

가온셀이 만든 수소 스쿠터.

메탄올 3000원어치면 서울~부산 오갈 수 있어 

대신 메탄올을 쓰는 수소 스쿠터는 경제성과 운행 거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순도 100%짜리 메탄올 기준으로 3.75L 한 통이면 250㎞를 달린다. 여분(스패어) 한 통을 더 장착하면 서울에서 부산도 갈 수 있다. 그는 "메탄올 3.75L의 가격이 1500원"이라며 "3000원으로 부산 갈 연료가 공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 기사 100명이 일하는 회사의 경우 메탄올 공급장치를 설치하는데 150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전기 에너지는 석탄이나 우라늄을 태우므로 오염 총량을 줄이지 못하지만, 메탄올은 물밖에 배출하지 않아 환경 보호 효과도 뛰어나다.
 

기술력 인정받고도 국내 인증 없어 해외 진출 애로 

가온셀이 만든 수소 지게차.

가온셀이 만든 수소 지게차.

가온셀은 메탄올을 연료로 수소 동력장치를 만드는 분야에서 국내 유일하게 원천 특허를 확보하고 생산까지 하는 업체다. 메탄올 수소차는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가온셀의 지게차가 다음 달 전북도에 처음 공급되고, 실내용 카트와 실내용 청소차 등이 내년에 인천공항에 공급될 계획이다. 
 
메탄올 수소차의 시장이 걸음마 단계인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간사이 등 5개 공항에 메탄올 지게차를 쓰는 정도다. 기술력은 한국이 한 수 위다. 가온셀의 경쟁사인 독일의 SFC가 같은 분량의 메탄올에서 시간당 800W의 전력을 뽑아낼 때 가온셀 기술로는 2.5KW를 뽑아낼 수 있다.
 
이렇게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가온셀은 해외 진출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해외 필드 테스트서 “세계 최고(World best technology)”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에 인증 규정이 없어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에야 정부의 인증 안이 만들어졌다. 
 
장 대표는 "독일·미국·캐나다·일본·대만 등이 메탄올 수소를 놓고 치열하게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 1등 기술이 미흡한 제도 때문에 성장하지 못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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