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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힘든 월급쟁이, 대신 굴려줄 누구 없을까

중앙일보 2019.10.19 14:00

[더, 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41)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많다. 어려운 일에는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결정의 어려움에서 생기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자는 자칫하면 탐욕이 될 것이고 후자는 현실로 어쩌지 못하는 장벽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럼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신의 적립금을 가지고 운용하는 것은 어디에 속할까? 그건 아마도 결정의 어려움을 말한 후자일 것이다. 자산운용은 운용자의 지식·경험·기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어려움이 따른다. 지식과 경험은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기질은 이성적이라고 보기 힘들어 과도한 위험감수를 선택하는 낭패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산관리 조언 수요 많아

아래의 [표1]은 금융투자협회가 올 상반기에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의 자산관리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다. 여기서 보면 근로자들은 결국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데 결정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산관리의 문제점으로 ‘근무 중 자산 관리 여력의 부족(25%)’, ‘상품 수가 많아 선택의 어려움(25%)’, ‘가입이나 변경 절차 이해 부족(24%)’을 지목하고 있다.
 
 
이 조사결과는 결국 근로자들의 적립금 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짐작컨대 속마음으로는 손쉽게 자산 관리를 수행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수단 또는 조언에 대한 욕구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가진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 왔지만  이제부터 해야 한다고 마음먹는 순간 갑갑함을 여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왜냐하면 그런 훈련을 받은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어 이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반영한 결과가 아래의 [표2]이다. 실적배당상품에 적립금을 운용한 근로자 10명 중 3명만 스스로 결정했고, 나머지 7명은 타인의 추천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하게 돼 자산관리에서도 수동적인 경향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재 퇴직연금제도가 가장 공격을 많이 받는 이유는 ‘형편없는 수익률’이다. 그 원인은 원리금보장상품에 지나치게 편중된 자산운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적절히 활용해 자산운용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자들 보고 자산운용 공부를 열심히 해 수익률을 높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잘 아는 전문가를 찾아서 수익률을 높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처럼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안전빵 운용을 해 원금만 지키라고 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권할 일이 결코 아니다.

 

전문가에 의한 운용 메카니즘 도입을

과연 공부를 한다고 위험을 통제하고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겠는가. 전문가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있는가. 그렇다고 원리금만 지키라고 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무책임하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일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 전문가가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런 운용 메카니즘을 반영한 상품이건 제도건 관계는 없다.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게 감독당국이 이런 수단을 만들어 주면 된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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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필진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고령화하는 나라입니다. 100세 시대를 온전히 살아가려면 자산을 연금화해 오래 쓰도록 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제를 활용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활용도는 낮은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제는 앞으로 수 년 내 직장인의 가입이 의무화될 뿐 아니라 모든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개방될 전망입니다. 미국에선 우리의 퇴직연금제에 해당하는 401K 도입으로 월급쟁이 연금 부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노후생활의 안착을 책임질 퇴직연금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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