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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여운 짙은 소설책 두 권

중앙선데이 2019.10.19 00:20 657호 21면 지면보기
남중

남중

남중
하응백 지음
휴먼앤북스
 
맨해튼의 반딧불이
손보미 지음
이보라 그림
마음산책
 
작지만 매운 소설, 아니 짧지만 감동의 무게가 묵직한 소설 두 권이다.
 
맨해튼의 반딧불이

맨해튼의 반딧불이

먼저 『남중』. 저자가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다. 인터넷에 연재한 다음 종이책으로 낸다고 하길래 그러려니 했다. 헛헛해선지 인생의 반환점 이후 뒤늦게 소설 쓰는, 흔한 경우인 줄 알았다. 손댔다가 걸려들었다. 순식간에 읽게 된다. 소설가 성석제씨 탓도 있다. 그의 발문(跋文)이 감칠맛 나 소설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부끄러울 일도, 크게 애통할 일도 별로 없는, 감각과 정서가 무뎌진 중년 이후에나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하씨는 만천하에 드러내기 껄끄러워 보이는 아버지·어머니의 기구한 인생사를 구성지게 풀어낸다. 절묘한 기예 수준으로 복잡하게 발전한 모범적인 한국 단편소설과 크게 다른 모양새다. 플롯·복선, 이런 거 없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에 맺히는 장면들을 제법 만나게 된다. 인생의 진실이라고 할 만한 대목들이라고 생각한다. 세 편의 단편을 묶었다.
 
젊은 소설가 손보미씨는 짧은 소설들에 그림을 곁들였다. 아담한 책 안에 20편이나 들어 있다. 첫 번째 작품 ‘고양이 도둑’부터 충격적이다. 미국인 아내와 이혼해 이국땅에서 의지할 곳 없어진 한국 사내가 이웃집 노인의 유일한 가족인 고양이를 훔치는 이야기다. 고양이를 도둑맞은 이웃 에머슨은 어떻게 됐을까, 훔친 사내는 어떻게 됐나, 가 손씨가 하고 싶었던 얘기일 것이다. 손씨는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에서 국경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이국이라는, 연고 없는 배경은 인물들의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것 같다. 읽는 이는 더 흥미롭다. 양장본과, 더 얇고 저렴한 에디션을 나란히 출간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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