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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 도입, 절대 밀어붙일 일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9.10.19 00:20 657호 30면 지면보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이 국회의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뒤 여야가 공수처 설치 법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가면서다. 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정(司正) 기구를 새로 만드는 것이란 점에서 도입에 따른 장점은 물론 부작용까지 충분히 검토해야 할 문제다.
 

검찰개혁, 권한 분산 핵심인데
또 다른 권력기관 만들 일인가
‘정권 입김’ 막을 방화벽 있어야

여야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6일 만났으나 견해 차이만 확인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은 이미 촛불을 들고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의 완전한 조정을 이루라고 명령하고 있다”(18일 이인영 원내대표)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검사가 민변 등으로 채워져 좌파 법피아(법조계 마피아)의 천지가 될 것”(나경원 원내대표)이라며 공수처 자체에 반대한다.
 
왜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검찰 수사가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검찰이 한 손에 쥐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 등 비대한 권한을 분산하고 중립성을 강화해 검찰 조직을 정상화하자는 게 개혁의 취지다. 그런데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권력기관을 하나 더 만들어 검찰을 견제한다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을 넘어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 경쟁을 벌인다면 그 혼란은 누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일반 국민(검찰 수사)과 고위공직자(공수처 수사)를 구분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법 앞에 평등’ 위반이란 지적도 있다.
 
‘살아 있는 권력’과 검찰의 부패 및 직무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선 제2의 사정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간 공수처 도입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졌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수처를 도입할 경우에도 정권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확실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당 안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협 회장과 여야 추천 인사 2명씩으로 구성된 7인의 추천위에서 5분의 4 이상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한 명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가까운 인사가 추천될 가능성이 큰 데다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독립성 시비가 다시 일 수밖에 없다.
 
수사를 담당하게 되는 공수처 검사도 마찬가지다. 공수처 검사는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 중 처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데, 검사 출신은 50%를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권에 편향된 사람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어렵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공수처장 지명 시 국회 동의를 받고 ▶기소할 때 기소심의위원회를 거치며 ▶공수처 검사도 처장이 직접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적 영향 견제에 무게 중심을 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 장치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공수처가 정말 필요하다면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함으로써 ‘대통령 직속’에 대한 우려를 확실하게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민주당은 오는 29일부터 본회의 상정과 표결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조국 전 장관과 국민께서 몸으로 만들어주신 검찰개혁의 기회를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16일 최고위원 회의 발언)고 말했다. 서둘러서 될 일이 있고, 되지 않을 일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넘게 손대지 않았던 검찰개혁을 ‘조국 사태’의 연장선에서 서둘러 밀어붙이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국가기관은 한번 만들어놓으면 다시 없애기도, 고치기도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파 간 경쟁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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