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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카메라 다 잡아낸다···마법의 빨간카드 만든 아이 엄마

중앙일보 2019.10.18 17:26
불법 카메라 간이 적발 도구 '몰가드'를 고안한 손수빈 디자이너. [사진 손수빈, 유튜브 '몰가드' 캡처]

불법 카메라 간이 적발 도구 '몰가드'를 고안한 손수빈 디자이너. [사진 손수빈, 유튜브 '몰가드' 캡처]

 
“세 살 아이 엄마로서 제 딸은 불법 촬영 범죄 없는 세상에 살길 바랍니다.”  
 
지난해 10월 가구회사 디자이너였던 손수빈(26)씨는 우연히 TV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를 찾아내는 사람에 대한 프로그램을 봤다. 출연자는 빨간색 셀로판지를 이용해 카메라 위치를 알아냈다. 손 씨에게 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손 씨는 빨간 셀로판지 역할을 하는 투명 카드를 휴대폰 렌즈에 덧대 영상을 촬영하면 불법 카메라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방구로 달려가 빨간 셀로판지를 산 뒤 실험도 했다. 불법 카메라 간이 적발 도구 ‘몰가드’는 이렇게 탄생했다.
 
'몰가드'를 이용해 불법 촬영 카메라를 적발했다. 돌돌 말려있는 수건 안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다. [유튜브 '몰가드' 캡처]

'몰가드'를 이용해 불법 촬영 카메라를 적발했다. 돌돌 말려있는 수건 안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다. [유튜브 '몰가드' 캡처]

 
‘몰가드’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신용카드 크기의 얇은 카드다. 불법 촬영을 뜻하는 ‘몰카’와 막아준다는 ‘가드(guard)’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손 씨는 “많은 이들이 직관적으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몰카’라는 단어를 썼다. 그러나 ‘불법 촬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적외선탐지기 원리와 비슷하다. 몰가드를 휴대전화 카메라 위에 올리고 플래시를 켠다. 플래시를 켠 상태로 영상을 찍는다. 이때 나오는 플래시의 LED 빛은 600~700㎜ 파장 빛을 내는데, 불법 카메라에서 나오는 빛을 반사해 하얀 점으로 보이게 한다.
 
몰가드 하단에는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경찰청 번호와 여성가족부 여성 긴급전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번호가 적혀있다. 손 씨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몰가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제품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수빈 디자이너가 불법 카메라 간이 탐지기 '몰가드'를 들고 있다. [사진 손수빈]

손수빈 디자이너가 불법 카메라 간이 탐지기 '몰가드'를 들고 있다. [사진 손수빈]

 
지난해 12월 시제품을 완성하고 지난 2월 처음으로 펀딩을 시작했다. 당시 구매자 3676명을 모으며 5047%의 펀딩 성공률을 거뒀다. 9월에 진행한 2차 펀딩도 관심이 높았다. 1101명이 구매하며 2147% 성공률을 보였다. 여성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며 소셜미디어에서도 화제가 됐다.   
 
몰가드 한 장은 2000원이다. 시중에 나온 몇 만 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하는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에 비해선 훨씬 저렴하다. 무엇보다 지갑에 넣고 다닐 수 있다. 
 
한 구매자는 “비싼 제품만큼 정확하진 않겠지만 지갑에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든든하다”는 후기를 남겼다. “여러 개 사서 주위에 나눠줬다. 여행 가게 되면 필수품이 될 듯하다”, “의도도 좋고 잘 쓰고 있다”는 응원도 이어졌다.
 
손씨는 “몰가드엔 고가 장비처럼 주파수를 추적해 어디에 렌즈가 있는지 알아내는 능력은 없다”면서 “하지만 막연히 불안했던 구멍이나 불빛을 몰가드로 직접 확인해 불안감을 바로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1차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몰가드 프로젝트' 팀은 서울시 교육청 산하 중·고등학교에 몰가드 1만 장을 기부했다. [사진 손수빈]

1차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몰가드 프로젝트' 팀은 서울시 교육청 산하 중·고등학교에 몰가드 1만 장을 기부했다. [사진 손수빈]

 
몰가드 한 장을 사면, 한 장은 사회에 기부한다고 했다. 손 씨는 “작은 카드 한 장이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 되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더 큰 파급력을 위해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차 펀딩 당시 서울시 교육청 산하 중ㆍ고등학교 80곳에 몰가드 1만 장을 기부했다. 손 씨는 “현재 경찰서와 구청 등 공공기관과 협업해 몰가드를 배포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 했다.
 
안나영 기자 ahn.na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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