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데…

중앙선데이 2019.10.18 16:59
 독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19세기 말 영국의 정치인이자 역사가인 액턴 경(Lord Acton, 존 달버그 액턴)이 한 유명한 말을 소개합니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요즘 검찰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 말이 눈길을 끕니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 강력한 권력입니다. 이 중 기소권은 독점합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은 지배 권력 등에 대한 봐주기 수사, 축소 수사는 물론이고 정치적 비판 세력 등에 대한 표적 수사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없애고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검찰에 대한 권력의 통제가 아니라 국민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민주적 통제는 선한 의도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만 가능합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논의하는 게 고위공직자범죄 수사처(공수처) 설립입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 개혁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각 당 의원 1명이 참석하는 '2+2+2'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권은희,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변선구 기자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 개혁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각 당 의원 1명이 참석하는 '2+2+2'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권은희,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8일 공수처가 설치되면 “‘좌파 법피아’들의 천지가 될 것”이라며 “절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고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면 공수처 설치는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순진한 생각 아닐까요.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이 재조정하는 문제는 당연히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경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구체적 안이 없습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따져 보자면 검찰의 부패나 편향성을 경찰이 제어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고 역부족입니다.
 
그렇다고 공수처가 만병통치약인 것도 아니죠.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수사를 검찰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독립된 수사기관에 맡긴다는 점에서 그림은 그럴듯한데 문제는 어떤 색깔로 칠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검찰의 힘이 너무 세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논의 중인 법안에는 공수처에도 수사권은 기본이고 검사, 판사,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에 대한 기소권을 줍니다.(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등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습니다). 한 손엔 검찰, 다른 손엔 공수처를 들고 있는 장면을 생각해 보십시요. 무소불위의 권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은 치열한 논리 대결의 연속입니다. 논리적으로 한쪽의 주장이 완승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닙니다. 선택의 문제인데, 검찰과 법원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도 공수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전제는 공수처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공수처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통제가 아니라 국민의 민주적 통제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이런 관점에서 현재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오른 백혜련 의원 대표발의 법안과 권은희 의원 대표발의 법안 중에서 권 의원 발의 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돼서는 안 됩니다. 공수처 처장을 임명할 때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ㆍ의결하기 위해 국민이 참여하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두는 건 필요합니다. 
 
불기소심의위원회도 고려해야 합니다. 검찰권의 남용은 ‘불기소’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마찬가지로 공수처가 권력의 압박이나 로비로 사건을 덮었을 때 대책이 있습니까. 국민이 참여하는 불기소심의위원회를 운영해 공수처에 대한 견제 그물망을 촘촘히 짜야 합니다.  
 
여야가 공수처 설립 여부를 둘러싸고 당리당략으로 일관한다면 절대 권력을 견제하는 데 실패할 겁니다. 이는 절대 부패로 이어져 국민의 피해로 돌아갑니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