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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 도박한다" 신고에 5명 출동…안이한 경찰에 1명 사망

중앙일보 2019.10.18 16:14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있는 한 빌라. 경찰이 도박 신고를 받고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불법체류자 2명이 도주하다 떨어져 죽거나 다쳤다. 위성욱 기자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있는 한 빌라. 경찰이 도박 신고를 받고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불법체류자 2명이 도주하다 떨어져 죽거나 다쳤다. 위성욱 기자

경찰이 도박 신고를 받고 단속하는 과정에 불법체류 외국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경찰은 “40여명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경찰관 5명만 현장에 출동시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도주로 등의 퇴로도 확보하지 않은 채 진입만 시도해 결과적으로 인명사고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남 창원서 외국인 사망…경찰 대응 도마
도주로와 안전장치 확보 안하고 진입 시도
검거한 불법체류자 2명은 혼란 틈타 도주

 
18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5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있는 한 빌라에서 “외국인 40여명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후 4시29분에 지구대 경찰 2명과 형사 3명 등 5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도박의 경우 범행 가담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경찰 인원을 증원하는 시간이 필요해 도착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뒤 초인종을 눌렀지만 한동안 문이 열리지 않다가 5분 정도 뒤에야 문이 열렸다. 경찰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베트남 불법체류자 A씨(29·여)와 B씨(45) 등 2명은 이미 빌라 3층에서 뛰어내린 상태였다. 이 중 A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B씨는 다리가 골절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불법체류자 2명은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 구조됐으나 현장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도주했다.
 
조사 결과 이날 현장에 있었던 인원은 모두 18명이었다. 1명은 한국인, 나머지 17명 중 귀화한 베트남인이 8명, 정식 비자를 발급받고 입국한 베트남인 5명, 불법체류자 4명 등이었다. 성별로는 남자 4명, 여자 14명이었다. 
 
그러나 신고 내용과 달리 현장에서 화투나 카드 등 도박과 관련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A씨의 가방에서 200만원이 넘는 한국돈을 발견된 것 외에 다른 사람들은 5만~10만원 정도의 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도주한 C씨(46)가 이달 말 베트남으로 출국할 예정이어서 환송회를 하기 위해 모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환송회를 위한 술 등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창원시에서 추락사고 발생한 빌라 베란다 모습. 위성욱 기자

경남 창원시에서 추락사고 발생한 빌라 베란다 모습. 위성욱 기자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도박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진짜 환송회 등 사적인 모임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수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며 “경찰이 출동하자 강제 출국을 우려해 불법체류자들이 무리하게 도망을 가려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안이한 단속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이 초기에 40여명이 현장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5명의 경찰만 현장에 출동시킨 게 대표적이다. 특히 도박 등의 경우 범죄자들이 도망갈 우려가 있는데도 도주로 등을 미리 확인하지 않고 무리하게 현장 진입만 시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매매나 마약·도박 등을 단속할 때 도주로 등을 확보하지 않고 진입을 시도할 경우 이번 사건처럼 피의자가 도망을 치다 떨어져 숨지거나 다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12월에도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김해시 상동면의 한 중소기업 기숙사에서 벌어진 베트남인들의 불법도박 현장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불법체류자 베트남인 2명이 창문을 넘어 달아나다 깊이 2m가량의 하천에 빠져 숨지기도 했다. 당시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인데, 경찰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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