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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넷플릭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넷플릭스]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에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2019)까지 21년이 걸렸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알면 옛날 사람 인증....) 임상수 감독의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여성의 시각에서 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여자들이 섹스에 대해 말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선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역시 파격적이다. 박나래 자신도 공연 말미에서 "어디서 여자 연예인이.. 나도 하면서 이게 맞나 지금..."이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보는 입장에서도 살짝 어리둥절하다. 그래,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게 되는구나.


이런 사람에게 추천
박나래의 유머 코드를 좋아한다면
성적 수치심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고 싶다면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
박나래와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성적 농담이 모두 더럽다고 생각된다면

"그 오빠가 머리만 잘 돌리는 게 아니고 혀도 잘 돌리더라구."

예고편의 이 대사를 보곤 나도 모르게 "으" 소리가 나왔다. 실제 코미디는 더욱 The Love겠지,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상상한 것보다는 건전했다. 그 혀는 거기에서 돌린 게 아니었다. 그냥 내 머릿속이 더러웠던 것뿐이다.

특히 공연 초반에는 박나래의 고삐 풀린 몸짓을 제외하고는 건전도가 낮지 않다. 가령 첫경험을 얘기한다기에 잔뜩 긴장했더니, 사실상 첫경험 실패담이다. 스무 살 때의 일이란다.

넷플릭스에서 미국 코미디언들이 십대 시절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걸 선행학습 삼아 본 탓일까. 박나래의 스무 살 첫경험 실패담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잠시 헷갈렸다. 아무리 넷플릭스라도 한국이라 자제한 건 아닐까, 박나래는 저 무대에서 얼마나 진실한 걸까.

더 막 나갈 것이라는 기대와는 살짝 어긋(?)났지만 그 이야기는 농염주의보에서 가장 시원하게 웃긴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연애를 쉼없이 하는 비결은... 들이대 [넷플릭스]

연애를 쉼없이 하는 비결은... 들이대 [넷플릭스]

후반부로 갈수록 농도는 더 짙어진다. 옛 남자친구의 사례로 풀어내는 연애와 성, 현실에서 거의 막장 드라마를 찍었던 경험담, 친구의 이야기라고 강조한 '원 나잇' 에피소드까지.

살짝 불편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옛 남자친구들이 코미디 소재로 소비되는 부분에서 드문드문 박나래 대신 그 전남친에게 감정이입이 됐다.

그러나 성적인 농담이 포함된 코미디에 아무런 불편함도 없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스탠드업 코미디 첫경험에 이 정도로 만들어낸 것도 박나래이니까 가능하지 않았을까. 

TV에서도 솔직하고 자유분방하며 거리낌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박나래였지만, 넷플릭스 화면에서 만나 보니 기존의 모습은 '방송용'이었지 싶다.

박나래의 별명은 웰시코기다. 겁대가리 없는 걸로 유명한 종인데, 원래 가축을 모는 목양견이란다. 방송에서 박나래는 집안에서 기르는 웰시코기라면, 넷플릭스에선 양떼를 모는 웰시코기 같다.

박나래의 안에는 아예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전의 야생 웰시코기도 숨어있을 것같다. 이제 막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으니, 야생 웰시코기까지 만나볼 수 있는 날이 곧 오지 않겠나 싶다.

덧붙이자면, 카메라워크가 아쉽다. 박나래는 몸의 움직임이 많은데, 화면이 그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다. 초점 안 맞는 박나래의 얼굴을 따라다니느라 눈은 좀 고생해야 한다.


제목  박나래의 농염주의보(Park Na-rae Glamour Warning)
출연, 대본  박나래
감독   김주형
등급  청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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