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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모 절차도 없이 정부 돈 10억···수상한 스포츠 법인

중앙일보 2019.10.18 12:41
지난 3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포츠개혁 포럼 출범식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겸 학교체육진흥회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포츠개혁 포럼 출범식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겸 학교체육진흥회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국정과제 일환으로 설립된 ‘학교체육진흥회’(이하 진흥회)에 대한 보조금 특혜 수령, 정부 정책 개입 등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농단’ 주체로 처음 거론된 이 단체는 “민간 사단법인이 대한체육회와 관계없이 학교 체육 (관련 정책) 활동을 하고 있다”(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는 지적을 받았다.  
 
진흥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활기찬 나라’ 모토에 따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6일 설립됐다. ‘학교체육진흥법’이 설립 근거로 돼 있다. 설립 직전인 지난해 10월 26일 창립총회에는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직접 참석해 “뚜렷한 정책 비전을 바탕으로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월 9일 '학교체육진흥회' 개소식에 참여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아랫줄 가운데). [안민석 의원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9일 '학교체육진흥회' 개소식에 참여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아랫줄 가운데). [안민석 의원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진흥회는 학교체육진흥법 취지와는 다르게 설립돼 운영돼왔다. 애초에 학교체육진흥법에는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학교체육진흥원을 설립할 수 있다”(제17조)고 적시돼있지만, 진흥회는 이름만 유사할 뿐 교육부 산하가 아닌 경기도교육청사단법인으로 세워졌다.  
 
이 사단법인의 이사장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맡고 있는데, 법인 설립 허가는 경기도교육청이 내줬다. 광역자치단체 교육청 수장이 또 다른 광역자치단체 소속 법인장을 맡은 셈이다. 조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 제23조(겸직의 제한) 위반 소지가 있다. 또 법인등록 기준지는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오피스텔로 적었는데, 실제 사무실은 분당이 아니라 서울 영등포 당산의 한 사무실로 파악됐다. 법인 주소지와 실제 사무실이 다를 경우 형법 제228조(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 위반에 해당한다.  
서울 영등포 당산에 있는 '한국체육진흥회' 사무실. 당초 한국체육진흥회는 법인등록 기준지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의 한 오피스텔로 적었지만, 실제 운영은 당산에서 하고 있었다. [김재원 의원실 제공]

서울 영등포 당산에 있는 '한국체육진흥회' 사무실. 당초 한국체육진흥회는 법인등록 기준지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의 한 오피스텔로 적었지만, 실제 운영은 당산에서 하고 있었다. [김재원 의원실 제공]

 
더욱이 진흥회가 설립 1년이 안 된 현재까지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등은 총 9억 6000만원인데, 문제는 보조금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냥 받았다는 점이다. 설립 후 한 달 만인 지난 1월 25일 2018년도 예산 3억원을 받았다. 또 이 예산을 다 집행하기도 전인 지난 4월 23일엔 2019년도 예산으로 3억원을 또 받았다. 공모 없이 보조금을 따내는 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이 야당에서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 시ㆍ도 교육청에 배부된 특별교부금을 각 2000만원씩 갹출 받아 총 3억 6000만원을 가져가기도 했다. 특별교부금은 재해대책 등 특별한 재정 수요가 있을 때 각 지방청에 나눠주는 돈인데, 진흥회는 이를 거둬간 뒤 인건비ㆍ운영비로 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흥회 운영진도 특정 인맥으로 가득 차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문체위 국감에서 진흥회 의혹이 처음 불거지자, 안 의원은 당시 “진흥회는 학교체육진흥법에 의거해서 만들어진 사단법인”이라며 “제가 학교체육진흥법을 만든 사람이고 이건 지난해 국정과제였다”고 강조했다. 공적인 기능을 위해 설립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진흥회의 실질적 운영을 맡는 이모 사무처장과 이모 사무처 주임을 비롯해 이사 3명과 감사 1명 등 주요 관계자 총 6명이 서울대 체육교육과 출신이다. 안 의원이 이 학과를 나왔다.
 
공교롭게도 진흥회 추진 사업과 정부 정책 방향도 묘하게 닮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인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은 지난 6월 ‘전국소년체육대회’ 폐지를 권고했는데, 체육계에선 오래전부터 진흥회가 소년체전을 대체할 ‘학생스포츠축전’을 맡으려 한다는 의혹이 있었다. 소년체전 폐지는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최근 진흥회는 문경란 위원장 권고안 중 하나인 체육특기자 제도 개편을 한국체대에 발주했다.
 
전희경 의원은 “사단법인에 불과한 단체에 정부보조금 몰아주기, 국가사업 몰아주기는 권력의 사유화의 전형이다. 정권차원에서 선거와 이권을 노리고 스포츠계를 휘젓고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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