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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정부 최후의 결전 다가오나

중앙일보 2019.10.18 00:30 종합 29면 지면보기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2017년 여름, 필자는 한국 외교부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미국이 다음 한 해 동안 헌법적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두 가지 전제가 있었다. 러시아가 2016 미 대선에 개입한 정황을 뮬러 특검이 밝혀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대선 개입 의뢰 탄핵조사 불가피
분열 예상되지만 결론 빨리 내야

시기는 틀렸지만, 그 예측은 맞았다. 현재 미국은 대통령과 하원이 오리무중의 헌법적 대결을 벌이고 있고, 이 싸움은 대선 기간 내내 계속될 수도 있다. 줄곧 결백을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윌리엄 바 신임 법무장관의 지원과 헌법 절차상의 문제 덕분에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바 장관의 뮬러 특검보고서 요약본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은 “공모도, 사법방해도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사실 특검보고서는 대통령의 무혐의를 전혀 입증해주지 않는다. 400쪽 분량의 보고서 후반부엔 백악관이 특검 수사를 방해하려 한 정황 10가지를 상술하고 있다. 특검팀이 힘겹게 수집한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는 헌법상 문제에 부딪혔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정황, 백악관의 수사 방해는 일반인은 파악하기 어려운 사건들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는 이해하기 쉽다. 익명의 내부고발자가 폭로한 대화 내용은 백악관이 공개한 녹취록과도 일맥상통한다. 18개월에 걸친 특검 조사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증거로 인해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2020년 대선 개입을 공공연히 의뢰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이사로 있는 회사를 조사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의뢰한다. 해당 통화가 있기 전 트럼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군사 원조를 보류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유력 대선 경쟁자를 꺾게 도와주면 충분한 원조로 보답하겠다’는 부당거래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줄거리가 너무 간단명료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해명이 쉽지 않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 조사를 개시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탄핵을 추진할 만한 혐의가 수없이 많았으나 이번 스캔들은 도를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부정도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측근 두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선거 모금을 하는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줄리아니도 수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우크라이나 부패 공무원 해임을 요구한 적이 있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부자 의혹을 조사해 달라고 압박해 대조를 이룬다.
 
앞으로 닥칠 상황은 암담하며 미국의 외교 정책과 지위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 추진을 방해하고 2020년 대선까지 버틸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를 모면하려면 한층 과장된 발언을 남발하며 의회와 야당에 맞서야 하고, 이미 양분된 미국 사회를 한층 깊게 분열시킬 것이다. 하원에서 대통령을 탄핵하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결집해 서로를 헐뜯으며 과열된 선거운동을 벌일 것이다.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당초 그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더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유권자의 약 35%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굳게 지지하지만, 혐의의 증거가 더 늘어나고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할 수도 있다.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와 중도파는 공화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탄핵 지지자도 늘고 있다.
 
분명한 한 가지는 트럼프 반대자 중 누구도 탄핵을 기뻐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빠를수록 좋다.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들에도 그렇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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