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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무 감각 없는 총장’ 제도화가 검찰 개혁이다

중앙일보 2019.10.18 00:23 종합 30면 지면보기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사가 된 이후 변한 게 없다고 자부하느냐”는 질의(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에 “자부는 아니고, 정무 감각이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2개월 가까이 이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지휘하면서 느낀 소회가 함축된 답변이었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에게 영웅에서 역적이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는 질문도 있었다. 윤 총장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윤석열, “난 원래 정무 감각 없다” 국감 답변
조국 수사에 여야, “과잉” “엄정하게” 논박
‘검찰 중립과 권한 분산’ 개혁 밀고 나가야

이날 국감은 윤 총장이 조 전 장관 수사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기회이자 질타를 받는 자리였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정무 감각이 없는’ 총장에게 끊임없이 ‘좌고우면’을 요구했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뇌종양·뇌졸중 진단서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놓고도 여당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비판했고, 야당은 정 교수 측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여당은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야당은 자녀 증명서 발급 과정의 추가 의혹을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윤 총장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전선은 비슷하게 형성됐다. 집권 여당이 검찰총장을 공격하고 야당은 오히려 총장을 감싸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윤 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의 별장에서 접대받았고 이를 검찰이 덮었다’는 의혹을 1면에 보도한 한겨레신문을 고소한 사건을 놓고도 여야가 맞섰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라”고 지적했고, 야당에선 “총장을 비하하고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엄정 대응을 요구했다. 윤 총장은 “언론사가 취재 과정을 밝히고, 명예훼손을 사과한다면 고소 유지를 재고해 보겠다”고 했다. 국회에 계류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을 놓고도 여야는 엇갈렸다. 한국당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괴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에서는 “공수처와 검찰이 상호견제를 통해 중대 범죄에 관한 수사를 적정히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이 겪는 드라마틱한 상황은 한국 검찰의 중대한 변곡점이기도 하다. 그는 조 전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검사와 수사관들이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가짜뉴스 때문에 ‘검찰춘장’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사무실에 엿과 응원 꽃바구니가 배달됐다. 한국 검찰의 역사가 만든 불신과 갈등의 상징이다. 국감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정치인이나 언론이나 자기 입맛에 맞으면, 자기 정당의 정파적 이익에 뭔가 좀 부합되면 ‘검찰이 잘했다’ 찬양하고, 또 내 입맛에 안 맞으면 비판을 넘어 비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태가 사실은 사법 농단이고 검찰을 정치권에 종속시켜 정치적 외압을 행사하려고 하는 나쁜 저의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검찰 개혁의 방향을 두 가지로 압축했다. 국민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살아 있는 권력에 떳떳하지 못했고, 검찰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검찰 권한 분산”이라고 말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우리 사회에 울림을 준 것처럼 ‘정무 감각’과 타협하지 말고 꿋꿋이 밀고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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