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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강렬한 감정으로 한국 위로한다

중앙일보 2019.10.18 00:04 종합 23면 지면보기
헝가리의 죄르 필하모닉은 2009년 지휘자 칼만 베르케시가 예술감독을 맡은 후 세계 여러나라의 연주자와 협업하고 있다. [사진 오푸스]

헝가리의 죄르 필하모닉은 2009년 지휘자 칼만 베르케시가 예술감독을 맡은 후 세계 여러나라의 연주자와 협업하고 있다. [사진 오푸스]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다뉴브 강가의 촛불’이라는 제목의 공연이 열린다.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의 서쪽에 있는 도시, 죄르에서 오케스트라가 내한한다. 죄르 필하모닉을 이끄는 지휘자는 칼만 베르케시(67). 부다페스트 태생으로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을 졸업하고 리스트 상, 바르토크-파츠토리 상을 받은 헝가리의 대표적 음악인이다.
 

헝가리 지휘자 칼만 베르케시
22일 서울국제음악제 개막무대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 기념
다뉴브강 한국인 희생자도 추모

공연 제목은 지난 5월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일어난 유람선 사고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한국과 헝가리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한다. 베르케시는 헝가리와 한국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으로 리스트의 교향시 ‘전주곡’, 바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류재준의 피아노 협주곡을 꼽아 연주한다.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추모와 기념의 의미가 모두 있는 이번 공연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깊고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칼만 베르케시

칼만 베르케시

리스트·바르토크와 류재준의 작품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한국 공연일인 22일은 프란츠 리스트의 생일이다. 리스트의 작품은 열정의 좋은 예인데, 열정은 한국과 헝가리가 공유하는 정신이다. 또한 지난해 초연된 류재준의 피아노 협주곡은 현대 음악이 어렵다는 의견의 정반대를 보여주는 예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이 인간의 깊은 감정을 표현한다. 또한 바르토크는 헝가리의 풍부한 문화 전통을 드러내는 작곡가다. 이들의 작품으로 다뉴브 강의 한국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편 두 나라의 우정을 기념할 수 있으리라 본다. 청중이 가장 깊고 강렬한 인간의 감정을 경험하길 바란다.”
 
헝가리의 음악은 독일·이탈리아라는 서양 음악의 주류와 다른 독특한 색채를 가진다. 이런 전통은 어디에서 나왔나.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상황이다. 헝가리는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러시아의 지리적·역사적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헝가리인들은 드보르자크,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베토벤이라는 서로 다른 나라의 음악을 모두 이해하고 연주할 수 있다. 동시에 독자적인 민속 음악의 전통, 음악 교육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와도 닮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내게 됐다.”
 
1862년 시작된 죄르 필하모닉의 예술감독을 2009년부터 맡고 있다. 이후 이 오케스트라는 유럽과 아시아 무대에서 공연하며 성장했고 다양한 세계적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있다. 한 오케스트라를 발전시킨 과정이 궁금하다.
“오케스트라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적인 곡들을 잘 연주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오케스트라의 멤버들이 작은 그룹들을 만들어 연주해보면서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연습, 연습, 연습이다.”
 
당신은 불과 16세에 데뷔해 성공한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했고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주자로 활약했다. 그러던 중 35세에 지휘자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지휘자를 꿈꾼 것은 세 살부터였다. 클라리넷을 연주했던 아버지는 내 꿈을 알고 현악기와 관악기를 하나씩 공부하도록 했다. 그렇게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을 시작했고, 그 중 클라리넷을 좀 더 오래했을 뿐이다. 이 악기들을 공부해서 지휘자로서 단원들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고 본다.”
 
1992년부터 도쿄 무사시노 음악대학의 교수로 초빙됐고, 이후 일본과 헝가리 연주자들의 교류 무대를 잇따라 만들었다. 한국과 헝가리의 문화적인 교류는 어떤 형태로 가능하다고 보나.
“한국과 헝가리의 수교 20주년에 나는 한국에서 리스트 음악원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10년만인 올해는 죄르 필하모닉과 함께 하는데 언젠가 또 돌아와 헝가리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헝가리의 연주자들은 각자가 잘 알고 있는 음악을 서로 보여줄 수 있다. 두 나라 예술가들의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다.”
 
2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올해 서울국제음악제의 개막 무대다. 서울국제음악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로컬 프라이스 티켓 프로젝트’를 통해 이번 공연의 티켓 가격을 R석 5만원, S석 3만원으로 낮게 매겼다.
 
서울국제음악제는 2009년 시작해 올해로 11회째이며 다음 달 8일까지 총 11개의 프로그램으로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인간과 환경’. 각 공연에서 연주될 음악 작품들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선곡됐다.
 
22일 개막 공연에 이어 26일 공연되는 크시스토프 펜데레츠키의 성 누가 수난곡은 역사와 사회의 비인간성을 다룬다. 27·28일에는 폴란드의 역사적 질곡을 겪은 도시 크라쿠프에서 온 신포니에타 크라코비아가 모차르트와 하이든 등의 곡을 연주한다.
 
이후 이어지는 6회 공연은 실내악 무대다.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 비올리니스트 로베르토 디아즈 등 해외 아티스트와 피아니스트 김규연·문지영, 첼리스트 김민지,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등이 출연해 다채로운 실내악 무대를 연다. ‘파도치는 해변’ ‘봄의 발라드’ ‘낙엽이 지다’ 등의 자연과 계절에 관한 제목이 붙은 공연들이다. 올해의 무대는 롯데콘서트홀을 비롯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IBK챔버홀, 한남동의 일신홀, 혜화동의 JCC아트센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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