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복 대신 양복을 입은 이경수 목포대 감독. 김효경 기자
목포대 부임 1년 만에 전국체전 동
2부 팀으로 올 두 차례 전승 우승
제자 김동민 프로에도 진출시켜
“기회되면 프로 가르치고 싶다”
이경수 감독은 대학(한양대) 시절 초 정상급 공격수였다. 큰 키(1m96㎝)와 긴 팔로 내리꽂는 스파이크가 일품이었다. 특히 대각 공격은 막을 수 없었다. 당시 성균관대 센터 고희진(삼성화재 코치)이 “형, 틀어치지 말고 정면으로 뚫어보라”고 도발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현역 시절 이경수.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18/481f3260-c6ec-4487-afd5-641626992cce.jpg)
현역 시절 이경수. [연합뉴스]
프로에서도 이경수 감독은 대단했다. 11시즌 동안 개인 통산 3841득점을 기록했다. 박철우(삼성화재), 문성민(현대캐피탈), 김요한(전 OK저축은행) 등 후배들이 경신했지만, 여전히 4위다. V리그 1호 트리플크라운(후위 공격·서브·블로킹 3개 이상) 주인공이다. 아쉽게도 우승컵은 들지 못했다. 2015년 허리와 발목 부상으로 은퇴했고, 이후 대표팀 트레이너, 유소년 팀 코치를 거쳤다.
이경수 감독은 지난해 목포대를 맡았다. 한 지인은 “이 감독이 부임한 뒤 목포대가 달라졌다. 선수도 늘었고 경기력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대학 2부리그인 목포대는 올해 두 차례 대회에서 모두 전승 우승했다. 1부까지 참여하는 대학리그에선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1부 팀을 두 차례나 눌렀다. 이 감독은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두 번 우승한 데 만족한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스타 출신 대학 배구 사령탑 이상렬(경기대), 이경수, 최천식(인하대 왼쪽부터) 감독.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18/0226f1fe-4cc4-4f91-8de5-3946d030e481.jpg)
스타 출신 대학 배구 사령탑 이상렬(경기대), 이경수, 최천식(인하대 왼쪽부터) 감독. [중앙포토]
수퍼스타 출신 감독 부임 후 팀 분위기가 바꿨다. 주장 김동민은 “감독님 프로 때 경기를 본 적이 있다. 처음 오셨을 때 ‘왜 이 분이 여기 오셨지’라고 놀랐다”고 말했다. 김동민은 “우리 학교는 졸업 후 프로보다 다른 진로를 주로 선택한다”고 전했다. 이경수 감독도 “대부분 프로행을 생각하지 않아, 배구뿐 아니라 사회성도 키울 수 있게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이경수’ 하면 드래프트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감독은 2003년 드래프트를 거부했고, 징계를 받았다. 프로 출범 전 LG화재(KB손보 전신)와 입단을 약속했는데, 다른 구단들이 드래프트에 나오라고 했다. 이른바 ‘이경수 파동’이 벌어졌다. 결국은 LG화재 유니폼을 입었지만, 드래프트장에 가지 못했다. 이 감독은 “(이번에) 드래프트를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드래프트로) 제자가 프로에 가게 돼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김동민은 목포대 출신으로는 처음 2라운드(전체 13번)에 뽑혔다.
이경수 감독은 슬하에 5남매를 뒀다. 수원의 가족을 볼 시간이 많지 않다. 이 감독은 “목포와 수원을 오가느라 1년간 5만㎞를 운전했다”며 웃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프로에서도 선수들을 가르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