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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 권한 국회 논의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9.10.18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이석배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이석배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도 부러워했던 우리나라의 제도가 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이다. 건강보험은 1989년 전국민으로 제도가 확대된 이후 국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보장성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정관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있으니 바로 ‘사무장 병원’으로 대표되는 불법개설 의료기관과 약국의 문제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자가 면허를 대여하여 개설·운영하는 불법의료기관을 말하는데, 영리추구에만 급급하여 의료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뒷전으로 한 채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지난 10년간 사무장병원 등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가 2조 5490억 원에 달하며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반면 일선 경찰의 사무장 병원에 대한 수사는 전문 인력 부족과 우선순위 등에 밀려 평균 11개월로 길게 소요되고, 이 기간 동안 진료비지급 차단 지연, 재산은닉 등으로 재정누수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12월 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한해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법사위에 상정된 후 계류 중에 있고 올해 안에 통과되지 못할 경우 자칫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건보공단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안건에 대해 국민 의견을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1.3%가 찬성했다고 한다. 건보공단은 사무장 병원에 대한 전문지식과 조사 인력,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분석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다. 일부 의료계는 “사무장 병원 수사를 빌미로 다른 위반행위에 대한 추가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정 조사보다는 더 엄격한 원칙과 절차가 적용되는 수사에 전문가가 아닌 건보공단이 수사권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수사를 그르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논의 과정에서 좀 더 엄격한 요건을 정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국민에게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자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겠는가. 이러한 국민 여론을 생각한다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사무장 병원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주길 바란다.
 
이석배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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