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50대 남성 사망한 채 발견
건물 찾자 인근에서 무언가 썩는 냄새 진동
긴급체포 된 원장·관계자 "시신 매일 닦아"
부검 결과 "외력 없고, 한달 이상 전에 사망"
경찰, 시신 방치 이유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
K씨는 지난 8월 30일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 내려와 명상수련원에 입소했다. 아내는 김씨를 수련원에 입소시킨 후 전남 소재 자택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하지만 K씨는 입소 3일 후인 지난 9월 2일부터 아내 등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16일 오후 찾은 제주시 노형동 모 명상수련원 건물 외부 계단 3층에 놓은 검은색 비닐봉지. 최충일 기자
이 과정에서 수련원 관계자들이 “영장을 들고 오라”며 수색을 막기도 했다. 발견 당시 K씨는 이미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이 수련원 문을 열자 시신 썩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 경찰은 추가 시신이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특공대와 수색견까지 투입했지만 다른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혹시 명상 중 외력에 의한 범죄행위 여부 등을 고려해 가능한 빠른 부검을 실시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부터 K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시신 외부에서 특별한 범죄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검의는 “시신의 부패상태 등으로 볼 때 K씨의 사망 시점은 한 달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인은 약독물 검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오후 찾은 제주시 노형동 모 명상수련원 건물의 정문이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주민들에 따르면 이 수련원은 최소 이틀 전까지만 해도 문이 열려 있었고 야간에도 불이 훤하게 켜져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은 “이틀 전까지만 해도 수련원에서 나온 사람들이 세차를 하는 등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며 “이 수련원은 대체로 조용했지만 한 두번씩 기합을 넣는 소리 등이 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2~3일 전에도 평소처럼 야간에 불이 훤하게 켜져 있어 이런 일이 일어난 줄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수련원을 찾았을 당시 시신은 이미 부패해 악취가 심하게 날 정도였던 만큼 왜 수련원 관계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면밀히 조사 중"이라며 "충분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사체유기·유기치상 등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