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테슬라'가 부른 '카스·테라' 전쟁···급한 오비맥주, 값 내렸다

중앙일보 2019.10.17 08:00

맥주 시장판도, 9년 만에 균열 조짐

 
2019 전주가맥축제에 등장한 맥주 테라. [사진 하이트진로]

2019 전주가맥축제에 등장한 맥주 테라. [사진 하이트진로]

 
9년간 큰 변동이 없던 맥주 시장 판도가 바뀔 조짐이다. 2위 사업자의 신제품이 상당한 인기를 얻으면서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도 맥주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오비맥주의 맥주브랜드 카스는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분기별 판매량 기준 1등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부동의 1위 맥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분기 매출액(3311억7200만원) 기준 카스후레쉬·카스라이트 맥주시장 점유율은 41.2%를 차지했다.  
 
대구 치맥페스티벌을 방문한 고동우 오비맥주 사장(왼쪽 두 번째).   [사진 오비맥주]

대구 치맥페스티벌을 방문한 고동우 오비맥주 사장(왼쪽 두 번째). [사진 오비맥주]

 
카스의 지위는 여전히 공고하지만, 오비맥주 입장에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이 통계는 업소판매량을 제외한 편의점·백화점·할인점·슈퍼·식품점 판매량을 집계한 수치라서다. 집계·발표하지 않는 업소판매량은 평균적으로 전체 맥주 판매량의 60% 안팎을 차지한다. 최근 유흥·외식업소에서 ‘테슬라’라는 용어가 유행하면서 경쟁 맥주 제품 판매량이 급등세다. 테슬라는 소주(참이슬)를 맥주(테라)에 타먹는 이른바 ‘소폭(소주+맥주 폭탄주)’이다.
 
하이트진로가 3월 21일 선보인 신제품 테라는 8월 27일 기준 2억204만병이 팔렸다. 초당 14.6병꼴이다. 메리즈총금증권이 지난달 16일 서울 주요 지역(강남·여의도·홍대) 식당의 주류 점유율을 설문한 결과, 테라의 맥주 시장 점유율(61%)이 카스(39%)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비록 지역적인 한계는 있지만, 대체로 하이트진로가 맥주시장에서 신제품(테라)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스, 반 년간 출고가 5번 바뀌어

 
맥주가격 변동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맥주가격 변동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빠르게 판매량이 늘어나는 테라의 공세에 쫓기는 입장인 카스도 맞불을 놓으며 추격 차단에 나섰다. 최근 맥주 시장 동향을 두고 주류업계가 ‘카스테라 전쟁’이라고 칭하는 배경이다.
 
오비맥주의 대응은 출고 가격 변동이다. 오비맥주는 “10월 21일부터 카스 전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고 밝혔다. 오비맥주가 출고가격을 조정한 건 올해만 벌써 4번째다. 외식업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병맥주(500㎖)를 기준으로, 1147원에 판매하던 카스 출고가격을 지난 4월 4일 1203.22원으로 인상했다. 7월부터 다시 원래 가격(1147원)으로 내렸다가 9월 1일(1203.22원) 다시 올렸던 가격을 이번에 또 인하(1147원)하는 것이다.
 
오비맥주가 마련한 카스 포토존 인증샷 이벤트.   [사진 오비맥주]

오비맥주가 마련한 카스 포토존 인증샷 이벤트. [사진 오비맥주]

 
이는 국내 맥주업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류 제조사가 주류 출고가를 변경하고 싶으면 국세청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제도는 올해 신고제로 바뀌었지만, 정부 눈치를 보는 규제산업의 특성상 주류업체가 가격을 수시로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실제로 하이트맥주는 테라(1146.66원)와 하이트(1146.66원)의 출고가격을 지난 2016년 12월 27일 이후 근 3년간 바꾸지 않았다. 롯데주류도 2017년 6월 1일 출시한 피츠(1147원)의 가격을 바꾼 적이 없다. 또 2014년 4월 23일 출시한 클라우드(1250원→1383원)는 5년 6개월간 딱 한 차례만 가격이 달라졌다(6월 1일). 주류업계가 오비맥주의 잦은 출고가 변동을 ‘테라 견제 정책’이라고 해석하는 배경이다.
 
하이트진로가 2019 전주가맥축제에서 테라 제품을 선보였다. [사진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2019 전주가맥축제에서 테라 제품을 선보였다. [사진 하이트진로]

 
이와 같은 출고량 조절에 대해서 오비맥주는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일 뿐 특별한 배경은 없다”며 “원가상승 요인을 고려해서 가격을 인상했다가, 맥주 세금 제도 변경(종량세)을 감안해 다시 가격을 낮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격 변동 시기가 미묘하다. 오비맥주는 테라 출시일(3월 21일)로부터 정확히 2주만에 카스의 출고가격을 올렸다(4월 4일).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오비맥주가 카스 출고가 인상 정책을 밝히면 도매상은 (나중에 사면 비싸니까) 카스를 대량으로 사들일 수밖에 없다”며 “재고를 쌓아둘 공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 제품(테라)은 덜 구매하는 대체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테라는 출시 100일만에 1억병이 팔렸다. 초반 인지도 확대 차단에 실패하자 오비맥주가 다시 카스 출고가를 원래대로 되돌렸다고 분석한다.
 

롯데주류, 맥주 공장가동률 20%代

 
클라우드.

클라우드.

일본 불매운동 역시 맥주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줬다. 롯데주류가 일본제품이라는 루머 때문이다. 클라우드·피츠를 생산하는 롯데주류 충주1·2공장 가동률은 10~20% 선으로 추락했다. 롯데주류의 2분기 맥주 시장점유율(4.7%)은 1분기 대비 0.9%포인트 감소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
 
때문에 롯데주류는 지난 2일에 ‘롯데주류는 일본 기업’이라는 취지의 허위 기사·블로그·게시물을 게재한 20여명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장을 접수했다. 15일도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관련 조사에 임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외부 변수가 없을 경우, 통상 마케팅 비용 100억원을 투입해야 맥주 시장 점유율 1%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주류업계 정설”이라며 “하지만 올해 테라의 등장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례적으로 업계 판도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