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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교통돋보기] 여태 외면받는 106살 안전벨트

중앙일보 2019.10.17 00:23 종합 33면 지면보기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요즘 자동차에 필수품으로 장착된 안전벨트는 사실 비행기 조종사를 위해 발명됐다. 1900년대 초반 ‘삼엽기’ ‘복엽기’ 등의 프로펠러 비행기로 공중전을 치르려면 뱅글뱅글 도는 회전도 해야 했다. 그런데 당시 비행기는 조종석에 뚜껑이 없었기 때문에 회전하는 사이 조종사가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1913년 독일 비행가가 안전벨트를 개발한 이유다. 당시 발명된 건 조종사의 허리를 묶는 ‘2점식 안전벨트’였다. 그 뒤 이 벨트는 자동차에도 도입됐지만, 상체를 고정하지 못하는 탓에 머리나 허리를 다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등장한 게 상체와 허리를 모두 고정해 안전성을 크게 높인 ‘3점식 안전벨트’였다. 1959년 스웨덴의 자동차 회사인 볼보에서 개발됐다.
 
이후 안전벨트는 유사시 자동차 운전자와 승객의 생명을 지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주요 선진국에선 1970~80년대에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모든 도로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앞좌석 벨트 착용률은 87%가량(2018년 교통문화지수 실태보고서 기준)인 반면 뒷좌석은 33%가 채 안 된다. 사실 앞좌석 착용률도 90% 후반대인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수준인데 뒷좌석은 아예 비교 불가다.
 
아마도 뒷좌석에 앉아서까지 안전벨트를 매는 게 귀찮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안전할 거란 ‘믿음(?)’도 작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오산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해보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때 사망률이 안전벨트를 착용했을 경우보다 최대 4.2배까지 높았다. 특히 차량 뒷좌석에 앉은 성인이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라 머리에 충격을 받아 사망 또한 중상을 입을 확률은 9.2배나 차이가 났다.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가 충돌사고가 나면 그대로 앞좌석까지 튕겨 나가 유리나 계기판 등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그래서 안전벨트를 ‘생명벨트’라고 부른다. 100여년 전 안전벨트가 고안된 사연을 다시금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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