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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고 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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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농촌 사는 10억 자산가, 건보료 매달 70만원 깎아준 건보공단

중앙일보 2019.10.17 00:06 종합 24면 지면보기
경기도의 군 지역에 혼자 사는 김모(67)씨는 연 소득이 10억805만원, 재산이 18억8587만원이다. 고소득에 고액 자산가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이며 원래대로라면 월 318만2760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지역가입자 건보료 상한선에 해당한다. 하지만 농어촌 주민 경감(22%) 제도 덕분에 매달 70만200원을 경감받는다. 다른 군 지역에 사는 윤모(70)씨 부부도 연 소득이 10억2726만원, 재산 23억원에다 수입차 2대를 굴린다. 윤씨도 역시 월 건보료 77만200원를 경감받는다. 두 사람은 군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이런 혜택을 본다. 두 사람처럼 군 지역 건보가입자 141만세대가 매달 1만5400원의 경감 혜택을 본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건보료 1조 누더기 경감 실태
수입차 2대 굴려도 77만원 경감
부과체계 개편 덕에 또 줄여줘
일자리 자금에다 건보료도 지원

서울 근교 경기도 양평군·가평군 같은 대도시 주변 군 지역, 도농복합 형태의 읍·면 지역에 소득이 높은 사람이 살아도 농어촌 주민으로 분류돼 건보료 경감 혜택을 본다. 1998년 도입돼 20년이 넘었다. 농어업인 경감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건보료 28%를 경감한다. 31만세대가 월 평균 4만원을 경감받는다. 재산 없이 소득만 있다면 연 소득이 8830만원 넘지 않으면 경감 받는다. 소득 4200만원, 재산 18억원 넘지 않으면 경감 대상이다. 이들은 김씨,윤씨가 덕을 보고 있는 농어촌 주민 경감 혜택까지 이중으로 받는다. 두 가지 경감을 합하면 건보료 50%를 적게 낸다.
 
유형별 건보료 경감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형별 건보료 경감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20가지 항목의 건보료 경감제도를 운영한다. 연 1조원을 깎아준다. <중앙일보 10월 15일자 8면 보도>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1978년 섬·벽지 주민 건보료 50% 경감 제도를 도입한 후 취약세대, 휴직자, 군인, 노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자 등으로 확대하면서 마구잡이식으로 경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농어촌 거주자+농어업인, 농어촌 거주자+노인·55세 단독거주 여성 등의 형태로 중복 경감하는 가입자가 80만세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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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개혁을 하면서 이중 경감을 방치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면서 지역가입자 550만세대의 건보료를 낮췄다. 그런데 종전부터 운영하던 경감 제도는 손대지 않았다. 이 중 농어촌 거주자 등 175만 세대는 종전처럼 월 238억원의 건보료 경감 혜택을 받았다. 군 지역에 사는 A씨는 지난해 6월 건보료가 38만8220원이었으나 농어촌 주민 경감 제도에 따라 30만2820원으로 22% 경감받았다. 7월 건보료 부과체계가 개편되면서 그의 건보료는 26만930원으로 또 줄었다. 김상희 의원은 “수십년에 걸쳐서 사회적 여건이 달라졌는데도 보험료 경감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데, 이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때 보험료가 인하되었는데도 경감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 부분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과체계를 개편하면서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줄인 것은 잘했지만 기존 경감제도와 정합성을 따져 조정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마구잡이식 건보료 경감 실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마구잡이식 건보료 경감 실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받는 사람도 건보료 경감 혜택을 본다. 34만2322명의 근로자가 1인당 평균 2만3350원의 경감 혜택을 본다. 가령 이 자금 지원의 받는 근로자 C씨의 월 보수는 150만원이다. 지난해 월 건보료 9만3600원을 내야 했지만 50% 경감돼 4만6800원만 냈다. 올해는 30% 경감돼 6만7830원을 낸다. 사업주도 같은 비율로 혜택을 본다. 자유한국당 유재중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까지 5147억원의 건보료가 경감됐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최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에게 경감 혜택이 공평하게 지원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의 요청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성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경감제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강릉·강화군·거제 등 기초자치단체 20곳도 저소득 주민들에게 건보료를 지원한다. 국외 근무자 24만여세대와 직장가입자 4만4000명은 건보료가 아예 면제다. 연 1690억원에 달한다. 재소자·현역사병도 면제 대상이다.
 
한국처럼 광범위하게 경감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드물다. 독일은 임의가입 자영업자, 학생·실습생, 군인은 경감하고 육아휴직자는 면제한다. 프랑스는 최저임금 근로자와 저소득층은 경감하고 16~26세 수습직원, 인구 1만명 이하의 저밀집지역은 면제한다. 보사연 보고서는 “보험료 경감제도가 부과체계를 보완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감제도의 역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자 농어촌 주민 건보료 경감을 없애기 위해 기준을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노인·한부모가정 등의 취약계층 경감기준인 ‘연소득 360만원 이하이면서 재산 1억3500만원 이하’를 적용하거나 농어업인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정감사 답변에서 “2022년 2차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까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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