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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대학이 기술혁신과 창업 생태계의 뿌리돼야”

중앙일보 2019.10.17 00:05 경제 5면 지면보기
장재수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술전략 전문가다.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시작,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신규사업기획그룹장, DMC연구소 기술전략팀장 등을 거쳤다. 강정현 기자

장재수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술전략 전문가다.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시작,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신규사업기획그룹장, DMC연구소 기술전략팀장 등을 거쳤다. 강정현 기자

고려대가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의 산실 스탠퍼드대의 ‘한국판’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3월 고려대 개교(1905년) 이래 처음으로 이공대 출신 정진택(기계공학 전공) 총장이 선임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그간 교수가 겸임으로 맡아오던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대표에 대기업 고위임원이 영입됐다. 올해 초까지 삼성그룹 미래기술육성센터장 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사무국장을 맡았던 장재수(57)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기술지주회사란, 대학 내 교수·학생들의 연구·개발(R&D) 성과를 창업이나 투자로 연결하기 위한 목적의 회사를 말한다. 지난 14일 고려대 자연계 캠퍼스에서 장 신임대표를 만났다.
 

장재수 고려대 기술지주 대표
삼성 미래기술육성센터장 출신
“대학의 시대적 역할 바뀌고 있어”

한국 대학의 기술지주회사 역사는 어떻게 되나.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오랜 기술지주회사의 역사를 통해 창업 생태계를 이끌어온 이스라엘·미국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2008년 설립된 한양대 기술지주가 국내 최초다. 고려대 기술지주도 2009년 9월 설립돼 이제 만 10년이 됐다.”
 
대학의 기술지주회사가 왜 중요한가.
“기업의 혁신 방법과 대학의 시대적 역할이 모두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세대 대학이 교육 중심이라면, 2세대는 교육과 연구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이제 3세대에서 대학은 기술 사업화를 통한 가치 창출의 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는 곧 기업의 혁신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기업이 자체 R&D를 통해 혁신을 꾀했다면, 이제는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내부 R&D 보다는 외부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기술 혁신의 방법을 바꾸고 있다. 결국 R&D의 근원인 대학과 연구소가 기술혁신의 뿌리로 등장한 것이다. ”
 
우리는 왜 이리 늦었나.
“우리나라의 산업적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그간 주력산업인 전기·전자·중화학공업 등이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했다. 선진국이 걸어온 길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우(fast-follow) 전략을 써왔기 때문에 기술창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대학 역시 이런 대량생산 체제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 정도에 그쳤던 셈이다.”
 
최근 한국의 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 수준이다. 그런데도 왜 성장동력이 식어가고 있을까.
“R&D과제 성공률 98%라는 말도 안 되는 성공률이 우리나라 문제의 현주소다. 미국 IBM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들은 얘기가 아직도 잊혀지지않는다. ‘연구과제의 성공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그곳 관계자에게 물었다. 요즘 말로 ‘뼈를 때리는’ 답이돌아왔다. ‘해당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이 연구 결과물의 성과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가 중요하다. 애초의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니라면 더 큰 문제다. 연구의 목표 세팅조차 제대로 못 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차마 한국 R&D 과제의 성공률이 98%라는 얘기는 하지 못했다.”
 
고려대 기술지주의 그간의 성과는.
“아직 성과를 말하기엔 이르다. 현금 122억원에 특허 현물을 합쳐 자본금 204억원으로 시작했다. 그간 총 42개의 회사에 투자했다. 일부 구주를 매각해 회수된 이익이 15억원 정도다. 다행이라면, 자본금으로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투자자를 불러 모으는 펀드 방식이라는 점이다. 투자 생태계가 나름 갖춰졌다는 얘기다. 깜짝 놀랄 혁신 기술에 바탕을 둔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기다려 달라.”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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