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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산, AWS와 손잡고 전사 클라우드 채택

중앙선데이 2019.10.16 10:00
 
두산그룹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전사적 클라우드 전환에 나선다.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 등 두산그룹 계열사를 모두 포함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클라우드 사업이다. 세계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인프라 환경이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제조 대기업 첫 클라우드 대전환
산업 체제 변화에 탄력적 대응 목표
아태 최대 사업 유치에 AWS·MS 사장 총출동
삼성·SK·롯데·한화도 클라우드 전환 속도 높여


 
두산은 10월 16일 클라우드 전환 비즈니스 파트너로 AWS-베스핀글로벌 컨소시엄을 선택하고, 현재 계열사별로 분리된 서버를 클라우드로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두산은 2022년 6월 말까지 3년에 걸쳐 회사가 보유 중인 서버를 AWS로 이전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2022년까지 전사적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2022년까지 전사적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1차이전은 올해 말부터 내년 3월까지다. 이와 더불어 기존에 사용 중이던 서버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옮겨 운영한다. 두산은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을 염두에 두고 DDI(Doosan digital innovation)이란 조직을 설립해 2017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검토했다. 이 프로젝트는 두산 최고디지털책임자(CDO)인 형원준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7년 두산에 합류한 형 사장은 삼성전자·SAP코리아 등을 거친 디지털 인프라 전문가다.

 
두산이 클라우드 전환에 나선 것은 경영환경과 업무체제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회사 업무는 끊임없이 바뀌고 시스템 변경 요구도 잦지만, 기업 시스템·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개발하는 데 2~3년이 걸린다. 오랜 시간 공들인 새로운 시스템은 현재의 업무 환경과 맞지 않아 내놓는 순간 구식이 돼 버리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업무 변화를 시스템에 쉽고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또 클라우드로 전환하면 서버 증설과 관리, 운영체제 구축 등의 수고를 덜 수 있다. 전사적 데이터·시스템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두산은 클라우드를 도입해 빅데이터 통합과 인공지능(AI) 도입, 신규 로보틱스 프로젝트 등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형 사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을 때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혁신이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각 계열사 고유의 버티컬 프로세스와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쉽게 만들 수 있어야 고객경험(UX)을 차별화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의 클라우드 전환에는 아마존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두 회사는 대표이사까지 출동해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고, 클라우드 운영 경험과 안전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AWS가 최종 선택을 받았다. AWS와 컨소시엄을 맺은 베스핀글로벌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컨설팅 및 리스크 관리, 서버 이전 등 두산 클라우드의 운영과 최적화를 맡는다. 국내 제조 대기업 중 전사적 클라우드 전환에 나선 것은 두산이 처음이다.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은 세계적 추세다. 애플은 전사적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한편 애플TV·스트리밍 게임 등 iOS와 함께 호흡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완성차 회사인 포드와 프랑스 명품 업체 루이뷔통도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이는 소프트웨어 환경이 빠르게 바뀌어서다. 예컨대 기존 시중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화면 구성이 복잡하고 느리다. 기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지문인증·외환거래 등 새로 추가되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무작정 덧붙인 결과다. 시중은행들이 핀테크 도입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에 비해 카카오뱅크 등 새로 나온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바일 서비스는 UX가 직관적이고 단순하며 사용하기 편리하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사용자 편의에 맞게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또 최근의 서비스 운영이 프로젝트 단위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네이버가 검색·라인·밴드·블로그·지도·쇼핑 등 여러 작고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성공 여부에 따라 존폐를 결정하듯 탄력적 서비스 운영이 중요해졌다.

 
산업 간 융·복합이 활발해진 점도 기업의 클라우드 전환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혁명 등으로 지난 4~5년간 다른 업종 간에 인수·합병(M&A)이 크게 늘었는데, 기업들은 서버·운영체제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 IT 인프라 장비를 빌려주는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플랫폼을 빌려주는 PaaS(Platform as a Service), 소프트웨어를 웹에서 쓸 수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환경을 통해 시스템 결합의 속도를 올리고 데이터 등 무형의 기초 자산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형 사장은 각 계열사가 고유의 서버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각 사가 화력발전소를 설치하고, 도시계획 없이 각각의 집과 도로를 지으며, 전자렌지 등 상용제품을 스스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전까지 주로 IT 분야 기업이 주로 도입하던 클라우드를 최근에는 제조 대기업도 들이고 있는 추세다. 롯데그룹도 10월 11일 열린 ‘정보화전략세미나’에서 롯데정보통신이 단독으로 진행하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주회사와 공동 추진키로 했다. 롯데는 모든 계열사에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 도입을 확대하고, 클라우드·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적자원관리(HR)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바꾸는 등 조직별로 시스템 전환에 나서고 있다. SK그룹도 계열사별로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으며, MS 등과 손잡고 클라우드 서비스, 콘텐트 사업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조 업체들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려면 클라우드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 공장을 하루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여기서 발생한 데이터를 수집, 관리하기 위해서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공장에서 발생한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통합해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한화테크윈의 경우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를 도입해 연 540분이었던 장애 발생 시간을 19분으로 단축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 베스핀글로벌 관계자는 “제조 업체는 클라우드 전환 때 비즈니스 혁신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는 물리 보안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물리 보안이란 산업스파이의 하드디스크 복제나 USB를 통한 데이터 탈취 등 물리적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킹 방어를 뜻한다. 클라우드는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에 모든 데이터가 저장되기 때문에 PC에는 데이터가 남지 않는다. 최근 경찰이 클라우드를 도입한 한 대기업을 압수수색 했다가 PC가 비어 있어 허탕을 친 해프닝도 벌어졌다.

 

다만 일각에선 사이버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클라우드가 커질수록 데이터가 집중돼 해커들의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릭 퍼거슨 트렌드마이크로 보안 리서치 부문 부사장은 지난 8월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클라우드에는 기업의 모든 기밀이 담기기 때문에 범죄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확장성이 무한해 암호화폐 채굴에도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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