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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할배처럼 입어야 해? 겉치레는 이제 벗어던져~

중앙일보 2019.10.16 10:00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52)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정말이다.
내키지 않는 근엄한 표정을 지어가며 느릿한 몸짓으로 점잔을 빼야 하는
그런 작위적인 행동은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중년을 넘어 고령인 일흔아홉 살이면
나이답게 점잖게 행동하라는 마누라의 지청구가 귀에 따갑지만
왠지 그러기엔 내 얼굴이 따갑게 달아오르기만 한다.
 
가까운 친척의 자녀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야 하는 나에게
마누라는 며칠 전부터 내 옷차림과 가벼운 몸짓에 대해
시간마다 틈틈이 교육하고 있다.
 
“제발 그 빈티지 청바지에 하얀 운동화는 신지 말아요.
그리고 바람막이 검정 점퍼에다가
그놈의 청색 운동모자까지 쓸 거 아니야?”
“쓸데없는 잔소리! 내 스타일대로 입겠다는데 웬 잔소리!”
“아휴~ 제발 나잇값을 해야지!”
 
마누라는 끝내 내 고집을 꺾지 못한다는 것을 지레 알면서도
습관대로 계속 지청구를 퍼붓는다.
물론 마누라의 지청구가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말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또 똥고집을 부린다.
“그래, 나이 먹었다고 해서 내가 자기 말대로 늙은이답게
느릿느릿 걸으면서 할배 행세를 꼭 해야만 하겠어?
아직은 허리가 굽어지지 않았잖아.
걸음도 빨리 걸을 수 있어.
내가 편한 신발에 자유로운 옷차림이 어때서?
자신에게 불편한 겉치레는 이젠 벗어날 나이도 되었잖아”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마누라는 삐져있는지
아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는다.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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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춘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필진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 신문사 미술부장으로 은퇴한 아트디렉터. 『여보야』 『프로포즈 메모리』 『우리 부부야? 웬수야?』 『썩을년넘들』 등을 출간한 전력이 있다. 이제 그 힘을 모아 다시 ‘웃겼다! 일흔아홉이란다’라는 제목으로 노년의 외침을 그림과 글로 엮으려 한다. 때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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