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기어때' 팔아 현금 1500억원···"숨겨진 욕구 찾아 떠난다"

중앙일보 2019.10.15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여기어때 창업자인 심명섭 전 대표. 그난 지난달 여기어때의 지분 약 50%를 글로벌 사모펀드 CVC 캐피탈에 매각해 1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사진 위드웹]

여기어때 창업자인 심명섭 전 대표. 그난 지난달 여기어때의 지분 약 50%를 글로벌 사모펀드 CVC 캐피탈에 매각해 1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사진 위드웹]

 
3000억원.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 CVC캐피탈로 주인이 바뀐 종합숙박 및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인 ‘여기어때’의 기업 가치다. 여기어때 창업자인 심명섭(42) 전 대표는 자신의 지분 약 50%를 매각해 1500억원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국내 서비스 플랫폼 분야에서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에 지분 전량을 매각한 첫 사례이자, 최대 금액이다. 이에 대해 심 전 대표는 “더 큰 도전을 위한 시드머니를 확보한 것”이라며 “난 연쇄 창업가다. 글로벌 시장으로 바로 진출이 가능한 서비스 플랫폼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심 전 대표를 만나 여기어때의 매각 스토리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창업 5년 만에 떠난 심명섭 전 대표
“웹하드 음란물 논란에 투자 무산
오너리스크 피해 없애려고 매각
그렸던 그림의 1% 밖에 못 이뤄
난 연쇄창업가 글로벌 진출 준비”

 
 창업한 회사를 5년 만에 떠났다. 소감은.
“지난해 CVC캐피탈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위해 실사하는 과정 중 웹하드 논란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협의가 중단됐다. 이후 협상이 재개됐는데 투자사에서 오너리스크 때문에 투자할 수 없다고 했다. 원년 창업 멤버의 경영 복귀 요청도 있었지만, 오너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투자받는 방법은 매각밖에 없더라. 매각 협상 중 2번 정도 복귀를 결심하고 마음이 바뀌어서 9개월 동안 협상을 끌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내려놓으니까 후련하다.”
 
목표했던 여기어때의 기업가치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보나.
“모텔로 시작해 종합 숙박으로 왔고, 액티비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잠자는 거 빼고는 다 액티비티다. 오프라인 전부를 연결하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가는 그림을 그렸다. 그렸던 그림의 1%밖에 이루지 못했다. 아쉬움이 있다. 중소형 호텔(모텔)의 국내 시장 규모는 16조원이다. 5년 동안 여기어때를 통해 예약 활성화를 끌어냈지만, 시장의 2% 수준밖에 못 왔다. 그만큼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CVC가 이런 국내 중소형 호텔 시장의 규모와 성장 잠재력을 보고 베팅을 했다고 분석한다.”
 
여기어때 창업자인 심명섭 전 대표. [사진 위드웹]

여기어때 창업자인 심명섭 전 대표. [사진 위드웹]

 
심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자신이 세웠던 회사가 과거 지분을 보유했던 웹하드 업체를 통해 음란물 유통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일로 그는 여기어때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해당 회사 지분도 모두 매각했다. 지난 8월 검찰은 심 전 대표의 음란물 유통 방조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창업부터 지분 매각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여기어때 사명은 ‘고객이 좋은 숙소에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었다. 회사에 있을 때 좋은 숙소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고객의 편지가 매월 수 백통 쏟아졌다. 안심 예약제 때문이다. 중소형호텔이나 펜션은 오버 부킹이 한 달에 3000건에 달하기도 했다. 예약하고 갔는데 방이 없다며 문전박대를 당하는 고객이 3000명이었다는 의미다. 비용을 들여서 예약한 숙소에서 쫓겨난 고객에게 인근에 있는 더 좋은 숙소를 제공했다. 매월 1억 5000만원의 비용을 들였고, 업계에서도 자정 노력을 했다. 고객의 편지를 프린트해서 전시했다. 그 편지를 보면서 창업 잘했고, 운영하는 맛도 느꼈다.”
 
여기어때가 단시간 성장한 비결인가.
“여기어때를 창업하면서 시장과 고객의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고객에 집중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걸 제공했다. 안심 예약제처럼 모텔 인식 개선을 위한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호텔처럼 모텔도 예약하면서 연박이 가능하고, 오버 부킹 문제가 해결되자 폭발적으로 예약 활성화가 됐다. 지난해 여기어때의 예약 거래액은 3000억원 정도였는데 올핸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잡기 위한 솔루션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자는 단순한 정책이 성장의 비결이다. 평범하지만 중요한 얘기다.”
 
[사진 사이트 캡처]

[사진 사이트 캡처]

 
여기어때는 출시 5년 만인 지난달 누적 예약 2000만건, 누적 거래액 1조 2000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어때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300만이며 2017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여기어때의 사용자는 1000만명, 누적 다운로드 수는 2400만 건으로 집계됐다.  
 
숙박 산업과 여기어때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규모나 성장 잠재력, 접근성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배달의 민족도 끊임없이 성장한다. 예약 점유율이 계속 올라가기 때문이다. 1000만명이 사용한다면 국민 앱이라고 본다. 소비재에서 과자 매출이 1000억원이면 국민 과자 아닌가. 글로벌 시장에서 숙박 앱 경쟁자는 많지만, 액티비티 시장은 아직 주목받는 기업이 없다. CVC가 글로벌 액티비티 시장을 선점한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여기어때는 국내 5만여 개의 숙박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종합숙박 O2O 기업이다.

여기어때는 국내 5만여 개의 숙박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종합숙박 O2O 기업이다.

 
다음 계획은.
“매각 후 “돈 많은데 왜 계속 일 하냐”란 얘기를 듣는다. 돈을 버는 목적으로 사업을 하면 인생이 재미없다. 사람의 숨겨진 욕구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로 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서비스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수많은 창업가가 쏟아진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첫째는 세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두 번째는 혼자 가는 것보다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는 동료를 찾아야 하는 것, 세 번째는 언제든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멘토나 자문단을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의 돈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투자를 받았다고 차를 바꾸거나 하는 거다. 투자자의 돈을 쓸 땐 철칙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