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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산다고, 55세 여성 혼자라고…건보료 한해 1조 깎아줬다

중앙일보 2019.10.15 00:05 종합 8면 지면보기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자를 비롯해 20개 항목 해당자 2000만여 세대에 연간 1조원가량의 건강보험료를 경감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업·폐업한 사람들의 건보료를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무분별하게 조정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작년 총 2805만 세대 경감 혜택
일자리 안정자금 대상자도 할인
“마구잡이 경감제도 개편해야”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13일 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 자료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수십 년간 건보료를 경감하거나 민원이 제기되면 보험료를 조정하는 등 마구잡이식으로 건보료를 깎아주고 있다”며 “건보료 경감 제도를 시대에 맞게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윈실 자료에 따르면 1978년 섬·벽지 주민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건보료를 50% 깎아주기 시작했다. 98년에 농어촌 거주 세대로 확대했다. 그해에 노인, 한부모가족, 55세 이상 여자 단독세대, 소년소녀가장, 장애인·국가유공자, 장기수용자, 만성질환자, 화재·부도·경매 세대, 재난지역 거주 세대 등도 경감하기 시작했다. 2007년 휴직자(육아휴직자 포함), 임의계속가입자, 2012년 화재 등 피해 사업장 근무자, 직장가입자 군인으로 확대했고, 2014년 세월호 피해자, 개성공업지구 가입자,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대상자 등에게도 일정 기간 경감 혜택을 줬다.
 
건보료의 10~50%를 깎아준다. 섬·벽지 주민, 휴직자(육아휴직자), 임의계속 가입자(직장 은퇴자) 등은 50% 경감한다. 여러 대상자 중 농어촌 거주자가 1730만 세대로 가장 많다. 지난해 2613억원을 깎아줬다. 65세 이상 노인도 668만 세대에 달한다. 경감 금액이 가장 큰 대상자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은 104만7000세대이며 지난해 2928억원의 혜택을 봤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2805만4000세대(953만 세대는 중복 경감)가 경감됐다. 경감 대상자는 매년 느는데, 지난해는 2016년보다 32만 세대 늘었다. 지난해 경감된 건보료는 1조648억원이며 건보료 수입(국고지원금 제외)의 1.98%를 차지한다.
 
김 의원은 “경감 대상자 중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계층이 있다”며 “하지만 대표적 경감 대상인 취약계층의 경우 지난해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바꿀 때 ‘평가소득 보험료’를 없애고 재산·차 건보료를 줄였다. 덕분에 1인당 월 보험료가 4만8690원에서 3만7527원으로 줄었는데도 종전 경감 제도를 적용해 또 10~30%를 깎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A씨는 지난해 1927만원의 소득이 발생했다(국세청 자료). 올해 들어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3월 폐업 신고를 했고, 소득이 0원이 됐다. 월 건보료가 14만7960원에서 1만3550원으로 내려갔다. 건보료는 원래 전년 소득에 대해 올해에 매긴다. A씨 건보료는 지난해 소득에 부과할 수 없게 됐다. 건보료 조정제도 덕분이다. 지역가입자가 건보공단 지사에 휴·폐업이나 해촉 등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보험료를 깎아준다. 해촉증명서는 보험모집인·학원강사·프리랜서 등이 일이 없어졌음을 증명하는 일종의 퇴직 증명 서류다.
 
김 의원은 “당장 납부 능력이 없다면 보험료 조정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건보공단이 항변하지만, 해촉증명서 한 장만 받고 납부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50만4096건의 건보료를 조정했는데, 이로 인해 소득금액 13조2080억원에서 3조4067억으로 줄었다.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이 10조원 줄어 건보료를 매기지 못했다.
 
김 의원은 “건보료 경감·조정 제도를 정비해 재정을 확보,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담 완화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산 건보료 공제액을 500만~12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려 지역가입자 건보료를 월 1618억원(연간 1조9416억원) 덜자고 한다. 또 전세나 월세금을 추정해 건보료를 직권 부과하는 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지금은 지역가입자 369만 세대의 전월세를 216조원으로 임의로 추정해 건보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입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고, 건보료 상한제 폐지를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되려면 통장에 10억원이 들어있다는 것인데, 여기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쪽으로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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