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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 46년 만에 폐지…법조계 “왜 부산 아닌 대구에 남기나”

중앙일보 2019.10.15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한때 거악(巨惡) 척결의 상징으로 불렸던 전국 검찰청의 특수부가 서울중앙지검·광주지검·대구지검에만 남고 모두 사라진다.
 

조국이 발표한 검찰 개혁안
명칭 반부패수사부로 바꾸고
서울·대구·광주 세 곳에만 남겨

법조계 “부산 특수부 관할 부울경
단체장 모두 여당인 건 우연이냐”

서울과 호남, 영남 각 1개 검찰청 특수부를 제외한 수원·인천·부산·대전지검의 특수부는 형사부로 전환된다.
 
조국(54) 법무부 장관은 14일 검찰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 뒤 사퇴했다.
 
전국 3개 청에만 특수부를 남기는 이번 방안은 앞선 지난 1일 윤석열(59)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 방안으로 발표한 것으로, 이를 조 장관이 수용한 것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1973년 신설된 특별수사부란 명칭도 46년 만에 반부패수사부로 변경키로 했다. 지난 8월 공안부가 56년 만에 공공수사부로 전환된 데 이어 특수부란 명칭 역시 검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대구 존치는 법무부 아닌 대검 제안
 
조 장관은 이와 함께 ▶법무부의 검찰 1차 감찰권 강화 ▶심야조사 금지 등 인권보호 수사규칙 제정 ▶피의사실 공표 금지 방안 10월 중 제정 등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연내까지 대검에 위임된 ▶국가송무사무 법무부 환원 ▶법무부 탈검찰화 확대 ▶검찰 사건 배당 방식 개선 ▶변호사 전관예우 근절 방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속 추진 과제로 ▶검찰 인사평가 방식 투명화 ▶형사·공판부 강화 등도 포함됐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는 윤 총장의 전임자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부터 검찰이 내부 개혁과제로 추진했다.
 
하지만 이날 조 장관 발표에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 및 축소 주요 내용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 및 축소 주요 내용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가 맞는 방향일지라도 적정한 협의와 토론·대안 없이 검찰 특수부를 졸속으로 폐지한다는 비판과 함께 특수부가 서울·광주·대구지검 3개 청에만 남는 근거와 통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과 검찰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선 “영남 지역에서 특수수사 수요가 높은 부산이 아닌 왜 대구에 특수부가 남는지 의아하다”는 말이 나온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영남 지역에 특수수사 수요는 대구가 아닌 부산이 훨씬 더 높다”며 “어떤 통계와 근거, 기준을 갖고 정부가 이런 정책을 발표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조 장관의 발표는 지난 1일 윤 총장이 특수부 축소 방안을 제안한 지 단 2주 만에 확정됐다.
 
법무부와 대검, 청와대·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 간의 협의는 지난 주말 단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12일 토요일엔 법무부와 대검의 업무 협약식이 있었고, 13일 일요일엔 당·정·청 간 검찰 개혁 방안 협의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 개혁 업무를 맡았던 검찰 출신 변호사는 “졸속이란 표현이 아니고선 현재 진행되는 특수부 축소 방안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일본이 3개 검찰청에만 특수부가 있으니 우리도 일본을 따라서 3개 청만 남기겠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전국의 부패범죄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수부가 축소될 때 웃는 것이 일반 시민일지 아니면 범죄자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칭 바꿔도 특수수사 안 없어질 것”
 
조 장관의 이날 발표에 조 장관 임명 뒤 발족한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 위원들도 내심 당황하는 눈치다.
 
위원회의 한 위원은 “우리가 권고하면 이를 법무부가 받아들여 발표하는 게 순서 아니었느냐”며 “장관도, 대검도 경쟁하듯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니 조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에 부산지검이 아닌 대구지검에 특수부를 남기는 방안을 먼저 제안한 것은 법무부가 아닌 대검이었다고 한다.
 
부산지검엔 현재 외사부를 포함해 관세와 항만 관련 전문 수사 부서 등 전문화된 형사부가 있지만 대구엔 일반 형사부와 특수부만 있어 대구에 특수부를 존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부산지검과 대구지검의 특수부는 중요도와 비중으로 따지면 부산이 10배 가까이 더 중요하다”며 “부산지검 특수부가 관할하는 부산과 울산, 경남 모두 여당 시장과 지사들이 있는데 이를 우연이라 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대검은 특수부를 전국에 3개 청만 남기게 되면서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나머지 검찰청은 “남북이 아닌 동서를 기준으로 가르는 ‘지역 안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특수부가 사라지는 수원과 인천, 대전지검 등에는 형사부가 전문화된 산업·마약·특허 관련 전문 수사 부서가 있다”며 “종합적으로 따졌을 땐 서울과 광주, 대구에 특수부를 남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한 거악 척결 등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는 수사의 경우 과거 김학의 수사단, 세월호 수사단처럼 검찰이 별도의 특별수사단을 차려 특수부 축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검찰의 입장에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특수부가 축소되고 명칭이 사라져도 검찰이 각 청의 전문 형사부를 통해 직접수사, 특수수사를 계속하겠다는 것처럼 들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특수부가 폐지되고 명칭이 바뀌더라도 특수수사를 통해 인정받고 승진하는 검찰 내부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특수란 이름만 사라진 검찰의 특수수사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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