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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걷기·타기 애매한 곳까지 신나게…관련 규정 미비, 안전운행 숙제

중앙일보 2019.10.15 00:02 1면 지면보기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라스트 마일(Last Mile·최종 구간 이동) 모빌리티’서비스가 화제다. 걷기엔 다소 멀고 차를 타기엔 가까운 애매한 거리를 편안하게 이동한다는 개념의 이동 수단이다. 이제 막 열린 시장이지만 스타트업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과 유수의 해외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동 킥보드 시장은 크게 공유와 자가 형태로 나뉜다. 20·30대에게 핫이슈로 떠올랐지만 관련 법규가 갖춰지지 않아 사고 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동 시간 단축, 저렴한 가격
짜릿한 재미로 이용자 증가세
편리성 높인 전동 킥보드 인기

 
연세대에 재학 중인 김현도(24)씨는 올해부터 공유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서울 지하철 신촌역에 내려서 캠퍼스까지 10분 넘게 걸리는 애매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인근에 정차된 전동 킥보드를 찾아 공유 앱을 실행한 뒤 QR코드를 인식하면 잠긴 바퀴가 풀리면서 시동이 걸린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면 차로와 인도, 골목길을 종횡무진 누비며 질주할 수 있어 10분 넘는 거리를 5분 내로 단축할 수 있다. 오토바이처럼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김씨는 “그동안 학교 안까지 이동하기 불편했는데 킥보드 덕에 편해졌다”며 “재미도 있어서 계속 이용하게 된다”고 반겼다.
 
전동 킥보드는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재미적인 요소와 저렴한 가격(국내 업체 1분당 100원 정도, 해외 업체 1분당 180원 정도) 덕분에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친환경 에코 교통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미래 도시의 운송 대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친환경 운송 수단으로 떠올라

현대·기아자동차의 접이식 일체형 킥보드

현대·기아자동차의 접이식 일체형 킥보드

전동 킥보드는 충전식 배터리로 움직이므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싱가포르 등 전 세계적으로 전동 킥보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로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시장은 2016년 6만여 대에서 2020년에는 약 20만 대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동 킥보드의 원조’로 불리는 라임과 싱가포르의 빔 모빌리티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유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전동 킥보드는 유동인구가 많고 대학가처럼 인구가 밀집한 지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초창기엔 서울 도심을 거점으로 시작해 최근엔 인천 송도, 경기도 수원, 대구 등 지방으로 퍼지고 있다.
 
공유 킥보드 업체인 지바이크의 윤종수(38) 대표는 “상권·대학가·주거가 섞여 있는 서울 마포 지역의 경우 대학생과 일반인의 이용자 비율이 50대 50이며, 20·30대가 90% 이상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1500대의 공유 킥보드를 운영하고 지바이크(사진)는 이용 고객 성비가 남성과 여성이 비슷하다. 1일 평균 대당 운행 횟수는 6회 수준이다. 또 다른 국내 킥보드 공유 업체인 킥고잉의 연령대별 고객 비중도 20·30대에 몰려 있지만 40대 비율도 12%다.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충전

자동차 업계도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이동을 책임지겠다는 ‘토털 모빌리티 솔루션’을 기치로 내걸며 자가 전동 킥보드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이들 전동 킥보드는 평소 자동차에 싣고 다니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가벼운 무게와 접이식을 적용한 것이 공통점이다.
 
차 트렁크에서 충전까지 할 수 있는 ‘빌트인’ 타입도 나왔다. 접은 채로 차량 트렁크에 보관하며 충전하다가 라스트 마일을 갈 때 꺼내 타는 방식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 8월 공개한 킥보드는 자동차 운행 시 발생하는 전기로 자동 충전된다. 무게 7.7㎏에 한 번 충전하면 20㎞가량 달릴 수 있다. 푸조의 전동 킥보드 ‘e킥 스쿠터’는 1시간 완전 충전하면 12㎞까지 달릴 수 있다. 무게는 8.5㎏이고, 암 핸들 바(Arm-Handlebar) 방식을 적용해 휴대하기 편한 크기로 접을 수 있다. 반면 공유 전동 킥보드는 4~7시간을 충전해야 완전 충전이 가능하며 완충 시 40~50㎞를 달릴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명확한 규정 없어 안전사고 유의

전동 킥보드는 현행법상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전동 킥보드는 동력으로 움직이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되지만 세부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오토바이처럼 원동기나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탈 수 있다. 또한 헬멧을 착용해야 하며 반드시 차로로 달려야 한다.
 
하지만 규정은 유명무실하다. 대다수 이용자가 안전장치 없이 인도에서 주행해 사고 위험이 뒤따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6년 84건에서 지난해 233건으로 급증했을 정도다.
 
법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새로운 모빌리티에 적용할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전기자전거 범주로 분류해 내년 4월 전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각계 입장차와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국내에서 돌아다니는 공유 킥보드는 전량 수입되며 속도가 최대 시속 25㎞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자가 전동 킥보드는 제한속도를 높이는 불법 튜닝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 진출한 해외 업체는 공유 킥보드의 24시간 운영을 고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야간 운행과 음주 운전에 따른 사고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자가 킥보드는 관련 보험상품이 없어 사고 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
 
김환희 킥고잉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오후 8~10시에 앱을 실행하면 이용자의 모바일에 ‘음주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뜬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용자의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글=김두용·정심교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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