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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조국'의 35일, 조국은 개혁과 분열 무엇의 불쏘시개였나

중앙일보 2019.10.14 17:27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14일 사퇴했다. 지난달 9일 임명된 그의 임기는 35일이었다. 조 장관은 이날 퇴임사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임명도 사퇴도 예측할 수 없었던 조국의 행보
조국 "저는 검찰 개혁위한 불쏘시개"

조 장관의 임명과 사퇴, 그리고 그사이의 과정은 모두 한국 정치와 법조계의 역사를 새로 쓴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조국의 35일 관행과 전례 모두 무너졌다 

인사청문회 전 검찰 특수부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돌입한 것도, 청문회 당일 장관 후보자의 아내가 기소된 것도,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이 압수수색 당한 것도, 현직 장관의 부인과 아들·딸, 동생, 처남 등 사실상 모든 가족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은 것도 조 장관이 최초였다. 
 
법무부 장관의 거취와 검찰 수사 및 검찰 개혁 방안을 두고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그리고 또다시 서초동에서 두 진영의 시민들이 촛불과 태극기를 들게 한 것도 조 장관이 최초였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아래)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아래)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분열된 한국 사회의 시민들은 조 장관 임명 뒤 이념과 진영, 세대에 따라 또 한번 분열됐다"며 "조 장관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아니라 국민분열의 불쏘시개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네이버 검색 결과를 통해 분석한 조국의 시간 

중앙일보는 조 장관의 긴박했던 지난 35일의 임기와 조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보낸 30일의 시간을 되돌아가 봤다. 그 과정에서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 데이터를 참조했다. 
 
조 장관은 임명 한 달 전인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조국 검색 결과에 따르면 조 장관이 지명된 뒤 8월 19일부터 논란이 불붙어 8월 20일에 조국 검색량이 1차 정점을 찍는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분석한 조국 장관 관련 검색 결과. 8월 20일 1저자 논란과 9월 6일 정경심 교수 기소, 9월 9일 조국장관 임명 때 조국 검색량이 각각 정점을 찍었다. [네이버 네이터렙]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분석한 조국 장관 관련 검색 결과. 8월 20일 1저자 논란과 9월 6일 정경심 교수 기소, 9월 9일 조국장관 임명 때 조국 검색량이 각각 정점을 찍었다. [네이버 네이터렙]

8월 19일은 조 장관 일가 관련 웅동재단과 사모펀드 의혹이 터져나왔을 때고 20일은 조 장관의 딸 조민씨의 단국대 제1저자 논문 논란이 제기됐을 때다. 
 

1저자 논란, 정경심 기소, 조국 임명 때 검색량 정점  

그 이후엔 조 장관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을 때마다 '조국' 검색량이 급증했다.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던 9월 6일 조 장관 관련 네이버 검색량은 제1저자 논란이 나왔던 8월 20일의 약 2배에 달하게 된다. 
 
검찰은 이날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공소시효 만료를 기소 이유로 들었지만 여권에선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명에서 사퇴까지 ‘조국 전쟁’ 66일, 무슨 일 있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명에서 사퇴까지 ‘조국 전쟁’ 66일, 무슨 일 있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난 8월 9일부터 10월 13일까지 네이버에서 조국 검색량이 최대치를 찍은 것은 9월 9일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아직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14일 조 장관 사퇴 검색량도 이에 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논란 속 임명된 조국의 검찰개혁 속도전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검찰 개혁을 하겠다"며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김남준 위원장)를 발족했고 3개 검찰청을 방문해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인터넷으로 검찰개혁에 관한 국민제안도 받았다. 
 
그리고 9월 23일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의 역사상 첫 압수수색이 11시간가량 진행됐다. 조 장관은 이날 압수수색 팀장을 맡은 검사에게 전화로 "압수수색을 신속히 해달라"고 요청하며 수사 외압 논란을 낳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압수수색 5일 뒤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여권 지지자들의 첫 촛불 집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회 이틀 뒤인 9월 30일 윤석열(59)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 방안을 내놓으라고 직접 지시한다. 
 
윤 총장은 10월 1일부터 4차례에 걸쳐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한다. 대검은 조 장관의 수사가 검찰 개혁을 방해할 목적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려 했다. 
 
조 장관이 14일 발표한 '검찰 특수부 3개 청 축소'도 윤 총장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첫 촛불집회 이후 10월 3일엔 광화문에서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맞불 집회가 열렸다. 이후 주말과 공휴일마다 서초동과 광화문에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조국 찬반 집회를 열었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범보수단체 주최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범보수단체 주최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아내와 자녀, 동생과 조카까지 모두 수사대상

그 과정에서 이미 기소된 정경심 교수는 14일까지 5차례 검찰에 소환됐고 딸과 아들은 9월에 각각 2차례와 1차례 검찰조사를 받았다. 조국 직계 가족의 검찰 소환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돼 특혜 논란을 낳았다. 검찰은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를 구속기소했고 조 장관의 동생 조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당한 상태다.
 
조 장관은 임기 중 조기 사퇴 가능성을 한번 정도 넌지시 내비쳤다. 지난 8일 조 장관이 직접 검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을 때였다.
 
조 장관은 이날 검찰개혁을 발표하며 8일부터 당장 시행할 계획과 10월 중 마무리할 '신속 과제' , 연내 마무리할 '연내 과제'를 발표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압수물품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압수물품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조 장관은 이날 발표문에서 "신속과제는 제가 직접 챙길 것"이라 말했다. 그 신속 과제가 지난 주말간 대검·법무부와 당정청 협의를 거쳐 14일 발표된 검찰 특수부 축소 등 검찰개혁 방안이다. 
 
연내 과제의 남은 시간도 3개월에 불과한 상황에서 조 장관이 "신속 과제는 직접 챙기겠다"고 한 것은 이날 조 전 장관의 조기 사퇴의 유일한 실마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조국 개혁, 모두 돌이킬 수 있는 것" 

조 장관의 사퇴를 두고 법조계에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조 장관은 "돌이킬 수 없는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날까지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은 모두 비입법과제로 정권이 바뀌면 돌이킬 수 있는 것들이다. 
 
아직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향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향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개혁을 바라는 조국 지지자 입장에선 지금 사퇴가 너무 이르고, 조국을 반대하는 입장에선 너무 늦은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국은 정부 입장에서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며 "조국을 지키려 문재인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이를 다시 바로잡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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