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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과 설전벌인 강훈식 "일자리 8000개라도 대통령은 현장 가야"

중앙일보 2019.10.14 05:00
‘조국 대전’이 계속되던 주말 변방에서 작은 전투가 벌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충남 아산 지역구의 초선 강훈식 민주당 의원의 설전이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 협력 협약식'에 참석했던 게 설전의 도화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해 EV기술팀 중착라인 근무자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해 EV기술팀 중착라인 근무자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13조 원대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축사를 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이름을 부른 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11일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취임 후 3번째 삼성 공장 방문이고 이 부회장과 9번째 만남”이라며 “민심에도 벗어나고 (이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또 “모든 기업의 투자 결정은 오직 기업 자체의 성장과 수입 전망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국정 지도자가 투자를 애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기업들이 자신들의 투자를 사회를 위한 것으로 호도하면서 이를 볼모로 세제 지원이나 특혜성 규제 완화 등 과도한 요구를 국민에게 떠넘기곤 한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공장 방문을 ‘애걸’했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한 말씀해야겠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강 의원은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이 부회장이 재판 중이라서 마주침조차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문 대통령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한 사람의 일자리라도 더 필요한 대한민국에서 ‘삼성의 지은 죄’ 때문에 산업현장을 대통령이 기피하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느냐”고 맞섰다. 이번 투자로 8만여 개의 유관 일자리가 새로 생길 전망이라는 점, 13조원은 올해 들어 단일 기업이 발표한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이라는 점 등을 짚고 난 뒤에 한 이야기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중국의 추격과 일본과의 무역분쟁 등을 언급한 뒤 강 의원은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대한민국 대표기업 경영자와의 만남을 ‘밀월’로만 이해한다는 점에서 조선일보의 해석과 심 대표의 주장이 닮았다”고 꼬집었다.
지난 5월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민주당 강훈식 의원.
지난 5월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민주당 강훈식 의원.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심상정 대표 김경록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심상정 대표 김경록 기자
 
그러자 12일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고약한 말본새”라며 “대통령이 기업 현장에 방문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대상이 왜 삼성에 집중되느냐와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으로 대법원 선고를 앞둔 이 부회장을 9차례나 만날 이유가 있냐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논쟁은 여기서 끝났다. 추가 반박에 나서지 않은 강 의원을 13일 국회에서 만났다.  
 
왜 논쟁을 중단했나
“두 분의 이어진 발언으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제를 대하는 관점의 차이가 명확해졌다. 판단은 이미 국민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에게 공장방문을 애걸했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격려 방문을 희망하는 삼성 측의 의사를 확인한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의 반응은 ‘재판 중인 이 부회장을 너무 자주 만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청와대를 여러 경로로 설득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분야를 정면으로 겨냥했고 그 공세가 시작된 지 100일을 맞는 상황에서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 독립을 추진해 온 대통령이 디스플레이 분야의 대규모 투자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삼성만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도 힘이 되는 행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심 대표는 ‘조국 국면’ 전환용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의 발은 메시지이자 의지의 표명이다. 8만 개가 아니라 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현장에도 대통령은 갈 수 있다면 가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 지상과제라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인이라면 격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논란될 일이 아니다.”
 
정주 여건 마련이 기업 투자를 견인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공장이 서면 사람이 몰려들어 쪽방에서라도 사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에 공장도 들어설 수 있다. 무역분쟁을 일으킨 일본에 대한 분노를 잠시 내려놓고 보면, 일본 정부는 총리 직속으로 균형발전 TF를 두고 기업이 투자한다는 지역에 거주ㆍ교육ㆍ의료ㆍ교통ㆍ문화 인프라를 패키지로 지원한다. 고급 인재가 살 만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지역엔 혁신 기업도 들어설 수 없다는 걸 알아서다.”
 
아산 신도시 재추진과 삼성 투자가 맞물렸다.
“2016년 총선 공약으로 ‘삼성의 추가 투자 유치’를 내세웠고, 지난해 지역 언론과의 신년 회견에서 아산 신도시 재추진을 약속했다. 신도시 추진의 키를 쥔 LH 공사는 처음엔 ‘미분양이 뻔한데 왜 신도시를 지어야 하느냐’는 입장이었다. '정주 여건이 마련돼야 기업도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다'고 LH를 설득했고 이후 삼성과 LH 사이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상호 의사를 확인해가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지난 5월 LH가 아신 신도시를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한 게 그 결과였다.”
 
10일 행사장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 부회장과 조우했다.  
“이 부회장은 (부총리와 나에게)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부총리께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홍 부총리는 ‘소재ㆍ부품 산업은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협약식이 끝난 뒤 조우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왼쪽), 강훈식 의원(가운데),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 [강훈식 의원 페이스북]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협약식이 끝난 뒤 조우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왼쪽), 강훈식 의원(가운데),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 [강훈식 의원 페이스북]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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