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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올 4·27 선언 이행 예산 4770억…9월까지 111억밖에 못 썼다

중앙일보 2019.10.14 05:00 종합 2면 지면보기
 정부가 지난해 4ㆍ27 판문점 선언(남북정상회담) 이행을 위해 책정한 올해 예산 4770여 억원 중 실제 집행률은 2.3%(9월 말 현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정현(무소속)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분석을 의뢰한 자료(판문점 선언에 따른 남북협력사업 이행 현황)에서다. 이 의원은 “분석 자료가 판문점 선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9ㆍ19공동선언은 판문점 선언을 구체화하고 있고 올해 예산은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이행하기 위한 예산 내역으로 볼 수 있는데, 예산 집행률이 상당히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난해 판문점 선언 이행 위해 4770억 1100만원 확보
지난 9월말 현재 집행은 110억 3800만원 뿐, 집행률 2.3%
남북관계 단절이 원인, "예측가능한 남북관계 되도록 관리해야"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철도ㆍ도로 연결 등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업을 이행하기 위해 올해 4770억 110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무상) 사업에 1864억원,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융자) 1087억원, 산림협력 1137억원, 사회문화체육 교류 205억원, 이산가족 상봉 395억, 남북공동 연락 사무소 운영 83억원 등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4712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는데,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산가족화상상봉 10억 6700만원, 이산가족화상상봉장 설치 48억원 등이 늘어났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이정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9월 말 현재 정부가 집행한 내역은 남북 공동 연락 사무소 운영비 46억3000만원 ▶교육학술협력 지원(겨레말큰사전 편찬) 20억 8900만원 ▶인적왕래 기타협력 지원 8억7100만원 ▶이산가족 유전자검사 7억6900만원 ▶화상상봉장 설치 27억 7900만원이 전부다. 전체 예산 중 예산 집행률은 2.3%다. 그나마 경상운영비에 속하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운영비를 제외하면 순수 사업비 집행률은 1.36%로 낮아진다. 정부가 예산을 배정받고도 사실상 ‘거의’ 사용하지 못한 셈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북측이 남북 회담 등에 나오지 않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철도ㆍ도로 연결 사업 등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 진전되지 않은 결과”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언제든지 집행률은 올라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철도ㆍ도로 현대화나 이산가족 상봉, 이산가족 상봉장 관련 사업 등 북측과 협의가 이뤄져야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집행률은 ‘0’인데, 지난해와 달리 북한과의 관계 단절이 이유라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과 협의를 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예산 집행률 역시 저조한 상황이다. 3.1운동 100주년 행사(6억원 중 0원 사용), 이산가족 유전자 검사 등 기반 조성 예산(21억 8600만원 중 7억 6900만원 사용), 겨레말 큰사전 편찬(36억3000만원 중 20억 89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남북관계는 언제나 변할 수 있고, 상대방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예산집행률이 2.3%라는 건 정부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라며 “예측 가능한 남북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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