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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뜬 태양광 모듈 8000개…"녹조 대신 치어떼 몰려든다"

중앙일보 2019.10.14 01:00 종합 16면 지면보기
충북 충주시 충주호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소. [한국수자원공사]

충북 충주시 충주호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소. [한국수자원공사]

10일 오전 충북 충주시 충주호(청풍호) 월악나루.
배를 타고 5분 정도 달리자 인공섬처럼 호수 위에 떠 있는 태양광 모듈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자원공사 청풍호 수상발전 2년
태양광 모듈 생태계 파괴 우려엔
“녹조도 수질 변화도 없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소다.
 
접안 시설에 배를 대고 물 위에 떠 있는 부력체 위로 올라서니 8000여 개의 태양광 모듈이 1.5m 이상의 간격을 두고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발전소 면적은 3만 7000㎡로 축구장의 다섯 배 크기.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10일 충북 충주호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10일 충북 충주호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이 발전소는 2017년 12월 준공 이후 연간 4037㎿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100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동행한 이승용 수자원공사 차장은 "발전소가 생길 때만 해도 내수면 어민들이 수질 오염이나 생태계 변화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해마다 조사하는데, 수질에 대한 영향은 무의미할 정도였고, 오히려 태양광 모듈 주변으로 치어(새끼 물고기)가 많이 몰리면서 물고기 숫자가 조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별도 세척액을 쓰지 않고, 빗물 세척으로도 성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산림 훼손' 육상태양광 대안으로 주목

합천댐 수상태양광. [수자원공사]

합천댐 수상태양광. [수자원공사]

댐이나 저수지 수면 등에 설치되는 수상태양광은 물 위라는 공간과 태양의 자연 자원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다.
물에 뜨는 구조물인 부력체 위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고, 수중케이블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수자원공사는 2012년 합천댐 수면 위에 0.5㎿ 규모의 태양광을 설치해 국내 최초로 수상태양광 발전을 상용화했고, 현재 보령댐과 충주댐 등 3곳에서 수상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삼림 훼손 논란 등으로 육상태양광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상태양광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만금호에도 세계 최대의 수상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육상태양광보다 발전 효율이 높다는 점도 수상태양광이 주목받는 이유다.
태양광 모듈이 수면 위에 설치돼 있어 자체 냉각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물의 냉각 효과로 인해서 모듈의 온도가 최대 37~40도를 넘지 않아 육상 태양광보다 대략 10%가량 출력이 더 나온다”며 “단순히 수상에 설치하는 것만으로 기술 개발에 10년은 걸릴 '효율 10%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 파손해도 중금속 오염 없어”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10일 충북 충주호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10일 충북 충주호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수상 태양광 역시 안전성이나 환경 훼손을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 위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면 중금속 등으로 수질이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오봉근 수자원공사 에너지처 차장은 “현재 수상태양광에는 납 성분이 전혀 없는 태양광 모듈을 사용하고 있고, 먹는물 수질 기준보다 10배 정도 강한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친환경 기자재를 사용하고 있다”며 “실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모듈을 파손까지 시켜봤는데도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모듈이 수면을 가려 햇빛이 수중으로 덜 침투하게 되면 대형 수생식물 성장을 저해하고, 대신 녹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왕립협회 학술지에 관련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논문의 실험 조건과 실제 댐 수상태양광은 환경이 상이하게 다르고, 실제 모니터링 결과 녹조 증가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논문의 실험 모형이 수심 1.5m, 폭 30m인 얕은 실험용 인공연못에서 수면의 약 56~75%를 가린 것과 달리, 수상태양광은 전체 댐 수면 면적의 5%를 넘지 않도록 설치되며 햇빛이 충분히 투과할 수 있도록 모듈 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2012년부터 합천호 수상태양광 지역을 4차례에 걸쳐 모니터링한 결과, 수상태양광 설치 이후 수질이나 수생태계 변화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녹조 발생 영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경관 훼손을 막고,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하는 건 수상태양광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오 차장은 “지역 특성에 맞게 수상태양광 시설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지역 협의체를 구성해 주민들의 의견을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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