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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대화법·주민DJ·목화재배…내 삶을 바꾸는 평생학교

중앙일보 2019.10.14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은평시민대학’에서 지난 9월 열린 장애인 인권 수업 모습. [사진 은평구평생학습관]

‘은평시민대학’에서 지난 9월 열린 장애인 인권 수업 모습. [사진 은평구평생학습관]

‘생태마을전문가’ 유희정(43)씨는 4년 전부터 서울 은평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숲과 들을 닮아가는 자급자족 학교’를 운영 중이다. ‘은평시민대학’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역 주민의 역할이 뭔지 고민하는 모임이다. 허브·풀로 만든 화장품·샴푸를 사용해 화학제품·플라스틱 줄이기에 앞장서거나, 목화를 직접 재배해 옷감을 짜는 활동을 한다. 유씨는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실천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끈다”고 전했다.
 

평생학습대상 은평시민대학
지역 네트워크형 대안학교 운영
우수상은 보일러 명장 성광호씨
장애 극복하고 기능한국인 선정

2015년 설립된 은평시민대학은 성인을 위한 학습기관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생태·환경 외에 인권·성·철학·인문학·예술 등 주제도 다양하다. ‘주민 DJ 양성’ ‘자녀 대화법’ 등 개인의 성장을 돕는 것을 넘어 ‘시민정치’ ‘마을재생’ 등을 통해 지역 문제의 해결책도 제시한다. 학기별 참가자는 500~600명 정도다. 지난 5년간 지역 내 기관·단체 등 28곳이 기획·운영에 참여했다.
 
은평시민대학은 14일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국무총리상)을 받는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평생학습 확산에 기여한 단체와 개인에게 주는 상이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중앙일보가 공동 후원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인터넷에서 온갖 정보가 쏟아지지만, 우리가 어떤 시민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며 “바른 생각을 가진 시민을 양성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한 게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16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수상 명단

제16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수상 명단

개인 부문에선 장애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보일러 명장이 된 성광호(68·대전 중구)씨가 우수상(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성씨는 3살 때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고, 중2 때 아버지, 21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하지만 배움의 끈을 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인문계 고교 졸업 후 성인이 돼 보일러 기술을 익혔지만, 보일러시공기능사 외에 열관리기능사·환경관리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평생학습을 통해 2002년 명장의 자리에 올랐고, 2008년 보일러 분야에서 처음으로 기능한국인에 선정됐다.
 
성씨의 학습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월에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공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용접기능장에 도전해 필기시험 합격 후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는 특성화고 학생과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배관 기술을 전수하는 등 자신이 가진 경험과 기술을 알리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성씨는 “기회는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며 “불우한 환경을 비관하지 않고 항상 공부한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시상식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aT센터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선 난치병을 앓으면서 장애인 등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문해학습센터 ‘충주열린학교’를 운영한 정진숙(43·충북 충주)씨, 장애 유형·정도에 따른 맞춤형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애인 자립을 돕는 충북 충주시평생학습관, 마을 평생교육 지도자를 양성해 문해·외국어교육을 실시하는 경북 포항, ‘찾아가는 한글 교실’ 등 문해·기초교육을 제공하는 강원도 횡성군의 ‘횡성소망이룸학교’도 우수상을 받는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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