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돼지열병의 ‘슬픈 역설’…돼지고기값 되레 반토막

중앙일보 2019.10.13 14:45 경제 1면 지면보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후 ‘금겹살’ 우려를 낳을 정도로 한 때 급등했던 돼지고기 가격이 되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꺼림칙함에 소비를 줄이고, 양돈 농가들이 출하물량을 쏟아내면서다.
 
13일 축산물유통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방역당국의 조치로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SF의 역설이다.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탕박 기준)는 11일 기준으로 1㎏당 3196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6일 ASF 발병이 확진된 이후 18일 6201원까지 올랐던 가격이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지난달 16일(4558원)은 물론 지난해 9월16일~10월11일 평균 가격인 4688원보다도 낮다. 
돼지고기 도매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돼지고기 도매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간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던 소비자가격도 내림세로 바뀌었다. 지난달 16일 1㎏당 2만127원하던 삼겹살 가격은 30일 2만1858원까지 올랐지만, 11일에는 1만9302원까지 내렸다.
 
이는 돼지고기를 찾는 수요는 줄어든 대신, 공급은 늘었기 때문이다. ASF 발병 이후 돼지고기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이 커지면서 소비심리는 위축됐다. 대신 닭고기와 소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닭고기ㆍ소고기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기준 닭고기 도매가는 1700원(생계ㆍ대)으로 지난달 10일보다 144% 급등했고, 같은 기간 소고기도 9241원에서 9830원(육우 경락가격)으로 6.4% 올랐다.
 
도매시장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양돈 농가들은 방역 당국의 이동 금지와 같은 명령을 우려해 돼지고기를 선(先)출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 정부는 ASF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지역의 돼지를 수매ㆍ도축하는데 이때 한꺼번에 물량이 경매 시장으로 쏟아진다.
 
실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돼지 도체 경매량(등외 제외)은 7만2331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만820두보다 6.3% 증가했다. 이처럼 출하량은 늘었는데 소비심리는 얼어붙으면서 돼지고기 가격의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일선 대형마트에서는 소비촉진 행사를 마련했다.
 
이마트는 10일부터 16일까지 1등급 이상으로 선별한 국산 냉장 삼겹살과 목살을 기존 가격보다 15%가량 저렴한 100g당 16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준비한 물량은 삼겹살 120t, 목살 40t으로 삼겹살 기준 평상시 4주간 판매할 물량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ASF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냉장 삼겹살 매출이 20% 가까이 하락했다”며 “돼지고기 소비를 활성화하고 어려움에 처한 양돈 농가를 돕기 위해 할인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서 ASF가 처음 발생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산 냉장 삼겹살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7.8% 감소한 반면 돼지고기 대체재라 할 수 있는 수입 소고기와 닭고기 매출은 각각 75.4%, 38.1% 급증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