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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100만원 절약"···길에서 만난 전기차 쏘울EV

중앙일보 2019.10.12 10:00
지난 6일 전북 고창 선운산도립공원에서 기자가 운전한 시승차(왼쪽)와 김운용씨의 쏘울 부스터 EV가 1대의 충전기에서 동시에 충전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지난 6일 전북 고창 선운산도립공원에서 기자가 운전한 시승차(왼쪽)와 김운용씨의 쏘울 부스터 EV가 1대의 충전기에서 동시에 충전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처음 전기차(EV)를 탔다. 지난 3월 출시한 기아자동차의 쏘울 부스터 EV다. 
전철이 다가올 때 들리는 쇳소리 섞인 휘파람 소리,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느껴지는 전기차 특유의 힘과 가속력이 인상적이었다. 또 '박스카'라 불리는 쏘울의 독특한 디자인과 넓은 실내 공간도 주말 가족용으로 만족스러웠다. '길을 가다 전기가 바닥나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전기 충전도 초보자에게 버거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가올 '미래 차' 환경을 맛볼 수 있었다. 내연기관 차보다 몸값이 비싼 건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충전비용을 고려하면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도 훌륭했다.

[시승기]

 
시승은 지난 주말(4~6일) 가족 4명을 태우고 서울-고창(전북)을 왕복하는 2박 3일 동안이었다. 780여 km를 달리는데 약 140kW를 소모했다. 이에 따른 전기 충전비는 2만5000원(1kW 약 180원), 고속도로 통행료는 1만5000원가량(전기차 50% 할인)이다. 평소 타던 현대차 아반떼였다면 연료비와 통행료를 합해 15만원가량 들었을 것이다. 가솔린에서 전기로 바꾸니 주말여행 교통비가 4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 승차감, '에코'보단 '노멀'
출발 시점, 배터리 충전율 95%에서 주행가능거리는 450㎞ 안팎으로 찍혔다. 드라이브모드를 에코(ECO)로 설정하고, 에어컨 등 편의 장치를 작동하지 않았을 때다. 하지만 출발하자마자 승차감에 문제가 생겼다. 가속 페달을 떼는 순간 작동하는 회생제동장치 때문에 차가 '덜컥' 서는 듯한 느낌이 몸으로 전달됐다. '뭔가 작동을 잘못했나' 싶을 정도였다.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회생제동장치는 3단계가 있는데, 에코 모드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한다. 반면 '노멀(Normal)'에서 2단계, '스포트(Sport)' 모드에선 1단계로 덜하다. 급히 노멀로 바꿨더니 승차감이 훨씬 나아졌다.
 
에어컨 설정 온도와 세기도 주행가능거리를 약 10% 안팎으로 변화시켰다. 출발 당시 400㎞대로 표시되던 주행거리가 에어컨까지 켜니 300㎞대로 뚝 떨어졌다. 머릿속에서 급히 '절약' 모드가 작동해 에어컨을 아예 꺼버렸다. 동승자의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참아, 전기 닳아."
 
쏘울 부스터 EV의 트렁크 공간. 5명의 짐을 싣기엔 트렁크 공간이 조금 부족했다. 김영주 기자.

쏘울 부스터 EV의 트렁크 공간. 5명의 짐을 싣기엔 트렁크 공간이 조금 부족했다. 김영주 기자.

EV는 저속에서 확실히 조용했다. 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해 시속 100~110㎞로 달리자 소음이 적지 않았다. 110㎞ 이상으로 과속했을 땐 내연기관 차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 때문이다. 내외부 소음 방지 시스템이 그렇게 정교하진 않은 듯했다. 
 
반면 '부스터(Booster)'란 이름대로 최대토크(40.3kg.m)와 가속 능력이 준수했다. 그러나 준수한 가속 기능은 과속의 유혹에 빠져들게 했다. 또 과속은 kW당 주행거리를 현저하게 떨어뜨렸다. 첫날 첫 번째 충전소인 고창 흥덕면사무소까지 주행거리는 약 250㎞였지만, 남아있는 배터리는 13%였다. 약 52kW를 소모한 셈인데, 1kW당 주행거리가 5㎞ 미만인 셈이다. 기아차에 따르면 쏘울 부스터 EV의 정부 신고 주행거리는 1kW당 6㎞(도심 기준)다. 배터리 용량은 64kW로 이에 따른 공식 주행가능거리는 386㎞다.
 
◆ 전기차 적정 충전율 "3과 8 사이"
사흘 동안 총 4번 충전했다. 마지막 충전 장소는 고창 선운산도립공원 주차장이었다. 유명 관광지여서인지 1시간 30분 동안 꽤 많은 사람이 전기차에 관심을 보였다. 주로 "한번 충전하면 얼마나 달리냐"고 물었다. 또 4명의 전기차 운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김운용(42)씨는 쏘울 EV 예찬론자였다.
첫번째 전기차 충전. 기자가 '혹시 오작동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충전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김영주 기자.

첫번째 전기차 충전. 기자가 '혹시 오작동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충전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김영주 기자.

토목·중장비 자영업자로 지난 6월 기아차 카니발(디젤)에서 쏘울 EV로 갈아탄 김씨는 "한 달 동안 약 100만원의 비용이 절감됐다"고 말했다. 일감을 찾아 매달 6000~7000㎞를 달리는 김씨는 전기차로 바꾸고 나서 연료비(주유비→충전비)로 80만~90만원, 고속도로통행료·엔진오일 등으로 10~20만원씩 절약했다. "170~180원(1kW) 하는 충전소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회사·집에 완속 충전기를 함께 이용"한 덕분이다. 
 
석달여 동안 전기차를 몰며 운전 습관도 바뀌었다. 김씨는 "고속도로 과속을 줄이고 크루즈 모델로 운행한다. 장거리 땐 미리 충전 장소와 실시간 사용 여부, 휴식 시간을 염두에 둔다"며 "배터리 충전율은 30~80%를 오가는 게 적정하다. 가득 채우려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체적인 만족도에 대해선 "다른 모든 단점을 커버할 만큼 경제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쏘울 EV는 지난 3월 출시 후 9월까지 누적 판매량 1382대를 기록했다. 한 달에 200대가량으로 예상보다 저조한 편이다. 가격은 4630만~4830만원으로 국고 보조금(9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400만~900만원) 등을 고려하면 3000만~3500만원 선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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