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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패션 사이’…비의료인 문신 시술 가능해질까

중앙일보 2019.10.12 08:00
지난달 20일 오전 김씨가 운영하는 타투숍(shop)에는 타투작업에 활용하는 도안으로 보이는 그림이 벽에 전시되어 있다. 김태호 기자

지난달 20일 오전 김씨가 운영하는 타투숍(shop)에는 타투작업에 활용하는 도안으로 보이는 그림이 벽에 전시되어 있다. 김태호 기자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홍대에서 타투샵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일본·미국에서 온 타투이스트들과 타투 아트쇼 준비로 오전부터 분주했다. 이날 오후 가게에서 열린 행사에는 타투이스트(문신사) 십여명과 손님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타투샵을 운영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20~30대다. 유명 연예인부터 은행원·선생님·대학생까지 다양하다. 김씨는 “최근 손바닥만 한 그림이나 문구 등을 타투(문신)로 새기는 게 유행인 것 같다”며 “과거보다 손님의 연령·직업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손바닥쯤 되는 타투를 새기는 데 1시간쯤 걸린다. 비용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10만~15만원쯤 된다. 등이나 몸 전체에 타투를 새기려면 한 번에 다 못한다. 6개월~1년 걸린다. 작업과 휴식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수백에서 수천만 원 든다.
 

‘형님’의 상징에서 패션아이템으로

타투(TATOO)는 살갗을 바늘로 찔러 염료 등으로 무늬를 새기는 행위다. 흔히 말하는 문신이다. 한때 문신은 ‘형님’들의 전유물이었다. 용·뱀·물고기 그림 등을 온몸에 도배했다. 일반 사람들은 문신을 잘 안 했는데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패션아이템으로 타투가 유행이다. 
 
대학생 김하윤(24)씨는 “처음엔 관심도 없고 무서웠는데, (타투가) 패션아이템으로 멋있어 보여 시술했다”고 말했다. 유현우(24)씨는 “아직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 시계로 가릴 수 있게끔 손목에 타투 시술을 받았다”며 “내성적인 사람들은 타투로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현우(24)씨는 시계로 손목을 가릴 수 있게 손목부위에 타투를 했다. 김태호 기자

유현우(24)씨는 시계로 손목을 가릴 수 있게 손목부위에 타투를 했다. 김태호 기자

문유빈(22)씨는 “2년 전 레터링·컬러·미니 타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접하고 처음으로 (타투를) 시술했다”며 “몸에 평생 남기 때문에 위치나 디자인을 신중하게 골랐다”고 말했다.
 

‘타투 인구 100만’…인식도 달라져

국내 타투 인구는 약 100만명이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국내 타투이스트(문신사)는 약 2만명이다. 협회에서 발표한 '2017년 타투 및 반영구화장 통계'에 따르면 한 해 타투 시술 건수는 약 50만건, 반영구 눈썹 시술 등을 포함하면 약 650만건이다. 시장 규모는 2000억원쯤 된다.
 
인식도 바뀌고 있다. 앞서 김하윤씨는 “주변에서 (시술하면) 아프지 않으냐고 걱정도 하고, 부모님도 ‘지워지지 않는 걸 그려서 어떡하냐’며 잔소리는 하셨지만, 혼내지는 않으셨다”고 말했다. 유현우씨는 “한사코 하지 말라던 부모님도 ‘머리 파마하듯이 작은 거 한번 해볼까’ 물어보신다”며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8 문신(타투) 관련 인식 조사'에서도 ‘문신(타투)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답한 비율은 70.9%로 나타났다. 또 ‘주변에서 흔하게 (타투를) 볼 수 있다’고 답한 비율도 65.2%였다. 4년 전 응답률(47.5%)보다 17.7%p 올랐다.  
지난달 2일 대한문신사중앙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문신사 법제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문신사 직업의 자유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일 대한문신사중앙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문신사 법제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문신사 직업의 자유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 시술은 ‘불법’…의료면허 필요

문제는 대부분의 타투 시술이 불법이란 점이다. 현행법상 의료면허가 있는 의사만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다. 타투협회 등에 따르면 타투 시술자 2만명 중 의사면허 소지자는 10명이 채 안 된다. 앞서 김씨가 운영하는 타투샵도 불법이다. 눈썹·아이라인 등 반영구화장 시술도 의사가 해야만 했다. 
 
이렇게 된 건 1992년 대법원 판례부터다. 대법원은 1992년 무면허 속눈썹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2004년 문신시술가 A씨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의사에게만 타투시술을 허용하는 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의료행위는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져올 일체의 행위”라면서 합헌결정을 내렸다. 이후 판례가 안 바뀌었다. 
 
지난달 2일 대한문신사중앙회를 비롯한 일부 문신사들은 면허 없이도 타투 시술이 가능하게 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내고 국회 앞에서 법제화 요구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간다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지난 2014년 비의료인 타투 시술 합법화 논의를 했지만 이후 진전은 없었다. 5년 만인 지난달 25일 복지부는 협회 등과 타투 실태조사를 위한 회의를 여는 등 논의를 다시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논의 끝에 앞으로 눈썹·아이라인 문신 등의 반영구화장시술은 미용업소 등에서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 10일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에 이런 내용을 포함했다. 내년 연말까지 공중위생관리법 등을 개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엄격한 의료행위 vs 소비자 권리와 직업 자유

의료계는 여전히 무자격 타투 시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타투 시술은 피부에 의도적인 상처를 내는 기술로 세균 등의 감염 위험이 커서 멸균과정을 철저하게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또 “혈액을 매개로 후천성면역결핍증(HIV)이나 C형간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시술을 허용하는 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볼 것인지 논의하기에 앞서, 타투시술은 사람 피부를 다루는 의료행위라서 교육·실습·자격검증이 필요하다”며 “이런 과정이 없으면 무책임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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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업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송강섭 한국 타투협회장은 “법원·헌재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의사만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또 “문신사들의 표현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적인 가치가 자격 제한과 상충하지 않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100만 타투 소비자가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 의료정책 담당자들이 뒷짐을 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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