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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플레이션 방관 말고 ‘마이너스 금리’ 고려해야

중앙선데이 2019.10.12 00:21 656호 8면 지면보기
토니 휴즈

토니 휴즈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은 전통적으로 채권자에게 은총이었다. 반대로 채무자에겐 재앙이었다. 물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은행이 오늘 빌려준 1억 원의 실질 가치가 몇 년 뒤 1억1000만 원이 될 수도 있어서다. 그런데 경제 현실은 경제교과서의 무덤일까. 요즘 디플레 조짐이 뚜렷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나라)에서 채권자의 대명사인 시중은행(은행)들이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기 시작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 토니 휴즈 박사
마이너스 금리로 예대마진 줄어
도이체방크 등 은행들 구조조정

제한적이지만 경기 부양 효과도
세금 줄이거나 정부 지출 늘려야
재정정책 곁들일 때 침체 완화

최근 한국에서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마이너스 존으로 떨어졌다. 디플레이션 논란이 일고 있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역설이 한국에서도 일어날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무디스애널리틱스 토니 휴즈 박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스웨덴이 디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변화를 2016년 실증적으로 분석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스웨덴의 실험이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될까.
“마이너스 금리 같은 금융통화정책이 낳을 파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역사를 돌이켜보는 게 좋다. 스웨덴은 마이너스 금리를 가장 먼저 채택한 나라다(2015년 3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로 낮췄다). 어떤 나라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면, 스웨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책의 성패 여부를 가늠할 수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스웨덴 시중은행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금리가 0% 아래로 떨어진 이후 단기 정기예금(time deposit)은 장기 정기예금보다 민감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심해질수록 단기 정기예금은 장기 정기예금보다 좀 더 줄었다. 마이너스 금리에 정기예금 전체가 민감했다.”
 
다른 예금은 덜 민감했다는 말인가.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언제든지 찾아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예금에 붙는 마이너스 금리는 예금자가 은행에 돈을 맡긴 대가로 내는 수수료와 같다. 마이너스 금리에서도 요구불예금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개인이나 기업이 보기에 은행을 통한 계좌이체 등은 일상 생활이나 비즈니스를 위한 필수 서비스다.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수수료쯤은 부담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전체 예금이 줄지는 않았는가.
“전체 예금은 아주 조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예금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요구불예금이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 아래로 떨어져도 크게 영향받지 않았다. 오히려 늘기도 했다. 그 바람에 전체 예금이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글로벌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직원 1만 6000명 정도를 정리해고 한다고 이달 10일 발표했다. 도이체방크처럼 최근 6개월 사이 유럽의 시중은행들이 발표한 정리해고만도 5만 명에 이른다.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는 시대 시중은행은 직원들을 정리하고 있다.
 
왜 은행들이 직원들을 줄이고 있을까.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은행의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의 차이)이 줄어든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신이 은행 경영자라면, 대출 금리가 1% 또는 2% 수준이면 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대출 금리가 높으면 어떤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10%, 아니 5%만 받을 수 있으면 은행 경영자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운신의 폭이 그 만큼 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대마진이 줄어들면 은행 경영자가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기 마련이다.”
 
스페인 출신인 루이스 데 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가 6월 한 경제컨퍼런스에서 “은행의 수익이 지속적으로 낮으면, 자본확충이 어려워지고 대출마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은행의 핵심인 신용창출(money creation) 기능이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위축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마이너스 금리→은행 예금 감소→수익악화→신용창출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마이너스 금리가 악순환의 방아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시경제 악화’가 첫번째 고리라고 봐야 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거시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데 대한 대응이다.”
 
은행 대출이 위축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새로운 대출 수요가 줄어든다. 그 바람에 은행의 대출이 줄어든다. 마이너스 금리가 대출을 위축시킨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맥주 값이 떨어지니 맥주 소비가 줄어든다고 보는 것과 같다. 경기가 좋을 때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쓰면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경제를 살리는 효과를 냈다고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축적된 자금을 장기가 아닌 단기 투자로 돌린다. 하지만 여기서 키 포인트는 ‘제한적’이란말이다.”
 
무슨 뜻인가.
“금융통화정책만으론 돈의 수요를 늘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재정정책이 곁들여 져야 한다. 세금을 줄이거나 정부의 지출을 늘려야 한다. 재정과 통화 정책을 잘 조합해 쓴다면 경기침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재정확대가 정치적으로 어렵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가만 있으면,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 재정정책을 쓰기 어렵다면, 남아있는 길은 공격적으로 돈 푸는 일이다. 경기침체 순간 정부가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마이너스 금리정책이라도 써야 한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토니 휴즈 호주 출신 계량경제 분석가다. 호주 모나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호주의 에덜레이드대학과 뉴사우스웨일스대 등에서 교수로 일하다 무디스애널리틱스에 합류했다. 그는 경제분석 분야의 매니징디렉터(M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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