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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전시 상태, 2050년 3도 올라 홍콩·상하이 침수

중앙선데이 2019.10.12 00:21 656호 10면 지면보기
이안 던롭 호주 피크 오일·가스연구협회 부의장은 최근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기후 재앙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연간 9%씩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이안 던롭 호주 피크 오일·가스연구협회 부의장은 최근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기후 재앙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연간 9%씩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안전하게 착륙할 확률이 50%밖에 안 되는 비행기를 타고 갈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기후 재앙을 막을 확률이 그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도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 것은 인류 문명을 걸고 도박하는 것과 같습니다.”
 

던롭 호주 피크 오일·가스연구협 부의장
극지방 얼음 녹아 해수면 0.5m 상승
영구동토층도 녹으면 임계치 넘겨

2도 이하 억제 못 하면 회복 불능
인류 문명 미래를 건 도박과 비슷

당장 화석연료 사용 연 9% 줄여야
석탄발전 대신 소규모 원전 가동을

최근 만난 ‘호주 피크(Peak) 오일·가스연구협회(ASPO)’ 이안 던롭(77) 부의장은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해 재앙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연간 9%씩 줄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ASPO는 원유·가스 등 채굴과 자원 고갈 추세를 연구하는 단체다. 던롭 부의장은 30년 전 호주 석탄협회 회장을 지낸 에너지 분야 전문가이다. 하지만 자원 문제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지는 로마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2050년 상황을 예측하는 ‘기후행동과 지원 추세’ 보고서를 내놓을 정도로 기후문제에도 높은 식견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는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경희대가 주최한 평화축제(Peace BAR Festival 2019)에 참석했다. 올해 주제인 ‘미래세대의 미래는 있는가: 기후위기와 진실의 정치’에 걸맞게 던롭 부의장은 포럼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2도 달성 확률 66%는 인류 생존 가능성
 
최근 상황을 기후위기라고들 하는데,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저탄소 사회로 전환해야 하는데, 인류 사회가 대응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3ppm이나 되고, 다른 온실가스까지 더하면 500ppm 정도는 될 것이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2100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산업혁명 전보다 4~4.5도 상승할 것이다. 온도도 이렇게 상승하면 사회가 존속할 수 없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이 이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지만, 만약 각국이 약속한 대로 감축하더라도 온도가 3~3.5도나 상승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어느 정도 심각한가.
“국가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온도가 3~3.5도 상승하는 것이나 4~4.5도 상승하는 것이나 결과는 거의 비슷하다. 세계적으로 사회적 대혼란(Chaos)과 온도 급상승, 홍수와 가뭄 증가, 사막화 확대, 기후 이주민 급증 등을 낳게 된다.  대규모 인구 감소가 나타날 수도 있다. 내가 쓴 보고서에는 2050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전망하는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2050년에 기온이 3도 상승할 텐데, 수많은 국가의 온도가 상승해 사람 신체가 견딜 수 없는 범위로 가게 된다. 가뭄으로 삼림이 건조해져 산불도 늘어난다. 극지방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 2050년 해수면이 0.2~0.5m 상승하면 인도 뭄바이나 첸나이, 홍콩·상하이·카르다 등 주요 도시가 침수된다.”
 
기후변화에서 회복 불가능한 임계치가 있나.
“임계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기후 시스템에서는 선형적으로, 점진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어느 부분이 갑자기 바뀐다. 예를 들어, 태양광을 우주로 반사하던 북극 바다 얼음이 녹으면 바다가 태양에너지를 흡수해 바닷물 온도 상승이 빨라지고, 얼음을 더 빨리 녹게 한다. 알래스카나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도 녹기 시작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2050년에 임계점에 도달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신속하게 대처한다면 임계점을 넘어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까지는 안 벌어진다.”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목표, 즉 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묶자는 것은 극한 기후가 드러나는 한계, 경계선에 간신히 부합하는 것이다. 2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로 지금,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 연간 9%씩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는 어떤 국가도 달성하지 못한 목표다. 파리협정에서 희망한 이상적인 목표인 ‘1.5도 이하 상승’ 목표를 달성하려면 훨씬 더 빨리 감축해야 한다.”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것이 가능한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서 1.5도 이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50%, 2도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도 66%로 보고 있다. 이는 인류 문명의 생존 가능성이 그렇다는 얘기다. 인류 문명의 미래를 건 도박과 같은데, 이렇게 리스크가 큰 도박을 누가 하겠나. 50~66% 성공률보다는 훨씬 큰 90% 성공률은 돼야 하지 않겠나. 그러려면 오늘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는 점진적인 감축은 불가능하고 긴급 행동을 취해야 한다.”
  
정치적 의지 부족이 가장 큰 문제
 
지난달 21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종각역까지 행진하며 ’온실가스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1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종각역까지 행진하며 ’온실가스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비상사태라고 한다면 긴급 대응책은.
“지금을 전시(戰時)로 생각해야 한다. 전쟁이 벌어지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하는데 지금 그렇게 해야 한다. 기후 문제는 더는 환경 문제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경제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하고, 2만 년 동안 인류가 쌓아온 문명도 파괴한다. 인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모든 행동 멈추고 이 사안을 심각히 다뤄야 한다. 긴급 대응책은 오늘 당장 탄소 배출을 중단하는 것, 화석연료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런 게 실행 가능한가.
“이미 관련 기술이 존재한다. 태양광·풍력 효율도 높아지고, 비용도 떨어진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화석연료에 의존했는데, 이를 시정해야 한다. 거기서 멈추면 안 되고 사고방식 자체를,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도전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정치적 의지가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파리 기후협정에 따른 한국의 감축 목표를 보면 ‘좋지 않다(Not Good)’. 낮은 목표다.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대체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석탄 발전소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 LNG(액화천연가스)도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타당한 선택은 아니다. 대규모 솔라팜(silar farm) 같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에 투자해야 한다. 핵발전소는 저탄소이고 효율적이지만 가동에 위험을 수반한다. 거대 원자력발전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기술인 소규모 모듈 원전 가동으로 가는 게 타당할 것이다. 한국은 기술적 해결 역량은 있으나, 실행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 의지를 발휘해 세계적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미국의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 한국의 법이 될 수 있나.
“환영할 만한 접근 방식이지만, 지금의 미국 상황에서는 행동을 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1970년대 산업화는 저렴한 화석연료가 뒷받침한 덕분이다. 문제는 화석연료를 지속해서 사용하면서 지구가 더워지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좋은 것을 영원히 향유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다. 화석연료를 영원히 누릴 수는 없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이제 바꿀 때가 됐다는 것 알려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세계 전체가, 공동체가 붕괴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에너지 전문가에서 기후문제 전문가로 변신한 계기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전환한 것은 아니다. 경력은 원유 개발 쪽에서 시작했고, 서서히 깨달았다. 60년대부터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문제를 느꼈는데, 그때는 긴급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기 에너지 계획에 참여하고, 호주석탄협회장을 지내면서 ‘기후에 영향을 주겠구나’ 생각했다. 80년대 말 ‘화석연료 사업에서 발을 뺄 때가 됐구나’ 생각했고, 90년대 초부터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편에 서서 일하게 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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