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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에 기대서 찰칵, 투캅스 관람…응답하라! 1980년대 감성

중앙선데이 2019.10.12 00:20 656호 22면 지면보기

현대차가 만든 전주 한옥마을 ‘현대극장’

“아 이거, 만만치 않은데.”
 

전시장·극장·방탈출 세트장 겸비
스텔라서 8세대 쏘나타까지 전시
아날로그·디지털, 과거·현재 융합

공중전화 등 레트로 분위기 물씬
10대부터 60대까지 소통의 공간
“친구들과의 옛날 추억 소환해줘”

지난 9일 전주 한옥마을의 ‘현대극장’ 3층. 방탈출 게임 중이던 김정현(16)군은 홍민진(18)양을 바라보며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3개 방을 통과해야 하는 이 게임은 미래차를 개발하는 과거의 아버지와 현재의 아들간 소통을 통해 문제 해결의 ‘키(key)’가 주어진다.
 
여기까지의 몇 가지 키워드를 해시태그로 보면 #현대극장 #전주 #한옥마을 #방탈출 #소통. 이 방탈출 게임을 30분 안에 통과하면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컬렉션’인 포니 미니어처 카를 받을 수 있다. 해시태그 #현대자동차 하나 더 붙일 수 있다.
 
군산에서 온 홍 양과 김 군은 안타깝게도 35분 만에 마지막 방문을 열었다. 김 군은 “유튜브를 보고 이곳을 찾았는데, 방탈출 게임은 심장이 쫄깃할 정도로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 추억의 주전부리 무료로 나눠줘
 
지난 9일 현대극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포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오종찬 객원기자

지난 9일 현대극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포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오종찬 객원기자

전주의 현대극장은 팝업스토어 형태로 지난 8월 16일 문을 열었다. 현대자동차가 고객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추억하기 위해 1980년대 영화관 컨셉으로 만들었다. 전주 완산구 은행로 17에 자리 잡은 이 극장은 레트로(retro·복고) 감성이 한껏 차 있다. 동시에 세대간 소통의 장소다. 9일 기자가 찾은 현대극장 3개 층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1970년대 중반에 나와 이후 20년 가까이 전성기를 누린 포니가 건물 밖 왼편에 매뉴얼 스틱 ‘P’를 유지하며 주차해 있다. 관람객들은 노란 택시기사 와이셔츠를 걸쳐 입고 녹색 포니에 기대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의 현대극장 1층에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함께 전시된 1·2·8세대 쏘나타. 오종찬 객원기자

전주 한옥마을의 현대극장 1층에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함께 전시된 1·2·8세대 쏘나타. 오종찬 객원기자

1층에는 85년에 출시돼 스텔라로 이름 붙여졌던 사실상의 현대차 1세대 쏘나타(Y1), 88년에 출시된 2세대 쏘나타(Y2), 최근 출시된 8세대 쏘나타(DN8)가 서울올림픽 사진을 배경으로 전시돼 있다. 포니가 택시기사 와이셔츠와 짝을 맞추듯, 짙은 회색의 1세대 쏘나타는 서울올림픽 때 한국대표팀이 입은 연하늘색의 양복 상의와 궁합을 이뤘다. 홍석범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상무)은 “1974년의 포니에서 시작된 45년간의 헤리티지와 2019년의 8세대 쏘나타가 가진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을 함께 담아냈다”고 밝혔다.
 
2층에는 영화 투캅스와 우뢰매·로보트태권V 등이 상영 중이었다. 70년대, 80년대에 흥행한 영화들이다. 객석은 80년대 동시상영관처럼 일부러 편안함을 멀리했다. 현대극장 방문 흔적을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면 20세기 후반까지 뭇 초·중·고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군것질거리들을 무료로 한 움큼 받을 수 있다. SNS를 통한 바이럴(viral·홍보)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과거와 현재·미래의 융복합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2층 매점의 옛 군것질거리. 오종찬 객원기자

2층 매점의 옛 군것질거리. 오종찬 객원기자

수원에서 남편, 자녀 3명과 함께 온 A씨는 “친구들과 몰래 극장에 가서 주전부리했던 추억을 소환해 준다”고 말했다. A씨의 10대 자녀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갓 같아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3층에는 방탈출 게임 세트장이 마련돼 있다. 40분 제한시간을 두는 데, 지난 50여 일간 15분이 최고 기록이었다고 한다. 현대차 측은 “방탈출 게임은 인기가 높아 인원이 꽉꽉 찬다”고 말했다. 9일에도 시간대별로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이날 용인에서 온 50대 부부는 “당일 현장에서 이용하려고 했지만 아쉽다”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예약 명단에 오른 기자는 오후 3시에 입장해 40분을 채웠다. 유튜브에는 ‘수상한녀석들’이 올린 현대극장 방탈출 몰래카메라 영상이 10일 현재 조회수 160만을 기록하고 있다. 김정현군이 유튜브에서 보고 찾아오게 됐다는 그 방탈출 영상이다.‘수상한녀석들’은 몰래카메라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 한복·복고 의상 입고 체험도
 
현대극장 2층에는 70~80년대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오종찬 객원기자

현대극장 2층에는 70~80년대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오종찬 객원기자

전주에 사는 대학생 조은(25)씨는 마침 ‘개화기 복고 의상’을 입고 현대극장을 찾았다. 그는 “과거와 현재·미래의 감성이 어울리는 곳”이라며 “전주의 핫 플레이스로, 레트로 속에 새로운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룩셈부르크에서 온 대학생 졸리 코스타(24)는 한국의 레트로 열기에 들떠 있었다. 그는 “한국에 머물면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모두 봤는데 그 실제가 어떤지를 보기 위해 현대극장을 찾았다”며 “공중전화기·계단·의자 같은 소품까지 레트로 감성이 묻어 있더라”고 말했다. 졸리는 내친 김에 현대극장과 이웃한 근대사 체험 박물관인 ‘전주난장’을 찾았다. 현대극장 방문시 전주난장 입장료(성인 6000원)를 2000원 할인 받을 수 있다. 이곳에는 현대차의 푸른색 포니가 전시돼 있다.
 
숫자로 보는 현대극장

숫자로 보는 현대극장

현대차가 1년 준비한 끝에 마련한 현대극장은 내일(13일)까지 문을 연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말과 휴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18시간만 남은 셈이다. 지난 8월 16일부터 10월 2일까지 방문자 수는 9만 명에 육박한다. 휴무인 월요일을 제외한 40일간 8만6361명이 찾았다. 하루 평균 2106명이다. 현대차 측은 “휴일에는 평일의 5~6배 인원이 현대극장을 찾는다”며 “지난 9일 한글날에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홍석범 실장은 “10대부터 50대, 60대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며 “현대차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모든 세대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표현한 현대극장이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 체험 기회를 제공해 고객과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LP판·필름 카메라 부활 … 뜨거운 복고 열기
LP판

LP판

레트로(retro·복고)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패션, 음악,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본방송 시청을 사수하고 개화기 복고 의상을 기꺼이 입는다. 멸종할 것 같았던 LP음반이 부활했으며 필름 형태의 카메라 동호회가 속속 생기고 있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 이어 ‘유열의 음악앨범’에는 4050세대가 자녀, 조카뻘인 2030과 객석을 메웠다.
 
지코와 아이유의 ‘Soulmate’ 뮤직비디오에는 빛바랜 필름을 넣었다. 엑소의 첸이 최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사랑하는 그대에게 (Dear my dear)’의 타이틀곡 ‘우리 어떻게 할까요? (Shall we?)’도 레트로 감성을 불어넣었다. 레트로 폰트도 유행이다. 전주 한옥마을의 팝업스토어 ‘현대극장’은 간판부터 복고풍 레트로 폰트다. 손으로 직접 그린, 이른바 수제 극장 간판이 그 위에 걸려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과거부터 현대자동차가 고객 곁에 있었고 사회 문화적으로 함께 해왔다는 메시지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연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레트로 열기를 그대로 현대극장에 입혔다는 얘기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레트로 감성 열기에 대해 “문화가 성숙하면 과거의 콘텐트를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팍팍한 현실 또한 예전을 돌아보게 하여 레트로 감성의 핫 플레이스, 핫 아이템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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