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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삶아라" 갑질 의혹 새마을금고 이사장, “사과는 내가 받아야” 큰소리

중앙일보 2019.10.11 18:04
민우홍 서인천새마을금고이사장이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화면 캡쳐]

민우홍 서인천새마을금고이사장이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화면 캡쳐]

 
“제가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내부고발을 정말 할 수 있을까, 내 선택이 잘못되었던 걸까 헷갈릴 만큼 정말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하영 씨(36)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씨는 서인천새마을금고에 재직 당시 민우홍 이사장(63)의 '갑(甲)질'과 폭언 등 부당행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가 지난 3월 해고됐다. 해고자 8명 중 6명이 20~30대 여성이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 노동행위라고 판단했지만, 이들은 현재까지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민 이사장께서 '집안에서 자금을 끌어다줄 수 없는 직원은 새마을금고에서 일할 수 없다, 배경이 안되면 본인의 학력이나 능력이 돼야 하는데 되느냐, 어떻게 여기서 근무할 수 있느냐' 등의 폭언을 했고 이사장 취임 이후 지역 유지의 자녀들, 공무원 출신의 자녀들이 채용됐다”며 “보복성 인사와 부당지시, 폭언들로 직원들이 떠나가는 걸 보면서 더는 묵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자 8명은 실질적으로 다 가장들”이라며 “정상화를 위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에 감사를 요청했는데 내부고발로 이렇게 해고될지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민 이사장은 2017년 6∼8월 근무 시간에 직원들에게 회식에 쓸 개고기를 삶으라고 하거나 회식 참석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2016년 말부터 여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해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천지역본부는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민 이사장이 ‘가슴 운동을 해야 처진 가슴이 올라간다’라거나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가슴을 주물러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새마을금고 대의원이나 측근들을 접대하는 술자리에 직원들을 수시로 강제 동원했고 여성 노동자에게는 술 시중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민 이사장은 개고기 접대사건을 보도한 SBS 뉴스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정정보도ㆍ반론보도 신청은 모두 기각된 상태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가 서인천새마을금고 직원들에 대한 부당 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고, 행안부와 중앙회는 지난 5월 합동 감사에서 징계 직원들에 대한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지만 민 이사장은 따르지 않고 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민 이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렀다. 민 이사장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이 의원에게 “사실만 얘기하라”고 큰소리를 쳤다.
▶이정미 의원 =“직원들에게 개고기 삶아서 제공하게 하고 술 서빙 지시했나.”
▶민우홍 이사장 =“그런 일 없다.”
▶이 의원 =“지난 5월 행안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 합동 감사에서 민 이사장 책임을 지적했는데 결과를 인정하나.”
▶민 이사장=“제가 인정할 사안이 아니다. 직원들의 징계는 제가 빠진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민 이사장은 2008년 이사장 재직 당시 사문서위조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 위반에 의한 징계면직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 이 의원은 “당시 형법과 특가법 등 위반으로 10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이 가능했지만 민 이사장이 인천지역본부 감사만료 하루 전 사퇴해 처벌을 면했다”며 “행안부와 새마을금고 중앙회, 그리고 지역본부의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불법을 밥 먹듯 하는 불법 전문가를 양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 =“무슨 염치로 1억5000만원 연봉 받으면서 그렇게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며 앉아계신 지 모르겠다. 2008년에 사직서를 낸 것도 징계를 면하기 위해서 아닌가.”
▶민 이사장 =“사실에 있는 것만 말씀하시라.”
▶이 의원 =“강요죄, 새마을금고법 위반, 성희롱 손해배상 청구 등 재판 중인데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끼친 새마을금고나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 있나.”
▶민 이사장=“사과는 제가 받아야 한다.”
 
이후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 이사장을 한 번 더 증인석에 세웠다. 이 의원은 “서인천새마을금고 이사장 연봉이 1억원 정도였는데 민 이사장이 취임한 후 1억5000만원으로 올린 게 맞느냐”고 물었다. 민 이사장은 “(원래) 8000만원 정도 됐는데 작년부터 총자산 수익률(ROA)이 0.4%가 넘어가면 자율예산 편성이 가능하다”며 이를 인정했다. 이 의원은 “제가 은행원 출신이라 잘 아는데,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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