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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 협의기구 ‘정치협상회의’, 황교안 불참 속 반쪽 출발

중앙일보 2019.10.11 18:00
일단 출범은 했지만, 남은 길엔 가시가 많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가 극한 대치로 흐르는 정국 타개를 위해 꾸리기로 합의한 최상위 협의기구 ‘정치협상회의’ 얘기다.
 

원내 협상과 별도로 여야 정치협상 실무단 구성

문 의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여야 4당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파크센터의 한 회의실에서 1차 정치협상회의를 가졌다. 이들이 모인 건 신속처리(패스트트랙)안건 심사 기한이 임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선거법 개정안 처리 시기·방법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별도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정치협상회의에 여야대표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뉴스1]

11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정치협상회의에 여야대표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뉴스1]

문 의장과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설치법안 등 검찰개혁안을 선거법 개정안과 분리해 먼저 본회의 처리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신속처리안건 규정상 검찰개혁안에 대한 상임위 심사기간 180일은 오는 28일로 종료되고, 해당 법안 소관 상임위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인 만큼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 없이 바로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반대한다. 나머지 야 3당의 입장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들 정당이 여당에 협조하면 과반 의석으로, 여당이 요구해온 검찰개혁안이 가결 처리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 4월 검찰개혁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한 묶음으로 처리하되, 선거법 개정안부터 본회의 표결에 부치기로 합의했었다. 검찰개혁안부터 처리하려면 선거법 개정에 사활을 건 야 3당의 공조를 끌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난 합의를 깨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여권의 ‘선(先) 검찰개혁안 처리’ 주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 거취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과,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오명에도 적임자라고 주장한 것은 “검찰개혁 완수”라는 명분 때문이었는데, 이에 대한 입법을 마치면 조 장관 거취를 판단하기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정치협상회의 역시 조 장관 취임 이후 ‘광화문’ ‘서초동’으로 양분된 여론을 정치로 수습하기 위한 출구전략 모색 차원이다.

익명을 원한 한 민주당 의원은 “선거법의 경우 밥그릇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의장도 여야 합의 없이 상정하기 어렵지만, 검찰개혁안은 다르다”며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는 여야 공히 동의하는 만큼 먼저 정치적으로 풀어내고, 조 장관의 거취를 고민하는 시점이 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문 의장이 지난 7일 초월회에서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의장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히 상정할 생각”이라고 밝힌 만큼, 조 장관 거취 판단의 중대 시점을 이르면 ‘10월 말 또는 11월 초’로 전망하는 기류도 있다.

하지만 검찰개혁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부결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여권 전체에 타격을 줄 후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조 장관 거취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9일 “검찰 수사 등 관련 사항들이 진행되고, 진행된 내용과 법적 절차·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민정·정무수석실도 사회 원로와 정치권 인사들의 의견을 묻는 등 여론 수렴에 나섰다. 청와대는 주요 정치적 판단을 앞두고 노영민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각계 의견을 청취해오곤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문 의장과 여야 4당 대표는 신속처리 안건의 연착륙을 위한 ‘6인 실무단’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6명은 문 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각 1명씩 추천해 구성하는데, 이와 관련해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사무총장 중심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실무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회의를 속도감 있고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다. 실무단이 구성되면 의장 순방(10월 13~20일 국제의원연맹 회의 참석) 중에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참한) 한국당도 동의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면서도 “정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최고위 회의체인 만큼 여야 모두가 참여하는 게 맞다. 황 대표도 오늘 일정 때문에 불참한 것이지 안 한다고 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회의는 1시간 20분간 진행됐지만, 문 의장과 여야 4당 대표의 합의는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서는 황 대표가 참석하는 2차 회의부터 논의한다”는 정도에 그쳤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치협상회의에서는 패스트트랙 안건의 처리 시기와 안건을 큰 틀에서 조율하고, 법안의 세부 내용은 다음 주부터 있을 원내 3당 교섭단체 간 협상에서 다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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