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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사람도 기량 뽐내게, 시니어 전국체전 만들자

중앙일보 2019.10.11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셸 위 댄스(13)

전국체전의 계절이다. 올해 서울시에서 주최해 열리는 전국체전은 100회 째다. 장애인체전은 39회째다. 정식 이름은 전국체육대회, 전국 장애인체육대회로서 같은 장소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열린다.
 
지금은 국가대표가 출전하는 스포츠 경기가 많아 대중매체에서도 전국체전은 찬밥 대우를 받는다. 아직도 이런 대회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전국 17개 시도가 대표선수를 내보내 경합하는 연중 최대의 스포츠 제전이다. 육상, 수영 등 기록 경기, 단체 및 개인 종목 등은 대중의 인기는 얻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스포츠의 근간을 키우는 토대다. 올해 전국체전은 47개 종목에 선수 임원 포함 3만여 명이 참가한다. 
전국 장애인체육대회는 9000여 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의 장애인스포츠대회이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선수단으로 꾸려져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진다. [사진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 홈페이지]

전국 장애인체육대회는 9000여 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의 장애인스포츠대회이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선수단으로 꾸려져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진다. [사진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 홈페이지]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선수, 임원 및 보호자 포함 9000여 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의 장애인스포츠대회다. 나는 2017년까지 서울특별시 댄스스포츠 대표 선수로 활약했다. 휠체어를 탄 지체 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들이 참가하는 대회인데 시각장애인과 함께 커플로 출전하는 비장애인 선수다. 장애인대회라지만 시각, 청각 장애인 중에는 일반인대회에도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도 많다. 비장애인들은 대학부, 일반부 챔피언급 및 프로 선수들도 있어 프로필이 쟁쟁하다. 
 
 
연중 각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대회가 벌어지고 있지만, 메달 수상자들에게 상금은 없다. 그러나 전국체전은 유일하게 메달리스트들에게 상금도 있고, 각 지방을 대표하는 선수단이므로 지자체의 지원도 있다. 선수 훈련비, 경기 의상, 신발, 가방 및 지자체 유니폼까지 주는 것이 많다. 지자체에 따라 자기 고장의 성적을 위해 우수 선수를 유치해 메달리스트들에게는 막대한 포상금을 주기도 한다. 각 시도는 종목별 성적에 따라 익년도 예산을 배정하므로 전체 성적도 중요하다. 그래서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진다. 이 한 대회를 그해의 목표로 정하고 매진한다.
 
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전국규모의 지자체 댄스스포츠 대회를 2회 이상 참가해야 한다. 각 지자체에서 여는 경기 대회를 활성화하고 선수들의 경기 경험과 기량도 증가하기 위한 조치다. 댄스스포츠는 선수 당 2개 종목까지 출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2종목에 출전하더라도 17개 시도의 선수들과 경합해야 하고, 그중에서 3등 안에 들어야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으므로 만만치 않다.
 
나는 원래 스탠더드 5종목 전문 선수다.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트롯, 비에 니즈 왈츠까지 5종목을 다 해야 한다. 지자체의 전국규모 대회에서는 참가하는 선수가 많지 않아 경쟁이 덜 하다. 그러나 전국체전은 단 종목으로 출전한다. 스탠더드 5종목 중에 두 종목에만 나가는 것이다.
 
한번은 스탠더드 5종목에 출전 신청을 했다가 다른 시도에서 출전하는 선수가 없어 출전 종목 자체가 무효가 되면서 빈손으로 돌아온 일도 있다. 그때의 허탈하고 비참한 심정은 지금 생각해도 쓰라리다. 주최 측에서 마감 후 신청 종목이 결원으로 무산됐으니 다른 종목으로 출전하라는 제언이라도 해줬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단체전으로 한 번, 퀵스텝으로 두 번이나 동메달을 수확한 것은 큰 보람이다. 퀵스텝은 스탠더드 5종목 중에 가장 템포가 빨라 춤추기 어려운 종목이다. 다른 종목은 경기 시간 1분 30초 동안 플로어를 한 바퀴 정도 돌면 끝나지만, 퀵스텝은 두 바퀴 이상 돌아야 한다. 스텝과 루틴을 외워 몸에 배게 하는 것과 음악에 맞추는 것은 기본이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경기장 내에서 경기가 벌어질 때의 광경은 대단한 감동을 준다. 사진은 지난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댄스스포츠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는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연합뉴스]

경기장 내에서 경기가 벌어질 때의 광경은 대단한 감동을 준다. 사진은 지난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댄스스포츠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는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연합뉴스]

 
내가 선수 임원 포함 우리 서울 선수단 30명 중에 가장 연장자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전국체전 전체 출전자 중에서도 가장 고령 출전 선수였을 것이다. 스포츠는 어쨌든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환갑을 넘은 나이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댄스스포츠는 나이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스포츠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일 년 내내 연습하느라고 시간도 많이 할애하고 많은 땀을 흘렸다.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하다 보니 개막식, 폐막식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체전은 4일간 벌어지는데 댄스스포츠는 이틀간 열린다. 개막식에 참석하려면 하루를 더 묵어야 하는데 지방에서 벌어지는 전국체전은 숙식비를 아끼기 위해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에서 벌어진 전국체전 때는 개막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거대한 스타디움에 전국에서 온 선수들이 모두 모여 개막식을 하는 것이다. 시도별로 줄지어 입장하고 환영의 함성과 박수를 받을 때의 감동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팡파르가 울리고 불꽃놀이도 한다. 서울시 대표 유니폼을 입고 가니 뿌듯하다. 축제의 마당이다.
 
한번은 강원도에서 벌어진 전국체전 때 서울 선수단 전원이 경기 전날 도착해서 동해 바닷가에 가 본 적이 있다. 비장애인 파트너들이 장애인 파트너를 등에 업고 또는 손목을 잡고 모래사장을 건너 바닷물에 직접 손을 담가본 추억도 있다. 다리가 불편해서 직접 파도치는 바닷가까지 가지 못했던 휠체어 선수들이나, 시각장애인들은 앞을 못 보지만,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닷물의 짠맛을 음미하던 그들의 흐뭇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경기장 내에서 경기가 벌어질 때의 광경도 대단한 감동을 준다. 서울팀은 서너 테이블을 차지하고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격려와 응원을 해준다. 내가 출전할 때 가장 관심이 많은 편이다. 고령에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반은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했으나 메달을 못 따고 빈손으로 귀경해야 하는 선수들도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위로도 중요하다. 이런 것이 선수단 활동의 재미이자 매력이다.
 
나는 고희를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아직 경기를 뛸만한 체력도 문제없고 기량 면에서도 젊은 선수들과 경합해볼 만하다. 그러나 물러날 때를 알고 스스로 물러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게는 전국체전의 메달이 하나의 기념품에 불과하지만, 장차 댄스스포츠로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으로 삼을 젊은 선수들에게는 전국체전의 메달은 중요한 프로필이 된다. 그러니 양보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더 많다면 메달 하나라도 더 따서 서울팀의 종합 점수에 기여해야 하겠지만, 장애인 수보다 비장애인 수가 더 많은 형편이다.
 
지난 2월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노동조합원들이 소년체전 폐지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대한체육회 분리 방침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노동조합원들이 소년체전 폐지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대한체육회 분리 방침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금 우리나라에는 전국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이 있다. 소년체전은 성적 지상주의가 문제가 있다며 폐지 논란이 있지만, 초중학교 학생들이 스포츠 재목으로 진입하는 무대다. 그래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다. 연령별로 기량 차이가 있어 전국체전과 분리했다면, 시니어 전국체전도 생각해 볼 만하다.
 
앞으로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가는 추세에서 스포츠는 건강 생활에 중요한 수단이다. 전국체전에서 나 같은 고령자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최고의 기량을 가진 젊은 선수들과 시니어들이 함께 경합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므로 전 인구의 스포츠 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면 시니어들을 위한 전국 규모의 종합 스포츠제전도 필요하다고 본다. 목표가 있어야 일 년 내내 땀방울을 흘린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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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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