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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쿠르드 109명 사살” 트럼프 “터키 경제 손볼 것” 뒷북

중앙일보 2019.10.11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터키군이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를 향해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9일(현지시간) 터키군 전차가 쿠르드 지역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터키군이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를 향해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9일(현지시간) 터키군 전차가 쿠르드 지역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단행한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으로 109명의 ‘테러리스트’가 사망했다고 10일 주장했다. 또 “우리 작전을 침공이라고 비판하면 난민 360만 명에게 유럽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겠다”며 유럽연합(EU) 회원국에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당 정의개발당(AKP) 지역위원장 간담회자리에서다.  
 

터키·시리아군 지상작전 돌입
쿠르드 “터키군 격퇴했다” 주장

트럼프, 군사행동 묵인설에 성명
미군 철수에 대해선 “옳은 일” 옹호
EU, 터키에 군사작전 중단 요구

그가 언급한 테러리스트는 쿠르드 민병대(YPG)와 이들이 주축을 이룬 쿠르드 전투부대인 시리아민주군(SDF) 병사를 의미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밝힌 희생자 숫자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가 밝힌 사상자 수(민간인 8명을 포함한 최소 19명)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간인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두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이날 쿠르드인들이 터키군의 포격에 소지품을 가지고 피란을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쿠르드인들이 터키군의 포격에 소지품을 가지고 피란을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터키 국방부는 이날 밤 트위터 등을 통해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SNA)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지상작전을 시작했다”며 본격적인 지상군 진격에 앞서 공습과 곡사포 공격으로 181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시리아 ‘안전지대’에 자국 내 시리아 난민을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AP통신 등은 “터키군이 탈 아브야드와 라스 알아인 지역 등 네 곳을 거쳐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한 가운데,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 무스타파 발리 대변인은 “터키군의 지상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주요국들은 일제히 터키를 비난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군사행동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터키에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했다. EU 각료이사회도 28개 회원국이 참여한 성명에서 터키의 군사작전이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과 하이코마스 독일 외무장관, 프랑스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도 터키의 공격을 비판하며 중단을 요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뉴욕 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터키군, 시리아 쿠르드 공격 본격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터키군, 시리아 쿠르드 공격 본격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터키 국방부는 “이번 작전은 유엔 헌장 51조에서 규정한 ‘자위권’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테러리즘 전투에 관한 결의안의 틀 안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시리아의 영토 보전을 존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간인과 무고한 사람, 역사적·문화적·종교적 건물, 작전 지역의 사회 기반시설 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EPA=연합뉴스]

트럼프.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오늘 아침 나토 회원국 터키가 시리아를 침략했다. 미국은 이 공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이 작전이 나쁜 생각임을 터키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쿠르드족에게 피해가 갈 경우 터키의 경제를 쓸어버리겠다”고 했다. 자신이 터키의 군사작전을 묵인했으며, 이로 인해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격퇴의 공신인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미 정치권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미군 철수로 ‘초당적 비난’에 휩싸이자 터키 군사작전에 대해선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대통령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지난 6일 미군의 시리아 철수와 그로 인해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우리는 끝없는 전쟁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며 “(철군 결정에 대해)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 나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트위터 글에서도 “미국은 중동에서 전투와 치안 유지에 8조 달러(약 9600조원)를 썼다. 중동으로 들어간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었다”며 “나는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무의미하고 끝도 없는 전쟁에서 싸우는 걸 원치 않고, 특히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쿠르드족, 터키 인구의 19% 차지
 
사흘 전 “터키가 오래전 계획한 작전 수행을 위해 조만간 시리아 북부로 들어갈 것이다. 미군은 이 작전을 지원하거나 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이 지역에 더는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터키의 군사행동에 대한 노골적인 용인 신호였다.
 
쿠르드 민병대는 2015년부터 미국의 이슬람 무장조직 IS 격퇴전에 공헌했다. 미국이 동맹을 배신했다는 점, 터키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쿠르드족이 러시아와 손잡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내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트럼프를 비판했다. 나라가 없는 쿠르드족은 시리아 북서쪽에 영국만 한 크기의 땅을 차지하고 자치정부를 세웠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독립을 추진하면서 터키 인구의 19%를 차지하는 쿠르드계와 결합할 것을 우려하며 군사작전을 시도해 왔다. 미국은 쿠르드, 터키와 각각 동맹이지만 쿠르드와 터키는 적대 관계에 있는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사작전 개시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런던·워싱턴=김성탁·박현영 특파원
이승호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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