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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김정은 최종병기 SLBM, 우리 역량으로 극복해야

중앙일보 2019.10.11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한·미동맹 깰 수 있는 북한 SLBM 위협

북한이 지난 2일 동해 원산 앞바다에서 잠수함용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을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고도 910㎞로 450㎞를 비행했지만, 최대 8000㎞까지 확장할 수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일 동해 원산 앞바다에서 잠수함용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을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고도 910㎞로 450㎞를 비행했지만, 최대 8000㎞까지 확장할 수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이라면 격침했을 겁니다.” 2014년 가을쯤이다. 그때 국방부 수뇌부는 북한이 신포급 잠수함을 새로 건조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발을 실어 발사할 수 있는 이 잠수함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에선 판을 뒤엎을 ‘게임 체인저’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당시 한숨만 쉬고 있는 분위기에 한 당국자가  “그렇게 걱정되면 조용히 격침합시다”라며 “이스라엘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고 한다. 북한이 신포급 잠수함을 진수한 뒤 해상 시운전 때 우리 해군 잠수함 어뢰로 동해 깊은 바닷속에 흔적도 없이 수장시키자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쳐 실행되지 않았으며, 신포급 잠수함은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핵반격, 핵우산 작동 불능 우려
최대 8000㎞, 캘리포니아도 사정권
북핵 대비, 플랜A·B·C 준비해야
한·일 공동 대응에 지소미아 필수

지난 2일 북한이 동해 상 바지선에서 또다시 쏘아 올린 SLBM인 북극성-3형은 과거 1·2형보다 더욱 개량됐다. SLBM의 비행 오류를 잡기 위해 1·2형에 부착했던 격자형 날개가 없어지고, 탄두의 끝은 뭉툭해졌다. SLBM의 비행 안정성과 기동성이 커지고, 고고도에서 대기권으로 고속 재진입 때 탄두가 높은 열과 압력에 더 잘 견디면서 다탄두형으로 설계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에도 내부적으로는 SLBM 성능 개량에 몰두해온 것이다.
 
이날 원산 앞바다에서 발사한 북극형-3형은 고도 910㎞까지 상승하면서 450㎞를 날았다. 정상 각도로 쏘면 1900㎞ 이상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분사된 화염의 직경이 커졌다. 이는 SLBM에 고체연료를 사용했고,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더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거리를 중국 SLBM 쥐랑-2처럼 8000㎞까지 확대할 여지도 있다고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말했다. 일본과 오키나와는 물론, 괌과 하와이, 캘리포니아도 타격 대상이다.
 
북한 SLBM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념이 서려 있다. 북한이 SLBM 발사에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던 2015년 김 위원장은 초조했다. 그는 3번째 발사에 실패한 뒤 4번째 성공하기까지 40여일 동안 SLBM 연구실을 10번 방문했다고 북한이 발표한 적 있다. 나흘에 한 번꼴로 개발 현장을 찾은 셈이다. 김 위원장이 SLBM에 이처럼 목을 맨 이유가 있다. SLBM이 북한 핵전력의 ‘최종병기’여서다. 김정은이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핵무기다.
 
이유는 이렇다. 북한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저장고는 한·미 정보당국이 거의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언제든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로 삽시간에 파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잠수함은 다르다. 김 위원장은 위기가 오면 SLBM 잠수함을 미리 출항시켜 동해 바닷속에 숨겨둔다. 미국이 지상에 있는 북한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제거해도 북한 SLBM 잠수함은 살아남는다. 북한은 핵탄두가 달린 SLBM으로 서울·도쿄, 괌·오키나와, 하와이와 미 본토 캘리포니아 등에 대량보복할 수 있다. 이른바 세컨드 스트라이크(2차 반격)다. 김정은의 자신감은 여기에 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진 미국·러시아·중국 등도 SLBM 핵잠수함을 운영하는 이유다.
 
SLBM 대응

SLBM 대응

문제는 미국이다. 미 대통령이 북한 SLBM에 의한 대규모 인명피해 부담을 안고 북한 공격명령에 서명할 수 있을까. 이런 우려로 미 핵우산(확장억제전략)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매년 한·미 안보연례협의회의(SCM)에서 미국이 공언하는 ‘핵우산 보장’이 무용해진다. 한·미동맹의 위기다. 북한 입장에선 SLBM이 최소 핵 억제력의 완성이다. 북한은 SLBM으로 핵 위협 범위를 크게 확대하면서 한·미를 협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관계 주도권 장악에도 유리하다. 그래서 SLBM은 김정은의 최종병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 SLBM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SLBM 발사가 9·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군사합의 문구에는 그런(SLBM) 표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SLBM은 군사합의 내용보다 훨씬 큰 사안이고 합의정신 위반이다. 청와대도 같은 날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만 했다. 북한에 지나친 저자세를 넘어 굴종이다.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국방부와 청와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도 혼란스럽다. 미 국무부·국방부는 “도발”이라며 경고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SLBM 발사 보고에 무관심했다. 오히려 열을 받은 영국과 프랑스 등이 안보리에 제소했다.
 
북한은 핵 협상 재개를 앞둔 절묘한 시점에 SLBM을 발사했다. 한·미 당국이 어설픈 희망에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북한은 SLBM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북한은 한발 더 나아갔다. 한·미동맹을 사실상 해체하라고 윽박질렀다. 지난 5일 스웨덴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회담이 결렬된 직후, 북측 대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우리(북한)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장애물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을 위협한 증거로 한·미 연합훈련과 첨단 전쟁 장비의 한반도 배치를 들었다. 김 대사 요구는 연합사 해체와 한국군의 첨단무기 확보 중단 등을 뜻한다. 북한은 지상 및 SLBM 핵전력까지 갖추면서 한국엔 무장 해제하라는 얘기다.
 
지금 분위기로선 북한 비핵화는 불투명하다. 북한 목표는 적어도 파키스탄 수준의 핵전력을 갖는 것이다. 미국이 연말까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새로운 방법(한·미동맹 와해)’을 내지 못하면 북한은 표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상당한 핵무기도 확보했다. 그러나SLBM 실전 배치엔 1년가량 걸린다. 지난 7월 북한이 공개한 신형 잠수함을 진수해도 시험운전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골든타임 동안 플랜A·B·C를 준비해야 한다.
 
플랜A는 국방부의 능동적 억제전략을 적극 시행하는 방안이다. 먼저 이스라엘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시설(원자로)을 공습으로 파괴해 핵 개발 싹을 자른 것처럼 시험운전하는 북한 SLBM 잠수함을 동해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수장하는 방안이다. 일종의 예방적 조치다. 그러나 현 정부엔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유사시 북한 SLBM 공격 대비다. 그땐 북한 잠수함이 기지에서 나오기 전에 해군 잠수함 등으로 우선 파괴해야 한다. 이를 놓치면 미·일과 함께 북한 잠수함을 찾아내 격침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복원이 필요하다. 북한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북한 SLBM을 해상에서 요격할 SM-3 미사일도 필수 항목이다.
 
플랜B는 확실한 미 핵우산 보장책이다. 미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거나, 나토처럼 한·미가 미 전술핵무기를 공동운영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플랜C는 한국 핵무장이다. 북한 비핵화가 완전히 깨지면 북한은 핵무기로 한국을 다시 겁박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대비가 미흡하면 핵무장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플랜C에 대비한 행정적 절차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키아벨리(『군주론』) 말처럼 운명이 아니라 우리 군대와 비르투(Virtu;역량)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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