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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국민연금 7000만원 냈는데 A씨 '1000만원' 지원, B씨 '0원' 이유는

중앙일보 2019.10.10 15:44
국민연금 수급자는 실버론 신청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수급자는 실버론 신청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보험료로 똑같이 7000만원을 납부하고 월 수령액이 130만원인 63세 동갑내기 A씨와 B씨가 있다. 전세금이 급한 A씨는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1000만원을 빌렸다. B씨는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단 하나다. B씨는 ‘기초생활 수급자’ 신분이라 공단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버론' 연도별 금액 및 인원 통계. [자료 정춘숙 의원]

'실버론' 연도별 금액 및 인원 통계. [자료 정춘숙 의원]

국민연금은 현재 ‘실버론’(노후긴급자금 대부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전ㆍ월세 자금,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등을 위한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대부 한도는 연간 연금 수령액의 2배 이내(최대 1000만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10일 연금공단에서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5638명이 339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돈을 쉽게 빌리지 못한 고령자들의 신청이 끊이질 않는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실버론 210억원을 추가 증액하기도 했다.

노후 긴급자금 빌려주는 '실버론' 시행중
5638명이 339억 받아, 신청 많아 증액도
기초수급자는 신청 대상 제외 '그림의 떡'

제한 이유 '원리금 부담, 급여 중복'인데
실버론 99% 연금서 공제, 생계 어려움도
"기초수급자도 실버론 활용케 개선해야"

 
하지만 돈 없는 연금 수급자에 돈을 빌려주는 실버론은 정작 소득ㆍ재산이 없는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버론 신청 대상에서 기초수급자가 아예 제외돼 있어서다. 정춘숙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 받는 기초수급자는 올해 6월 기준으로 9만6957명이다. 이들 중에는 27년 6개월(330개월) 동안 7043만6000원을 납입하거나 26년 11개월(323개월)간 7342만6000원을 낸 수급자도 있다. 일반 수급자면 1000만원까지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국민연금 받는 기초수급자 사례. [자료 정춘숙 의원]

국민연금 받는 기초수급자 사례. [자료 정춘숙 의원]

연금공단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기초수급자의 실버론 신청을 제한했다. 매월 대부 원리금을 상환하기에 생활이 더 궁핍해질 수 있고, 기초수급자가 받는 주거ㆍ의료ㆍ장제 급여가 실버론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실버론을 받아간 수급자의 99.2%는 본인이 받아야 할 연금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긴급생활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단 0.8%만 자동이체로 돈을 별도로 갚고 있다. 
 
기초수급자가 받는 각종 급여 중에서 장제 급여는 75만원 정도이고, 의료급여가 안 되는 비급여 진료도 많은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기초수급자도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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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숙 의원은 "기초수급자 9만여명은 본인이 낸 돈조차 빌리지 못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보건복지부ㆍ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도 긴급 생활 자금 필요시 실버론을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국감장에 나온 김성주 연금공단 이사장은 "큰 틀에서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기초수급자는 공공부조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내부 토론을 통해 정책적인 답을 찾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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