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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에 첫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한 국민연금, 지분 절반 팔았다

중앙일보 2019.10.10 13:48
서울 중구 한진칼 사옥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한진칼 사옥 모습 [뉴스1]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 뒤 3개월도 안돼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 투자자로서 주주가치를 높여 장기적인 수익률 향상을 높인다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3월 29일 첫 적극적 주주권(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해 한진칼에 정관변경을 요구했고, 그 이후 3개월 만에 기존 지분 7.34%의 절반이 넘는 3.89%를 매도했다.

 
올 1월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국민연금은 장기투자자로서 단기보다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후 2월 1일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의결했다.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에 대해 경영참여를 결정한 건 한진칼이 처음이다. 당시 기금운용위는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키로 하고, 구체적으로는 정관 변경을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회사 정관에 ‘임원이 횡령ㆍ배임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임원직에서 자동 해임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정관 변경 안건을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정관 변경은 경영참여 주주권 가운데 가장 강도가 약한 조치다. 좀 더 센 조치로는 임원 해임ㆍ사외이사 선임ㆍ의결권사전공시 등이 있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한 이후에 한진칼의 지분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1월 16일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시사할 당시 지분은 7.34%였으나 정관변경 안건이 상정된 직후인 3월 말에는 보유지분이 6.19%, 4월말 4.12%, 5월말 3.78%, 6월말 3.45%로줄었다.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한진칼의 지분은 전량 위탁투자사의 지분으로 지분 변화에 직접 개입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애초에 장기 보유가 불가능한 위탁투자사 보유종목에 대해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한 것 자체가 모순이다”라며 “결국 스튜어드십코드의 취지가 왜곡되고 무색케 하는 것으로 특정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결과를 낳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했다면 지분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당연한데 국민연금의 이런 행태는 먹튀에 해당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은 기업에 대한 줄 세우기를 시도하는 행위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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