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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화성 살인 때 이춘재 2번, 윤씨 4번 음모 채취 조사"…경찰, 사건 재조사

중앙일보 2019.10.10 13:23
경찰이 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춘재(56)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데 이어 이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윤모(52)씨가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 신빙성을 확인하는 한편 과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보기로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본부는 10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논란이 되는 8차 화성 살인 사건에 대해 오류가 남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경기남부청에 마련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연합뉴스]

경기남부청에 마련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연합뉴스]

당시 수사 과정 문제점 따져 보기로  

8차 화성 살인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중학생 A양(당시 13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피해자의 옷가지로 시신을 결박하거나 재갈을 물리진 않았고 야외가 아닌 집 안에서 범행이 이뤄졌다. 성범죄를 당하고 숨진 여성이라는 공통점으로 화성 연쇄살인에 포함됐다.
 
이듬해 7월 경찰은 A양 집 인근에 사는 윤씨를 조사해 자백을 받았다. 이후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씨는 20여년을 복역하다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그는 과거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경찰이 고문 등 가혹수사를 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수사본부 관계자와 2차례 만나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윤씨는 재심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에게 재심을 의뢰한 상태다.
 
JTBC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JTBC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윤씨 "고문 있었다" VS 수사 경찰 "고문 안 했다"  

수사본부는 이춘재의 자백 신빙성을 검증하는 한편 8차 사건 당시 윤씨를 검거해 검찰에 송치한 형사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당시 일부 형사들은 윤씨 검거로 특진 등 포상을 받았다.
경찰은 또 당시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법의 오류 가능성 등을 확인해 달라고 국과수에 요청했다.

 
당시 경찰이 윤씨를 수사했던 기록과 증거물 등은 검찰에 송치하면서 공공기록물 관리법(최장 20년 보관)에 따라 폐기됐다. 하지만 당시 수사기록 사본과 일부 증거물은 경찰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8차 화성 살인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8차 사건과 범행 수법이 유사해 용의자의 흔적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보관하고 있던 창호지도 국과수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반기수 수사본부장(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은 "이들 증거물은 당시에도 증거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들이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과거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본부[중앙포토]

과거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본부[중앙포토]

사건 주변 남성 수백명 음모 채취 조사 

과거 형사들이 윤씨를 범인으로 봤던 과정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당시 A양이 살해된 현장에선 음모 8개가 발견됐다. 국과수는 이 음모에 대한 형태학적 분석 결과와 함께 B형 혈액형이라고 밝혔다. 중금속도 다량 검출됐다. 숨진 A양은 AB형이라 가족 등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본 경찰은 주변 사람들과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남성 등 수백명의 음모를 채취해 조사했다.

 
윤씨의 경우 4차례나 음모를 채취해 조사했다. 국과수 검사 결과를 가지고 50명, 10명으로 수사 대상을 추려 가는 과정에서 윤씨만 남았다고 했다. 최종으로 윤씨의 음모를 가지고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했는데 국과수에서 범행 현장의 음모와 윤씨의 음모가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고 회신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관들은 "윤씨는 고문 등이 있었다고 하지만 당시 국과수 조사 결과에서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이 결과를 토대로 조사해 자백을 받았다. 증거가 명확했기 때문에 고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8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A양의 집.[중앙포토]

8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A양의 집.[중앙포토]

 
이때 A양 집 인근에 살던 이춘재도 용의 선상에 올랐었다. 경찰이 2차례나 음모를 채취했는데 처음 조사에선 '혈액형이 B형이긴 하지만 음모 형태가 다르다'라는 소견이 나왔고 두 번째 조사에선 '혈액형이 O형'이라고 나왔다고 한다.    
윤씨는 "당시 경찰이 3일에 걸쳐 고문 등 가혹 행위를 하며 허위 자백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수사기록엔 윤씨가 붙잡힌 뒤 4시간 40분 만에 자백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이날 이춘재에 대한 14차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 진술 안에 진짜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의미 있는 진술도 있다"면서도 "성범죄 등 일부 진술은 구체성이 상당히 떨어져 여러 미제 사건과 대조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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