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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하면 상을 주는 회사, 3M이 특허 많은 비결

중앙일보 2019.10.10 13:00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45)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에 한들거립니다.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에 내 마음도 살짝 흔들립니다. [연합뉴스]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에 한들거립니다.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에 내 마음도 살짝 흔들립니다. [연합뉴스]

 
시월의 카덴차
코스모스 꽃무릇 목소리 어우러진 시월은
연인이 주고받는 편지 닮은 바이올린 협주곡
첫 악장 카덴차만큼이나 짧고 옹골차다
 
악장이 끝날 무렵
가을 내음을 담은 절정을 위해
악보를 비워둔 창조주의 말없음표
활 켜는 가슴속 씨 뿌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몸을 잊은 청중마저 농익은 향기에 취해
밀고 당기는 천상의 선율을 꿈꾼다
 
볕 끝자락에 매달린 해바라기도
작은 배역을 혼신으로 연기하는
등 굽은 카메오가 되어 고개 숙인다
 
황금들녘 가을걷이 기다리는 시월은
잠시 시큼한 땀이 흥건한 얼굴을 닦으라 한다
 
해설
협주곡은 독주자와 교향악단이 서로 대화하며 경쟁하듯 주제선율을 주고받으면서 클라이맥스로 전개된다.[사진 pixabay]

협주곡은 독주자와 교향악단이 서로 대화하며 경쟁하듯 주제선율을 주고받으면서 클라이맥스로 전개된다.[사진 pixabay]

연주자의 실력 드러나는 카덴차
카덴차(cadenza)는 어조, 리듬, 마침을 뜻하는 음악용어다. 작곡가는 협주곡 첫 악장의 끝부분에 독주자가 자유롭게 연주하도록 여러 마디를 여백처럼 비워둔다. 협주곡은 독주자와 교향악단이 서로 대화하며 경쟁하듯 주제선율을 주고받으면서 클라이맥스로 전개되는 음악이다. 마치 연인들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대화를 통해 사랑을 싹틔워 나가는 모습을 닮았다.
 
곡이 종결부에 이르렀을 때 독주자가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기회를 얻는다. 이때 지휘자와 반주악단은 잠시 멈춰 감상하듯 호흡을 가다듬으며 쉰다. 카덴차는 모든 걸 작곡가가 정해준 대로 연주하기보다 자유롭게 풀어나가도록 배려하는 의미가 담겼다. 연주가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예술성을 펼친다. 그래서 근래엔 ‘기교적이며 화려한 부분’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협주곡을 감상할 때 카덴차를 어떻게 연주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또 다른 맛이다. 유명한 협주곡 카덴차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전한다. 하나의 악기로 전 악단을 상대하며 악곡 전체를 요약하듯 풀어내는 독주자의 원숙한 음악성에 청중은 환호하게 된다. 연주자의 개성과 실력이 여기서 판가름난다.
 
어찌 보면 협주곡은 독주와 반주, 둘 사이의 기량 대결처럼 느껴진다. 두 부분이 공평하게 바꿔가며 한번은 주인공, 한번은 조연이 된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의식의 전면부에 나타난 것이 전경이다. 전경은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배경으로 사라진다. 인간은 이렇게 전경과 배경이 자연스럽게 바뀔 때 편안함을 느낀다.
 
협주곡은 소종결부, 카덴차, 대종결부의 순서로 한 악장을 마무리 짓는다. 마치 영화에서 몇 개의 장면이 일관성 있는 시퀀스(순서)로 전개되는 것과 비슷하다. 겨울이 깊어지면 봄이 오고, 여름이 극에 달하면 가을이 오는 이치가 바로 올바른 시퀀스이다. 전경과 배경의 주기적 교체이다. 그럴 때 인간은 전체를 통찰하는 능력이 생긴다.
 
작곡가는 이런 시퀀스와 전경·배경 원리를 창조주에게 배워 모방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을 모방이라고 부른다. 예술가는 이렇게 자기가 감명받은 어떤 통찰을 청중과 독자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일 년 열두 달에서 시월은 열이란 의미로 작은 종결을 뜻한다. 십이월이 되어야 큰 종결이다. 열은 열매가 열린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숫자를 셀 때도 양손을 다 펴는 게 열이다. 시월은 감추는 것 하나 없이 다 열어 보이는 달이다. 시월의 가을은 화려하나 짧다. 변화가 심하다. 지루하지 않다. 씨 뿌리는 봄만큼이나 바쁜 계절이다. 정체된 겨울처럼 오래 쉬며 기다리는 게 아니다. 일거리가 산적한 가운데 틈틈이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는 쉼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성취하는 보람을 만끽하는 때다. 어떤 수확을 얻을지 자신의 땀방울에 달렸다.
 
카덴차(cadenza) 경영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개인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능이 발휘되어야 전체가 성장, 발전할 수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카덴차(cadenza) 경영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개인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능이 발휘되어야 전체가 성장, 발전할 수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카덴차 경영이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경영자와 기획, 관리, 생산부서가 협조하며 조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카덴차와 같은 어떤 개인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능이 발휘되어야만 전체가 성장, 발전할 수 있다. 협주곡처럼 전체가 합주할 때도 있지만, 화려한 개인기가 발휘되는 카덴차가 있어서 곡이 더욱 빛나는 원리를 차용한 것이다.
 
모든 직원에게 실패해도 좋으니 화려한 개인기 즉, 자기만의 분야에 아이디어를 마음껏 내보라고 허용하고 실패해도 상을 주는 제도다. 대담프로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녀에게 모든 진행을 맡겨서 성공했다. 어떤 회사는 가장 많이 실패한 사람에게 상금을 수여하기도 한다. 3M 사는 접착력이 약한 테이프를 실패가 아니라 포스트잇이란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해 대박을 쳤다. 또 하루 중 15% 시간은 업무 이외 개인의 관심 분야에 시간을 사용해도 된다고 허용했다. 그래서 특허가 유난히 많은 회사가 되었다.
 
창조주의 말없음표, 기업경영에 적용
카덴차 경영은 신뢰와 위임의 경영이다. 모든 구성원에게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위대함을 발견하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창조주의 말없음표를 인간 사회에도 적용하는 방법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배경 역할만 하는 직원들에게 전경이 되는 기회를 열어준다. 또 자기 곁에서 전경 역할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잠시 배경으로 물러나 쉼의 여유를 마련해 준다. 사견과 고집과 반드시라는 게 없어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창조적 흐름을 이끌어간다.
 
윤경재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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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윤경재 윤경재 한의원 원장 필진

[윤경재의 나도 시인] 시를 시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쓰기를 어려워들 합니다. 그러나 시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이든 아니든 시를 쓰면 모두 시인입니다. 누구나 그저 그런 일상을 살다가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체험이라면 감정을 입혀 쓰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한의사가 연재하는 시를 보며 시인이 되는 길을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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