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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검찰개혁안 이달 처리” 압박 속 ‘고공협상’서 실마리 찾을까

중앙일보 2019.10.10 12:25
일단 타긴 탔는데, 언제 어떻게 내릴지는 정해진 게 없다. 지난 4월 30일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 끝에 신속처리(패스트트랙)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정치개혁 법안 얘기다.
 
정치개혁 법안인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8월 29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의결 뒤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지만, 검찰개혁 법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등은 사법개혁특위에서 제자리걸음 하다가 특위 활동 종료로 법사위에 넘어갔다.
 
'동물국회' 비난 속에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된 지난 4월 30일 오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 두 번째)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동물국회' 비난 속에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된 지난 4월 30일 오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 두 번째)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회법 제85조의2 ‘안건의 신속 처리’ 규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지정 후 180일 이내에 상임위 심사를 마치고, 이후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9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면 60일 이내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돼야 한다. 각 단계에서 기한이 안 지켜지면 지체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패스트트랙(fast track·빠른 길)’이다.
 
선거법 개정안은 의결된 8월 29일 이후 90일이 되는 11월 26일까지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마쳐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은 이를 심사하는 위원회가 사개특위(지난 8월 말 종료)에서 법사위로 바뀐 것이기 때문에 10월 26일까지가 심사 기한(180일)이다.
 
문제는 이후 검찰개혁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 강제 여부를 놓고 여야 견해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 소관 법안이니 따로 체계·자구 심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90일간의 심사 기간을 둬야 한다”고 반박한다. 민주당 뜻대로라면 10월 26일이 180일의 심사 기간이 종료되는 날인데, 이날이 토요일이기 때문에 돌아오는 평일인 28일에는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 요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10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달 29일이면 국민의 명령인 사법개혁(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했고,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가 필요하다는 한국당 주장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반대를 무릅쓰고 이달 말 본회의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만 본회의에 부의되더라도 여야 원내대표 간 일정 합의 없이는 본회의가 열리기 어렵고, 극적 합의 또는 국회법에 따라 부의 후 60일이 지나고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가결 가능성은 미지수다. 여권은 민주당 의석수 127석에 정의당 6석, 민주평화당 4석, 민중당 1석, 그리고 대안정치연대 9석 등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가결 정족수(149석)를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안정치연대 소속 박지원 의원은 “우리는 개혁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정의당, 대안신당이 합치면 통과가 된다”고 예상했다.
 
또 하나의 실마리는 국회법 제85조의2 8항에 있다.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에는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하여 제2항부터 제7항까지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7일 여야 5당 대표 협의체인 ‘초월회’에서 여야 정치협상회의 구성을 제안한 이유다. 일종의 ‘고공 협상체’를 가동하자는 얘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7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초월회가) 정쟁 위한 성토의 장이다“며 불참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황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손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변선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7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초월회가) 정쟁 위한 성토의 장이다“며 불참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황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손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변선구 기자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의 처리를 서로 연동해, 어느 하나만 처리되지 않도록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선거법 개정안의 법사위 심사 기간을 당겨 11월 초에 검찰개혁 법안과, 또 다른 패스트트랙 안건인 ‘유치원 3법’도 함께 상정하는 방법이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당의 동의를 전제로 한 방안이어서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정치협상회의는 이르면 11일 오전 첫 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 측에서는 문 의장이 국제의회연맹(IPU) 회의 참석 후 귀국하는 오는 21일 이후를 주장하고 있어 실제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회의에서 진척이 없으면, 문 의장이 오는 28일 이후 검찰개혁 법안부터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문 의장은 최근 법조계 등으로부터 “10월 말 검찰개혁 관련 신속처리안건 상정이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고, 지난 7일 초월회에서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의장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히 상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김세환)는 오는 14일부터 30일까지 7개 도 지역(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의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에 관한 지역 의견 청취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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