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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의 일리있는 도발, 마냥 응원 못하는 스타트업들 속내

중앙일보 2019.10.10 06:00

불확실성에 고사상태 위기 모빌리티 스타트업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쏘카 사무소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확대 운영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쏘카 사무소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확대 운영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현장에서]

지난 7일 타다 서비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가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이하 플랫폼 택시) 법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과 함께 '1만대 증차 계획'을 밝힌 직후 통화한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짧은 답변 속엔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진행 중인 플랫폼 택시 법제화 실무기구 논의가 깨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복잡한 심경이 배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실무기구 한 축인 택시업계부터 들고 나왔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이튿날 서울 성수동 쏘카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타다 퇴출”을 외쳤다. 오는 23일엔 1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도 예고했다. 
 
국토교통부도 타다의 사업 근거가 되는 시행령을 손봐 타다를 불법화하겠다는 자료를 냈다. 뒤늦게 박재욱 대표가 “1만대 확대 계획에는 타타 프리미엄 등이 포함돼 있다”며 “앞으로 바뀌게 될 법과 제도를 준수하며 사업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지만 재점화된 갈등의 불씨는 활활 타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는 10일 “사회적 대타협 무력화하는 타다를 규탄한다”며 “VCNC 모회사인 쏘카의 2대 주주인 SK그룹이 타다와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불매 운동을 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가 서울 성수동 패스트파이브 간담회장에서 1주년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VCNC]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가 서울 성수동 패스트파이브 간담회장에서 1주년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VCNC]

 
플랫폼 택시와 관련한 타다의 지적은 분명 일리가 있다. 현재 국토부가 준비 중인 플랫폼 택시 법안은 타다 입장에서 보면 불리한 규제 투성이다. 사업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대수에 따라 기여금을 내야 한다. 수요가 급증할 때 신속하게 물량 공세로 사업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허가제로 하면 매끄럽지 않게 될 우려가 크다. 더구나 지금까지 별도 비용 없이 사업을 해왔던 만큼 새로운 법안은 J 커브(J자 모양 급상승)를 꿈꾸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거추장스러운 규제로 여겨질 만하다.
 
하지만 타다의 반발을 지켜보는 다른 스타트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국토부가 추진 중인 법안은 택시가 이미 넘쳐나서 ‘감차’를 해야 하는 한국적 현실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타협안이어서다. 운송수단 자체가 적은 해외 각국처럼 승차공유 시장에 모든 걸 자유롭게 풀어주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가에서 이미 면허를 부여하고 규제해 온 기존 사업자 차량(택시)이 25만대가 있는데 혁신적이란 이유로 새로운 사업자에게는 무제한 자유를 허용한다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란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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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학습 효과'로 돈줄도 말라가 

지난 3월 전현희(왼쪽 4번째) 더불어민주당 택시 카풀 TF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합의사항을 발표한 후 업체 대표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전현희(왼쪽 4번째) 더불어민주당 택시 카풀 TF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합의사항을 발표한 후 업체 대표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더 큰 문제는 현재 서비스를 하고 있는 타다와 달리 시작도 못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문자 그대로 ‘고사 위기’ 상태인 이들은 새로운 플랫폼 택시 판이 마련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법이 정비되기 전 함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규제로 사업을 접게 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벤처캐피털(VC)도 관련 법 정비가 되기 전에는 추가 투자를 꺼리고 있어 돈줄마저 말라가고 있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표는 “지난 3월 카풀-택시 사회적 대타협으로 관련 스타트업들이 모두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출퇴근 시간에 카풀을 허용한 법 규정에 근거해서 사업을 했는데도 그렇게 됐다. 이 ‘카풀 학습효과’로 투자자들도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추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도 멋있게 얘기하고 싶어요. 왜 혁신 외면하냐, 다 풀어달라 국토부에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일단 판 자체는 만들고 사업은 시작해야 할 거 아닙니까.”
 
플랫폼 택시 사업을 준비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에게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만족스러운 법안은 아니더라도 일단 사업할 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플랫폼 택시 법제화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타다의 1만대 증차’ 발언으로 촉발된 택시업계의 예정된 반발을 지켜보는 다른 스타트업 대다수의 심경도 비슷하다. 타다의 '일리 있는 도발’을 마냥 응원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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